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노브랜드 공습” 전북 중소상인 ‘반발’
  • 정성환 호남취재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9.05.27 08:3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3일 노브랜드 전주 2곳·군산 1곳 동시 개점
‘상생 뺀’ 꼼수 입점, “영세중소상인 몰락할 것”

이마트 자체 브랜드 상품(PB) 판매장인 노브랜드(No Brand)가 전북 입점을 강행하면서 지역 중소상인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이마트는 5월 23일 중소상인들의 반발에도 전북지역에 이마트 노브랜드 매장 세 곳을 동시에 문 열었다. 이에 중소상인과 시민사회단체 등은 이날 각 매장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입점 철회를 요구했다. 특히 상인들은 이마트가 직영점이 아닌 가맹점이라는 꼼수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변종SSM’ 노브랜드 스토어, 골목상권 침해 논란 

이마트 자체 브랜드(PB) 상품 판매장인 ‘노브랜드(No Brand)’가 전북 전주와 군산에 입점하는 5월 23일 오전 전주 삼천점 앞에서 소상공인들이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마트 자체 브랜드(PB) 상품 판매장인 ‘노브랜드(No Brand)’가 전북 전주와 군산에 입점하는 5월 23일 오전 전주 삼천점 앞에서 소상공인들이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브랜드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혁신’이라 자평하는 대표작이다. 지난 2015년 이마트에서 물티슈 등 관련 제품을 선보였고 가격 거품을 줄인다는 취지로 주목을 끌었다. 이어 노브랜드 전문점은 2016년 8월 용인시 기흥구에 1호점(보라점)을 연 이후 현재 200여개 점포로 급속히 세를 불리고 있다. 노브랜드가 판매하는 품목은 신선식품·가공식품부터 세제·화장품·물티슈 등 소비재와 가전제품, 주류까지 사실상 대형마트에서 취급하는 거의 모든 품목을 망라하고 있다. 

하지만 거대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브랜드파워’와 강력한 ‘가격경쟁력’으로 무장한 이 변종 SSM(기업형 슈퍼마켓)의 공습에, 영세한 지역 중소상인들은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려 가는 형국이라며 반발한다. 

전주시와 전북 소상공인대표자협의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가맹점 개설 신고를 마친 이마트는 이날 전주(2곳)와 군산(1곳)에 가맹점 형태로 노브랜드를 개점했다. 문을 연 곳은 전주 노브랜드 삼천점과 송천점, 군산 미장동에 군산 1호점(개설면적 282㎡) 등이다. 지난해 개점한 직영점 익산 부송점을 합하면 전북에 네 곳의 노브랜드 가맹점이 들어선 것이다.

“브랜드가 아니다”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노브랜드 가맹점은 출점이 자유롭다. 편의점과 업태가 달라 출점 거리 제한이 없다. 편의점 코앞에 직영점이 아닌 노브랜드 가맹점이 들어서도 규제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직영점과 달리 가맹점의 경우 상생협력법상 사업조정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업조정 대상인 직영점과 달리 가맹점은 대기업이 개점비용의 51% 이상을 부담했을 때만 해당된다. 골목상권 상인들이 우려하는 것도 이 지점이다.

ⓒ이마트
ⓒ이마트

이에 지역 상인들은 이날 오전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 노브랜드 매장 앞에서 집회를 열고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을 규탄했다. ‘상생’이 빠진 노브랜드 전문점이 집요하게 골목상권을 파고들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기 마트연합회 이사장은 “당초 각 지역에 직영점을 내려던 이마트는 반발에 부딪치자 전략을 수정해 가맹점 세 곳을 전라북도에 개점했다”며 “이마트는 편법으로 추진하는 노브랜드 가맹점 개점을 즉각 중단하고 국회는 골목상권, 지역 경제 파탄을 막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시각 덕진구 송천동의 이마트 노브랜드 매장 앞에서도 지역 상인들이 주최한 집회가 열렸다. 상인들은 ‘노브랜드 출점 막아 골목상권 지켜내자’, ‘영세상인 말살하는 노브랜드 철수하라’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같은 내용의 구호를 외쳤다.

윤인성 군산마트물류협동조합 이사장은 “전주 노브랜드 직영점 출점과 관련해 그동안 사업조정자율협상을 진행하다 최종 결렬되면서 이마트가 입점 철회의사까지 밝혔다”며 “그러다 느닷없이 전주와 군산에서 가맹점 형태로 개점했다”고 했다. 윤 이사장은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가 계속하면 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 사는 영세 상인들은 모두 몰락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북도의회 의원들이 5월 21일 도의회 광장에서 전주지역 이마트 노브랜드 가맹점 2곳의 개점 철회를 촉구하는 ‘이마트 노브랜드 가맹점 개설 저지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전북도의회​
​전북도의회 의원들이 5월 21일 도의회 광장에서 전주지역 이마트 노브랜드 가맹점 2곳의 개점 철회를 촉구하는 ‘이마트 노브랜드 가맹점 개설 저지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전북도의회​

개점 반대 대열에 전북 정치권도 발 벗고 나섰다. 전북도의회는 21일 오후 도의회 광장에서 결의대회를 열어 전주지역에 이마트 노브랜드 가맹점 2곳의 개점 철회를 촉구했다. 송성환 도의장은 “대기업의 치밀한 작전으로 소상인들이 손 쓸 틈도 없이 영업을 시작한다”며 “동네 상권까지 싹쓸이하겠다는 유통재벌의 편법과 꼼수”라고 비판했다.

도의회는 결의대회에 앞서 제363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이마트 노브랜드 가맹점 개설 저지 결의안’을 채택했다. 도의회는 ‘이마트 노브랜드 가맹점 개설 저지 결의안’을 채택해 청와대, 산업통상자원부, 각 정당, 신세계그룹 본사 등에 보냈다.

반대 움직임이 거세게 일면서 이마트 측은 난감한 상황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개점한 매장들은 직영점이 아니라 자영업자가 시설비 등을 투자한 가맹점”이라며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자영업자가 매장을 냈는데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라는 방향으로 오해를 받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이는 상생협력법에 따라 총 비용의 51% 이상을 본사가 투자할 경우 조정 대상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엄연한 꼼수”라고 반박했다. 일각에선 “현행법상 이를 규제할 만한 장치가 없어 제2, 제3 가맹점 출점이 얼마든지 가능한 만큼 대기업의 매장의 입점을 막기 위한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광주 동구는 이마트가 남광주시장 초입에 출점(出店)을 추진했던 노브랜드 상생스토어의 사업계획을 23일 반려했다. 이마트 측이 준비 서류 보완 기일로 정한 20일까지 동의서 등을 제출하지 않으면서 반려처분을 내렸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