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성동격서의 2021년을 준비하자
  • 김동환 대안금융경제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2.04 17:00
  • 호수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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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한 해를 마감하게 되었다. 필자는 2016년 이맘때부터 다가오는 새해의 경제와 자산 시장을 전망하며 나름 재미있는 사자성어를 소개하고 있다. 2017년을 앞두고는 ‘어리둥절’이라는 네 글자로 새해 경제를 전망했던 기억이 난다. 탄핵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정치적 불안과 함께 곤두박질치던 우리 경제 상황에 더해 트럼프의 당선으로 보호무역의 장벽이 쳐지면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리라는 게 대부분의 전망이었다. 그러나 필자가 본 2017년의 경제는 트럼프가 적극적으로 자국의 경기 부양에 나서며 만들어내는 훈풍이 보호무역주의 삭풍보다 태평양을 먼저 건너와 우리 경제에 어리둥절한 성과를 가져온다는 희망이었다. 여기에 반도체 경기의 빅사이클 진입을 예상하면서 의외의 경기 반등과 자산시장의 강세를 전망한 바 있다. 그 이후에도 2018년 ‘백투노멀’, 2019년 ‘외우내완’, 2020년 ‘파란만장’이라는 나름의 의미 있는 사자성어로 그해의 경제를 예측했었다.

올해는 ‘성동격서’다. 동쪽을 소란스럽게 만들어 주의를 끌고 경계가 허술해진 서쪽을 공격해 승전하라는 병법의 고전이다. 2021년에 우리는 성동격서의 지혜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의 모든 이목을 끌고 있는 이슈, 나라, 자산 하물며 주식으로부터 한 발짝 물러나서 냉정을 되찾고 반대로 우리의 관심 밖에서 소외된, 어쩌면 쳐다보기도 싫을 정도로 후미진 곳에 있는 것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2020년 지구촌은 코로나19가 가져온 글로벌 팬데믹 환경에 적응하면서 언택트라는 신조류의 가속페달을 밟았다. 기존의 경로가 붕괴되고 새로운 경로에 대한 의존성이 단기간에 급격하게 강화된 것이다. 다만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경제는 사계절처럼 순환하고, 큰 흐름에서 자산의 가격은 언제나 평균으로 회귀하려는 운동의 법칙이 있다는 것이다.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면서 경제가 정상화되는 상황이 오면 우리는 다시 순환과 평균 회귀의 관점에서 시장을 보게 될 것이다. 여기에 미국의 제46대 대통령에 조 바이든이 당선되면서 트럼프가 만들었던 반세계화 고립주의 노선이 후퇴하고 다시 세계가 경제적 효율성을 매개로 가치를 나누며 살아가는 정상으로의 복귀도 시도될 것이다. 새로운 패턴이 만든 가격의 쏠림을 자각하게 될 것이며, 세상의 변화는 한순간에 일어나지 않고 긴 여정의 산물이라는 교훈을 다시 회고하게 될 것이다.

올해 우리의 모든 관심을 끌었던 비관적 세계관부터 시작해 미국 일변도의 세계 판도와 이른바 빅테크 기업들의 끝도 없는 상승세 그리고 내부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요란한 소음으로부터 우리 주위의 간격을 유지하기를 권한다. 세상을 보는 긍정의 시각과 그간 경원시되었던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 그리고 이제 막 우리의 관심 영역의 한 귀퉁이를 차지한 우리 주식 그것도 이른바 경기 관련주, 자산 가치 대비 저평가 권역에 머물러 있는 가치주에 관심을 조금이라도 나누어주어야 할 것이다.

3월1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입회장에서 한 트레이더가 심각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올려다보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중심으로 글로벌 중앙은행이 일제히 유동성을 쏟아붓는 정책공조에 나섰지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에 이날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뉴욕 AP=연합포토
ⓒ뉴욕 AP=연합포토

이 변화무쌍한 시대에 그것도 코로나19의 진퇴를 확언할 수 없는 이즈음에 내년 한 해의 경제와 자산시장을 예측하고 대안을 세우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지를 모르는 바 아니나 그럼에도 필자는 인류의 선의와 발전, 그를 위한 투쟁의 힘을 신뢰한다. 우리는 이제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 또 다른 도약을 할 것이며 그 도약은 정상 궤도로의 복귀를 전제로 한다.

2021년 우리 경제는 회복할 것이다. 그 회복이 어느 정도 강도일지는 오롯이 정부와 기업 그리고 우리 가계가 어떻게 지혜를 모으고 판단하고 실행하느냐에 달렸다. 성동격서의 다른 말은 역발상이다. 글로벌 팬데믹의 재앙을 넘어 역전의 발판을 만드는 치밀한 시도가 있기를 기원한다. 더불어 한 해 동안 분투한 시사저널 독자 여러분들의 건강과 행운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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