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혁신리더] 최환 “빈집은행, 마을관리기업으로 성장시킬 것”
  • 인천취재본부 이정용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19.10.08 16:00
  • 호수 1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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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광역시 최환 빈집은행 대표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날로 벌어지고 있다. 도시는 도시대로, 지역은 지역대로 그 안에서 또 분화하고 있다. 지역만의 차별화한 DNA를 갖추지 못하면 인근 지역으로 빨려들어가기 십상이다. 살아남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도시재생을 명목으로 여러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지만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추기가 쉽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경우 더욱 그렇다. 

위기에 처한 지방을 살리기 위해 청년들이 나서고 있다. 지역혁신가, 크리에이터들이다. 남다른 시각으로 문화 콘텐츠를 발굴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지방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시사저널이 이들 젊은이들을 만났다. 

최환 빈집은행 대표는 1984년생이다. 인하대 2004학번이지만, 올해 졸업했다. 취업 걱정에 졸업을 미뤄온 탓이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이 안 됐다. 취업을 한다고 해도, 집 한 채 사지 못하면 결혼을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2010년 대학 친구들과 창업에 도전했다. 폐현수막으로 구두와 지갑 등을 만드는 회사를 차렸다. 실내건축디자인을 공부하면서 얻은 기술이 밑바탕이 됐다. 회사 이름은 ‘최고의 환한 미소’로 지었다. 취업이 어려운 현실에서 쓰레기를 원재료로 이용하는 회사였지만, 회사의 이름은 그럴싸하게 지었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폐현수막으로 잡화를 만들어 팔아 회사를 유지하기보다는, 폐현수막 패션쇼가 세간의 눈길을 끌면서 수입원이 됐다.   

최 대표는 “사실 집이 없어서 창업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창업은 처음에 생각했던 것처럼 잘되지 않았다. 마치 사무실 월세를 내기 위해서 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집을 쓰지 않고 버려두는 게 눈에 띄었다. ‘누가 이런 집을 버려두는 거지? 그러면 나 줘. 내가 고쳐서 쓰다가 돌려줄게’라는 생각을 했다. 특히 재개발지역에 사실상 방치된 집들을 눈여겨봤다. 그는 실내건축디자인 자격증이 있었기에 허름해진 빈집 수리를 ‘뚝딱’ 해치울 수 있었다.

빈집을 활용하자는 제안에 미추홀구청이 반색했다. 최 대표 등 청년들이 빈집을 활용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사업 공간을 저렴하게 임대해 줬다. 이 공간의 이름은 ‘빈집은행’으로 지었다. 빈집은행의 상표권은 최 대표가 가지고 있다. 현재 이 공간은 빈집은행뿐만 아니라 인근의 인하대와 인천대, 청운대 학생 등 청년들의 창업 공간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최 대표는 빈집을 수리해 청년들에게 저렴하게 임대한다. 이를 임차한 청년들은 주거나 창업 공간으로 활용한다. 수익보다는 상생에 무게를 두고 임대료를 책정했다. 이를 위해 ‘집수리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빈집을 매입하고 있다. 현재 4채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반지하 공간은 임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청년들은 습하고 햇볕이 잘 들지 않는 반지하 공간을 꺼렸다. 이런 여건은 버섯을 재배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이에 최 대표는 반지하에 ‘스마트농장’을 차려놓고 송고버섯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현재 빈집은행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17곳의 스마트농장에서 6개월에 5톤 정도의 송고버섯이 출하되고 있다.

최 대표는 이런 경험들을 통해 빈집들을 활용할 수 있는 롤모델을 만드는 게 목표다. 그것을 바탕으로 ‘공공 디벨로퍼’가 되겠다는 포부다. 재개발사업지역에서 원주민들은 보상금을 받고 쫓겨나가고, 건설회사가 수익을 싹 쓸어가는 부작용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행정기관은 주택의 반지하 공간에서 버섯을 키울 수 없지만, 민간은 열린 경영을 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열린 경영을 통해 상생 기반의 마을관리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빈집은행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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