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이 더 집중해서 듣게 만든 힘은 ‘경연’이라는 형식이 주는 ‘긴장감’
  • 정덕현│대중문화평론가 ()
  • 승인 2011.05.2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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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의 성공을 견인한 노래들의 인기 비결 / 가수들의 ‘스토리’도 노래에 몰입하도록 도와

▲ (오른쪽 부터) 이소라, 김범수, 박정현. ⓒMBC

흔히들 음악은 작곡가나 작사가 혹은 가수, 프로듀서에 따라 성패가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즉, 대중이 그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전적으로 ‘완성된 음악’에 달려 있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음악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요즘 같은 시대에, 그것도 음악을 ‘본격적으로’ 듣기보다는 배경음악으로 듣는 경우가 더 많은 요즘, 이런 생각은 바뀌어져야 할 것 같다. 모든 예술이 그렇듯이 음악 역시 최종 완성은 그것을 듣는 대중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만들어진 소리와 음, 비트와 박자만큼 중요한 것은 그것을 듣는 대중의 귀이다.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면, <나는 가수다>의 성공은 물론 음악 자체와 최대치의 가창력을 뽑아올리는 가수의 노력 덕이지만, 단지 그것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이 좋은 노래를 대중이 더 집중해서 듣게 만들까 하는 고민, 지금껏 그 어떤 음악 프로그램조차 고민하지 않던 것을 이 예능 프로그램이 했다는 것, 여기에 진짜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의 가치가 있다. 늘 배경음악처럼 훅 지나가버리던 음악이 드디어 대중의 귀에 꽂히기 시작한 것이다.

소통 잘하려는 ‘편성’의 노력도 주효

<나는 가수다>가 TV 프로그램이면서도 대중의 귀를 준비시키는 방식은 두 가지이다. 그 하나는 경연이라는 형식이 만들어내는 집중력이다. 오디션 형식의 무대는 경쟁 구도를 집어넣어 중견가수조차 잔뜩 긴장하게 만들어놓았다. 단 한 곡을 부르지만 그 한 곡에 혼신의 힘을 다하는 무대를 만들었다. 그러니 대중의 귀 역시 이 가수의 노력만큼 집중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또 한 가지 음악에 집중하게 만드는 <나는 가수다>만의 장치는 스토리이다. 본 경연이 시작되기 전, 서로의 심경이나 그간의 이야기를 인터뷰하고, 당일에 차에서 내려 자신의 대기실에 대기하면서 갖는 긴장감을 포착하면서 서서히 집중력을 높여놓는 이 프로그램의 전반부 스토리는 그래서 경연 무대 그 자체만큼 중요하다. 또, 경연 중간 중간에 삽입되는 가수의 반응과 관객의 반응 역시 마찬가지다.

TV 프로그램에서 중견 가수들의 무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콘서트 7080>이나, <열린 음악회> <유희열의 스케치북> 같은 프로그램은 늘 중견 가수에게 열려 있었다. 하지만 그 무대가 <나는 가수다>만큼의 반향을 얻어내지 못한 것은 대중의 귀를 준비시키는 프로그램의 장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가수다>의 성공 비결은 대중의 귀를 음악에 열게 하는 형식과 편성의 힘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이제 TV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역시 어떻게 대중과 소통할 것인가가 관건인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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