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2년 공백에도 몸은 기억하고 있었다
  • 손윤 야구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3.24 11:48
  • 호수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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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잘잘’ 강정호, 최대 강점은 ‘본능에 의존하는’ 스타일…관건은 체력

‘야잘잘’. 야구팬 사이에 유행하는 말로, ‘야구는 원래 잘하는 선수가 잘한다’는 뜻이다. 올해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서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활약상을 보면 이 말을 읊조릴 수밖에 없다. 강정호는 지난 2년간 제대로 경기를 뛴 적이 없다. 2017년 초 음주운전 뺑소니 사건으로 취업비자를 받지 못한 데다 지난해는 손목 수술을 받는 등 곤경이 끊이지 않았다. 그 결과, 지난 시즌 막판 피츠버그에 합류해 3경기에 나서 6타석을 경험하는 데 그쳤다. 그래서 올해 그의 활약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적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도미니카 윈터리그 등에 참가했다고는 해도 경기 감각이 절대 부족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신적인 압박감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음주운전 뺑소니에 따른 비난에 시달린 데다 미국 비자가 언제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불안감을 온전히 이겨내기란 쉽지 않았을 터다. 또 지난 2년간 개인적으로 웨이트 트레이닝에 구슬땀을 흘렸다고 해도, 아무래도 홀로 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집중력은 물론이고, 동기부여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강정호 선수 ⓒ 연합뉴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강정호 선수 ⓒ 연합뉴스

‘거포 본색’ 안타 5개 모두 홈런

그런데도 강정호는 시범경기에서 녹슬지 않은 예전 기량을 선보이며 개막전 주전 자리를 꿰차는 모양새다. 한국 시간 3월20일 현재, 32타수에 때려낸 안타 5개가 모두 홈런이다. 타율은 1할대에 불과하지만 가공할 만한 장타력으로 3월29일 열리는 신시내티 레즈와의 개막전에 주전 3루수 자리를 예약하고 있다. 인터넷 매체인 OSEN의 보도에 따르면, 팀 동료 사이에서도 강정호의 파워는 단연 화제라고 한다. 프란시스코 서벨리는 “평소 대체 무엇을 먹기에 그렇게 힘이 좋나. 한국에서 가져오는 인삼을 먹는 건가? 나도 인삼 있으면 좀 달라”라면서 부러움 섞인 농담을 건넬 정도다.

다만 변함없는 파워를 뽐내고 있지만 정확성에서는 아쉬움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있다. 홈런 외에는 안타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삼진이 많다. 홈런포를 잇달아 쏘아 올리는 것은 좋지만 ‘홈런 아니면 삼진’은 아무래도 우려될 수밖에 없다. 사실 삼진이 많다는 것은 타자에게는 불명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강정호에게 있어 삼진은 두려움 없는 스윙의 결과다. 타격코치로 잔뼈가 굵은 김용달 KBO 육성위원은 “강정호의 최대 강점은 강인한 멘털”이라고 평가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주위에서 어떤 이야기를 해도, 자기 것을 고수할 줄 안다. 그것이 좋은 타격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타석에서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공을 보고 친다는 느낌으로 자기 노림수나 자기 스윙을 일관되게 유지한다”고 설명한다.

야구선수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다만 이것은, 타자라면 타석에 들어서기 전까지다. 그날 투수의 구종과 궤적, 볼 배합 등을 고려해 자기 나름의 전략을 세운다. 하지만 타석에 들어간 뒤의 생각은 오히려 방해가 된다. 투수가 던진 빠른 공이 타자에게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0.4초가 되지 않는다. 타자가 배트를 휘두르는 시간을 빼면 타자는 0.2초 안에 구종과 궤적을 읽어야 한다. 그런 찰나의 순간을 다투는 세계에서 생각할 틈은 없다. 설령 생각할 틈이 있다고 해도, 생각하는 만큼 몸의 반응 속도는 느려진다.

투수와 타자의 맞대결은 본능의 세계다. 역대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인 토니 그윈은 타격을 “몸의 기억”이라고 표현했다. 투수가 던진 공에 타자 몸이 저절로 반응하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강정호의 타격도 이와 다르지 않다. 타석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현재 이닝, 아웃 카운트, 주자 유무 등을 떠올리며 상대 투수의 투구를 생각하지만 타석에서는 무념무상, 오직 상대 투수의 공에만 집중한다. 그것이 강정호와 메이저리그에서 실패한 KBO리그 타자들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강정호는 올해 어떤 성적을 거둘까. 21개의 홈런을 때려낸 2016년과 같은 활약을 펼칠 수 있을까. 긍정적인 점은 시범경기에서 보듯 그의 타고난 재능은 전혀 녹슬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그때와 비교해 2살 더 많은 나이, 여기에 2년간의 공백도 있다. 긍정과 부정이 공존하는 만큼, 올해 성적을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 통계 사이트 팬그래프닷컴은 강정호가 올해 13개의 홈런과 타율 2할5푼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팬·구단·선수단의 신뢰회복도 중요

이것은 아무래도 2년간 공백이 크게 작용한 수치다. 기대되는 것은 2016년보다 더 뛰어난 장타력과 함께 타격 정확성도 차츰 적응하면서 나아질 것이란 점이다. 다만 한 시즌을 버틸 체력이 되느냐가 관건이 될 듯하다. 강정호의 야구 재능은, 그것이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특별하다. 2년간의 공백이 있는 선수가 시범경기라고 해도 홈런 5개를 때려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의 재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다만 메이저리그는 한 시즌에 162경기를 치른다. 기나긴 마라톤이다. 재능만으론, 비록 한두 달은 잘할 수 있더라도 시즌 내내 버티기는 어렵다. 결국 지난 2년간 체력훈련에 흘린 땀이 올해 성적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 점에서 시즌 초반이 아닌 7월 이후 그가 어떤 활약을 펼칠지 지켜볼 부분이다.

또한 올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만큼이나 팬과 구단, 그리고 선수단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떤 이유라고 해도 음주운전은 용인될 수 없는 행동이다. 현재 강정호는 그 잘못을 씻기 위해 금주를 지켜 나가고 있다고 한다.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잘못된 행동을 했더라도 그것을 반성하고 고쳐 나가는 것 역시 중요하다. 그렇기에 올해 강정호에게는 성적 이상으로 그 약속을 언제까지 지켜 나갈지도 주목할 부분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선수는 거액의 연봉을 받는 만큼, 사회적으로 모범을 보일 책임이 있다. 강정호가, 앞으로 그런 역할을 어떻게 해 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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