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수 자연 다큐/새 가까이 보기④] 까치
  • 이한수(조류학 박사·에코텍 환경생태연구소장) ()
  • 승인 2001.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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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실 파먹는 까치 해충 잡아 '속죄'/
유해 조류로 규정해 마구 죽이면 농작물 피해 더 커져


중국에서 마오쩌둥이 문화혁명을 주도하던 1960년대의 일이다. 당시 중국 정부는 대대적인 농촌 생활 개선과 식량 증산운동을 실시했다. 그런데 농촌 위생을 악화시키고,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해로운 동물이 있었다. 중국 정부는 참새·쥐·모기·파리를 인민의 4대 적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소탕운동을 전개했다. 중앙당의 서슬 퍼런 명령에 따라 이들 '인민의 적'을 숙청한 결과 중국 전역에서 참새 씨가 말라버릴 정도였다.


중국, 참새 사라지자 해마다 흉년




중국 농부들은 참새가 사라져서 좋아했지만, 그 뒤부터 매년 큰 흉년이 되풀이되었다. 농작물이 자라는 여름에 해충이 크게 늘어나 농작물을 다 갉아먹었기 때문이다. 참새가 곡식을 먹기는 했지만, 해충을 많이 잡아먹어 농작물 피해를 방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후 중국 정부는 참새를 인민의 4대 적에서 긴급히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까치와의 전쟁이 한창이다. 잘 익은 과실을 마구 파먹어서 농부를 한숨짓게 만든다. 농부들이 까치 퇴치 방법을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까치를 쫓는 데 지친 농부들은 이제 최후의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 방법은 과수원에 날아오는 까치를 모두 박멸하는 것이다. 심지어는 까치에 현상금까지 걸어서 총기를 이용한 까치 사냥을 권장하고 있다.




까치가 과수원에서 진짜 해로운 동물일까. 까치의 식성은 동물성과 식물성 모두를 먹는 잡식성이다. 주로 곤충을 먹지만 기회가 생기는 대로 쥐류, 새의 알과 새끼, 개구리, 도마뱀, 물고기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먹는다. 식물성으로는 야생 풀씨와 열매 이외에도 보리·쌀·콩 등 곡식류와 감자·사과·복숭아·포도 같은 과실류를 먹는다. 특히 농작물이 한창 무르익은 번식기에 새끼에게 먹이는 먹이를 조사한 결과 곤충의 성충 44.8%, 유충 26.4% 기타 동물성이 25.4%로 대부분이 곤충류였다. 이러한 조사 자료에 근거해서 유추하면, 까치가 농작물이 한창 자라는 봄과 여름에 잡아먹는 곤충의 양은 막대할 것이다.


까치를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유해 조수로 규정해 퇴치하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까치가 사라진 과수원에서 해충에 의한 피해액이나 또는 해충 방제 비용이 까치에 의한 농작물 피해액보다 더 클 가능성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런 경우에 까치를 퇴치한 것을 후회하고 다시 까치 보호운동을 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물론 까치에 의한 과수 피해가 매우 심하므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렇지만 자연생태계의 일원이고, 인간에게 친숙한 까치를 무차별적으로 살상하는 것은 바른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 그래서 국내외 여러 학자가 인간과 까치가 공존할 수 있는 환경 친화적인 까치 피해 방지법을 연구하고 있다. 머지 않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이한수 자연 다큐 '새 가까이 보기'는 이번 호로 끝나며 다음 호부터는 갯벌생태학자인 홍재상 교수(인하대·해양학)의 '갯벌 들여다보기'가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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