리처드 크리스텐슨 주한 미국 대리 대사 “북한의 4자 회담 참여 예측 못한다”
  • 金在日 부장대우 ()
  • 승인 1997.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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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워싱턴 D.C. 출생. 마켓 대학 졸업. 평화봉사단 단원으로 한국 근무. 주한 미국대사관 부영사. 오키나와 총영사. 국무부 한국과 부과장. 주한 미국대사관 부대사.
리처드 크리스텐슨 주한 미국 대리 대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통으로서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 중 한 사람이다. 지난해 8월 부대사로 취임한 그는 지난 2월 제임스 레이니 전 대사가 사임한 이래 대리 대사 직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9월 3일 미국대사관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바빠도 매우 재미있고 보람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장승길 이집트 주재 북한 대사의 미국 망명 이후 북한의 4자 회담 참여 가능성에 대해 그는 “북한의 참여를 촉구하되 예측은 하지 않겠다”라고 말해 다소 회의적인 인상을 풍겼다. 그는 북한에 건설 중인 경수로 비용을 미국이 분담할 용의가 없음을 분명히하고, 중유를 제공하는 데도 미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나,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 참여하는 다른 나라와 비용을 분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 여부에 관한 질문에 그는 ‘노 코멘트’로 응답했다. 한국 대선과 관련한 질문에는 질문 자체를 빼달라고 요청하는 등 극히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주 이집트 장승길 북한 대사의 망명 때문에 북한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 일이 4자 회담 성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겠습니까?

제가 예비 회담과 관련해 마지막으로 들은 것은 북한측이 9월 회담에 임하기로 동의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후 북한의 입장 변화에 대한 어떤 전갈도 받은 바 없습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는 9월에 계획대로 회담을 진행할 것이며, 북한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것이 북한의 국익에 부합한다고 확신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에게 참여하라고 촉구하되 북한의 참여 여부를 예측하지는 않겠습니다. 김영삼 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은 4자 회담을 발표할 때 북한을 초청하면서 ‘우리는 인내할 수 있다’고 했는데, 참으로 적절한 말씀입니다. 우리는 북한의 4자 회담 참여와 관련해 압력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촉구하면서 인내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왜 하필 4자 회담이 갓 시작된 단계에서 장대사 망명 사건을 일으킨 겁니까?

안보에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노 코멘트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질문도 안보와 관련돼 있으므로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망명 경위에 따른 구체적인 내용을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미국의 관례입니다.

미국 정부가 기본적으로 4자 회담을 반대하고, 한·미·북한 3자 구도로 풀려고 한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거기에 대한 대답은 간단합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김영삼 대통령과 공동으로 4자 회담을 제안했습니다. 따라서 미국 정부의 입장은 분명한데, 그것은 4자 회담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것이지요. 우리는 아직도 4자 회담이 북한과의 건설적인 대화를 이끌어 내는 데 최선의 방법이라고 확신합니다. 중국도 이미 4자 회담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고, 앞으로 4자 회담에 대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점을 분명히했습니다. 이는 참 반가운 일입니다. 기본적으로 4자 회담은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과정이고, 참여하는 모든 당사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4자 예비 회담에서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와 북·미 대화를 우선적인 의제로 채택하자고 강력히 주장했는데, 미국측은 이에 신축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실제 그럴 의향이 있는 겁니까?

8월에 열린 예비 회담에서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바로 의제를 설정하는 일입니다. 다음 회담을 할 때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지요. 그래서 제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의제 설정은 당사자가 머리를 맞대고 앉아서 풀어야 하는 중요한 일이라는 점입니다.

미국은 경수로 2기 건설 자금의 일부를 부담할 의도가 전혀 없습니까?

제네바에서 협상하던 시점부터 지금까지 미국은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 왔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가 담당하고 있는 관리비의 일부를 부담할 용의가 있으며, 중유 공급에 필요한 비용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에 많은 국가가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데 노력할 것입니다. 미국이 경수로 건설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약속한 적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미국의 입장은 일관된 것입니다. 우리가 이제까지 미·북한 핵협상을 진행하면서 지출한 비용이 8천2백만 달러입니다. 또 98년 회계 연도까지 북한과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부담한 액수를 산정한다면 1억1천만 달러를 초과합니다. 이것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에 참여하는 어떤 나라보다도 미국이 많은 액수를 부담했음을 보여줍니다.

미국은 북한에 중유를 공급하는 자금까지도 한국에 떠넘기려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유 공급은 제네바 합의 때 미국이 맡기로 한 것 아닙니까?

제네바 합의에는 어떤 국가가 어떤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내용이 명시적으로 나와 있지 않습니다. 중유 공급도 마찬가지지요. 하지만 미국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에 참여하는 한국·일본과 함께 중유를 제공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이야기는 비공식으로 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저는 세 가지를 말씀드렸습니다. 즉, 중유 비용을 제공하고,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관리비를 제공하고, 또 더 많은 나라가 참여하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었지요. 한 가지 말 안한 것이 있는데, 미국이 핵연료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저장하기 위한 비용을 부담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미국의 비용 부담 내용은 세 가지입니다. 즉 중유 제공 비용,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관리비, 안전한 연료 저장 비용이지요. 그래서 저는 이것을 3 + 1이라고 정리하고 싶습니다. 나머지 1은 비금전적인 것으로, 더 많은 나라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에 참여하도록 노력한다는 것입니다.
94년 10월 제네바에서 체결된 미·북한간 핵 합의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 동결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한국과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제네바 합의에는 핵개발 프로그램을 동결한다는 조항이 있는데, 북한은 이 조항을 이행해 왔고, 앞으로도 지킬 것입니다. 하지만 남북간 대화를 한다는 조항은 북한이 따르지 않았지요. 그러나 4자 회담이 막 시작됐고, 제 처지에서는 이것을 좋은 조짐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 개발을 성공적으로 차단한 것은 한국·미국 그리고 국제 사회의 이익에 부합하는 일입니다. 문제는 바로 북한의 과거 핵 개발 활동을 규명하는 일인데, 이 부분은 일단은 보류하기로 서로 합의했습니다.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싶은 것은, 제네바 합의가 궁극적으로는 북한의 과거 핵 활동을 분명히 규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 조건으로 만일 북한이 과거 핵 활동에 대해 규명하지 않으면 경수로 핵심 부품을 제공하지 않기로 돼 있어요. 우리는 이 문제를 보류한 것이지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여하튼 우리는 북한이 그 조항을 잘 지키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사용후 핵연료 봉인 작업이 예정대로 이뤄질 것으로 보십니까?

꾸준히 잘 진행되고 있고 곧 안전하게 봉인될 것으로 봅니다. 구체적인 날짜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11월까지라고 보면 됩니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연료를 봉인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더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간이 좀더 걸릴지도 모릅니다. 과거 핵 활동을 규명하는 문제는 아직 완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지만, 봉인 작업은 만족스럽게 생각합니다.

제네바 합의문에는 북한이 제네바 합의 이전에 추출한 플루토늄이 핵무기 개발에 사용되고 있는지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감독할 수 있는 조항이 전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이의를 제기하자,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대량 생산을 막으면 됐지 2~3개 정도의 핵무기 개발은 문제 삼기 어렵다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압니다.

우리는 아직까지 한번도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지금도 그 입장에 변함이 없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일에 관여해서 잘 알고 있는데, 한국과 미국은 가장 최선의 방안을 끌어내기 위해 서로 지혜를 모으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상식적으로 지금의 제네바 합의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는 없었다고 봅니다. 만일 미·북한 협상이 결렬됐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를 상상해 봅시다. 북한은 핵개발을 계속했을 것이고, 지금쯤 핵무기를 많이 보유했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얼마전 신포에서 경수로 기공식이 있었는데, 한국의 관료와 기술자 들이 참석했지요. 이것만 보더라도 핵을 동결하는 의미뿐만 아니고 남북한 대화를 이끌어 내는 데에도 제네바 합의가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또 경수로 건설을 위해 얼마전 남북한 간에 전화가 개통됐습니다. 신포와 한국전력 본부간 전화 개통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한국 역사상 하나의 획을 긋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수로 건설을 통해 한국과 북한이 대화와 협력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입니다. 일을 하다 보니까 그같은 역사적인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미국과 한국의 주요 정보기관들은 북한이 이미 방어용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거나 보유 직전 단계에 있다고 파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는지 여부에 대해 미국은 어떻게 인식하고 있습니까?

거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의구심이 증폭되는 현단계에서 미국은 최소한 북한이 특별 사찰을 받아들이도록 압력을 가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 대사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북한과 제네바 합의를 추진하던 당시 미국은 북한에 국제원자력기구가 요구하는 모든 의무 사항을 전면 이행하라고 촉구해 왔고, 앞으로도 촉구할 것입니다. 이같은 촉구를 북한에 일관되게 해 왔는데 이제 와서 특별한 조처를 따로 취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반드시 지적하고 싶은 것은, 경수로가 완공되기 전에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가 제시한 의무 사항들을 준수하고 그들의 과거 핵 활동을 밝혀야 한다는 점이지요.

북한 문제에서 한·미 공조는 잘 이뤄지고 있습니까? 정보 공유가 원활하지 않아 서로에게 불만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기도 합니다만.

큰 문제가 없습니다. 북한 문제에 관한 한 양국간 협력은 어느 때보다도 긴밀하며 순조롭습니다.

주한미군은 계속 주둔할 것입니까, 아니면 조건이 성숙할 경우 철수할 것입니까? 만약 철수한다면 어떤 상황에서 철수를 단행할 것입니까?

오랫동안 주한미군에 관한 논의가 있어 왔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미군은 40년이 넘도록 한국에 공고하게 주둔해 왔고, 한국이 의존할 수 있는 존재였다는 사실입니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지요. 이 조약에서 미국은 한국 안보에 대해 공약했고, 이 공약에 의해 미군은 한국에 주둔해 왔습니다. 우리는 이 안보 공약을 지켰고, 앞으로도 지킬 것입니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완전히 같이하며, 여기에 이견이 전혀 없습니다. 앞으로의 일에 대해 질문하셨는데, 한국과 미국은 주한미군이 양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면 앞으로도 계속 주둔할 것이라는 데 합의하고 있습니다. 양국 정부의 이같은 합의가 있는 한 계속 주둔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부분에서 양국 정부는 계속 긴밀하게 논의하고 합의를 이끌어낼 것입니다. 통일 후 미군 주둔 여부와 방법과 조건에 관한 문제도 양국 정부가 협의해야 할 사항입니다. 현재로서는 통일이 언제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일단 통일이 되면 그때 가서 양국 정부가 협의해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미국대사관의 정보 수집 능력이 대단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의 대통령 선거 양상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습니까? 야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웃음)미국 정부는 한국 대선에 관해서 입장을 밝힐 권한이 없습니다. 우리 입장은 간단합니다. 한국의 민주주의를 인정하고 한국 국민의 선택을 존중할 것입니다. 우리는 한국 대선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특정 후보를 다른 후보보다 더 지지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세운 분명한 원칙은 미국이 한국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과 앞으로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며, 가까운 우방의 대통령으로서 같이 일해 나갈 것입니다. 야당이 집권할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누가 당선될지 모르지만 우리와 함께 일하기를 기대한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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