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2022년도 이제 역사의 한 페이지로 넘겨지고 있다. 후세대에게 2022년은 어떤 한 해로 기억될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 미 연준발(發) 고물가·고금리 행진, 10·29 이태원 참사 등 연이어 나오는 우울한 뉴스들은 가뜩이나 3년째 계속되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지쳐 있는 국민을 더 숨막히게 만들었다. 그나마 누리호 2차 발사 성공과 월드컵 16강 진출의 투혼은 숨통을 좀 트이게 했다.
시사저널은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면서 가슴 아픈 일은 가슴 아픈 일대로, 기쁜 일은 기쁜 일대로 정확히 기록에 남기고자 ‘올해의 인물’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
올해의 인물은 시사저널이 1989년 창간 첫해부터 매년 송년호에 발표하는 장기 연재기획이다. 특히 2022년에는 여론조사기관 시사리서치에 의뢰해 시사저널 정기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도 처음 실시했다. 시사저널 편집국과 본지 정기독자들이 선정한 2022 올해의 인물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편집국 기자들도, 정기독자들도 의견이 일치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대통령만큼 우리 사회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인물은 없는 탓이다. 역대 대통령들도 대부분 당선된 첫해, 올해의 인물에 이름을 올리곤 했다.
이 밖에 정치 인물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제 인물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회 인물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 문화 인물에 ‘우영우’ 신드롬의 박은빈, 국제 인물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IT·의·과학 인물에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 연예 인물에 BTS, 스포츠 인물에 축구선수 손흥민 등이 선정됐다. 올해의 사건에는 이태원 참사를 선정했다.
2022년 한국 사회를 한바탕 뒤흔들었던 방탄소년단(BTS)의 병역 혜택 논란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맏형인 진이 지난 12월13일 현역으로 입대했기 때문이다. 다른 멤버들도 순차적으로 입대한 뒤, 2025년 활동을 재개할 계획이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외신들이 진의 군 입대 사실을 비중 있게 다뤘다는 점이다. CNN과 BBC, AP통신, 로이터통신 등은 이날 “K팝 인기 밴드 BTS의 맏형인 진이 그룹에서 처음으로 군에 입대했다”고 보도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대한민국이 생긴 이래 우리 연예인이 한국에서 입대한다고 이렇게 전 세계에서 보도한 적이 없었다. BTS의 세계적 위상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단적인 예다”면서 “한국의 국가 브랜드 가치 역시 BTS의 활약으로 덩달아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3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초청으로 BTS가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도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RM를 제외한 모든 멤버가 브리핑실에서 우리말로 연설했다. 백악관과 민주당은 물론이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 연설 내용과 영상을 공식 SNS에 올렸다. 현지 매체들도 취재 경쟁을 벌였다. BBC의 경우 “BTS가 이번엔 백악관에 한류(K-Wave)를 일으켰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팬덤 ‘아미’, BTS 메시지에 적극 참여
BTS는 시사저널이 선정한 ‘올해의 연예 인물’ 1위에 뽑혔다. 2019년부터 4년 연속 선정이다. 시사저널은 1989년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매년 송년호에 ‘올해의 인물’을 선정해 발표했다.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IT·과학, 국제, 연예, 스포츠 인물 등 모두 9개 분야다. 그동안은 편집국 기자들의 투표로 대상자를 선정했다. 올해는 처음으로 독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때문에 다른 분야의 경우 일부 의견이 엇갈렸다. 연예 분야의 경우 편집국 기자와 독자들이 압도적 표 차로 BTS를 올해의 인물로 꼽았다.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박은빈과 타임이 올해의 엔터테이너로 선정한 블랙핑크, 5인조 걸그룹 뉴진스, 《오징어 게임》의 주연배우 이정재 등이 뒤를 이었다.
BTS의 영향력은 단순히 K팝 스타나 세계적인 뮤지션 등으로 끝나지 않는다. 팬덤인 ‘아미(ARMY)’ 때문이다. 이들의 ‘BTS 사랑’은 조금 유별나다. BTS는 평소 “세상의 불평등과 폭력을 용인하지 말고, 자신을 사랑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함께하자”고 외쳤다. 이 메시지에 공감한 전 세계 아미들이 정치·사회·경제 이슈에 목소리를 내고 기부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브라질 아미들이 만든 비영리 프로젝트 AHTP(Army Help The Planet)가 대표적이다. AHTP는 현재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를 위한 나무 심기와 모금, 청년들의 투표 독려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인도네시아 아미의 경우 현지 노동계와 학생들이 ‘개악’이라 평가하는 일자리 창출 특별법(일명 옴니버스법)에 맞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6월 BTS의 ‘2막 선언’ 때도 마찬가지였다. 일부는 ‘단체활동 중단’ ‘해체’라는 자극적인 단어들로 그들의 메시지를 해석했다. 하지만 BTS의 오랜 고민이 담긴 발언이었다는 것을 아는 아미들은 그들의 선택을 이해하고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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