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나비효과’로 뜨는 채동욱 前검찰총장 출마설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9.08.12 14:00
  • 호수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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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검찰과의 소통 창구로 채동욱 출마 카드 만지작

2020년 4월15일 열리는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8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선에서는 검찰 고위직 출신으로 정치권에 도전하는 인물들이 상당수 눈에 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안대희 전 서울고검장,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이금로 전 수원고검장 등이 바로 그들이다. 여야(채 전 총장·이 전 고검장은 민주당, 안 전 고검장·윤 전 고검장은 한국당)로 나뉘어 있는 데다, 하나같이 과거 검찰 내에서 그 위상이 만만치 않았던 인물들이어서 총선 판세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단연 주목을 받고 있는 이는 채 전 총장이다.  

사실 채 전 총장의 총선 출마는 아직 가능성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정작 본인이 이에 대해 정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채 전 총장의 출마설이 끊임없이 거론된다. 마치 “반드시 출마해야 한다”고 구애를 하는 듯한 양상도 펼쳐진다. 왜일까.

2006년 12월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이 론스타 수사담당 검사들이 배석한 가운데 외환은행 불법매각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06년 12월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이 론스타 수사담당 검사들이 배석한 가운데 외환은행 불법매각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군산,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불명예 사퇴로 채동욱 거론

민주당 입장에서는 채동욱 카드가 여러 면에서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적폐청산’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와 맞아떨어진다. 전직 검찰총장으로서 인지도 면에서도 떨어지지 않는다. 채 전 총장이 현재 몸담고 있는 법무법인 서평의 이재순 대표변호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 역시 채 전 총장 출마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대표변호사는 채 전 총장의 서울대 법대 동기로, 채 전 총장과 막역한 사이다. 특히 이 대표변호사는 노무현 정부에서 사정비서관을 지냈으며,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법률멘토단으로 활동했다. 이 때문에 서초동 안팎에서는 이 대표변호사와 채 전 총장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검찰 개혁의 조언자 역할을 맡고 있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민주당의 A중진의원은 “당에서 전북 군산 출마자로 채 전 총장을 1순위에 놓고 검토했다. 비례대표를 주는 방안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호남에서 참패했다. 군산 역시 바른미래당(당시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이 가져갔다. 민주당에서는 이 지역 탈환이 필요하다.

하지만 민주당 후보군들은 경쟁력이 다소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출마 예상자로는 지역위원장으로 선출된 신영대 전 청와대 행정관을 비롯해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김윤태 고려대 교수, 문택규 전 전북도당 공명선거 실천위원장, 조성원 변호사, 채정룡 전 군산대 총장, 황진 군산중앙치과 원장 등이다(시사저널 8월5일자 ‘[2020총선-호남] ‘2016 녹색 열풍’ 재현될 수 있을까’ 기사 참조). 당초 강력한 출마 후보자로 예상됐던 김의겸 전 대변인이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불명예 사퇴하면서 민주당은 부랴부랴 대안 찾기에 나섰다. 채 전 총장은 서울 태생이지만 5대 종손인 부친은 군산 출신이며, 현재 친척들도 군산 인근에 거주하고 있다. 민주당은 채 전 총장의 지명도라면 군산뿐만 아니라 전북 지역 전체로 청색 바람을 확산시킬 수 있으리란 기대를 하는 듯하다.

채 전 총장이 출마할 경우 ‘적폐청산’이 총선에서 다시 이슈로 부각될 수도 있다. 채 전 총장은 2013년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놓고 박근혜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고, 그 직후 터진 혼외자 논란으로 사퇴했다. 혼외자 논란의 배경에 박근혜 정부의 공작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남재준 당시 국정원장은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첩보를 인지하고 국정원 정보관에게 지시해 학교생활기록부를 확인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여권이 채 전 총장 출마설을 거론하는 데는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과도 연관돼 있다는 지적이다. 윤 총장은 ‘양날의 검’으로 통한다. 정치권의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야당은 물론 여당에 대한 수사도 진행할 ‘강골’이라는 것이다. 여당으로서도 부담스러울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김조원 신임 민정수석이나 법무부 장관으로 유력한 조국 전 민정수석은 비(非)검찰 출신으로 검찰 조직을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채 전 총장은 특수통으로 검찰 내에서 명망이 높을 뿐만 아니라 윤 총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맺어왔다. 그는 과거 대검 중수부 시절부터 윤 총장과 특수수사를 함께 했다. 박영수 당시 중수부장(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수사 특별검사) 아래에 채 전 총장이 수사기획관으로 있었고,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부부장검사였던 윤 총장이 중수부로 파견됐다. 이들이 맡은 사건이 1000억원대 현대차 비자금 사건이었고, 기어이 정몽구 회장의 구속을 이끌어냈다. 이를 계기로 ‘박영수-채동욱-윤석열’로 이어지는 검찰 내 특수통 계보가 만들어졌다.  

2012년 말 초유의 검란 사태가 일어났을 때도 채 전 총장과 윤 총장은 함께했다. 한상대 당시 검찰총장이 중수부 폐지를 추진하자 특수통 검사들이 반기를 들었다. 대검 차장이었던 채 전 총장은 대검 간부들과 한 전 총장을 향해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윤 총장은 당시 이 같은 내용을 기자들에게 설명하는 공보 역할을 담당했다. 이듬해인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고 채 전 총장이 특수통으로는 이례적으로 검찰총장에 임명됐다. 채 전 총장은 특수통 검사를 중용했고, 이로 인해 ‘채동욱 키즈’라는 말이 생겨났다.

 

“채동욱, 네거티브 우려에 지역구 출마 주저”

채 전 총장은 윤 총장에게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의 수사팀장이라는 중책을 맡겼다. 채 전 총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팀장을 수사팀장으로 앉히기 위해 서울에서 가까운 지청장(여주지청장)으로 발령내 달라고 황교안 법무부 장관(현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요청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로 채 전 총장은 사실상 강제 퇴임했다. 민주당 중진 A의원은 “채 전 총장은 온몸으로 외압을 막다가 불명예 퇴진했다. 윤 총장으로선 채 전 총장에게 부채 의식이 없을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명예 퇴진 후 한동안 잊혔던 채 전 총장이 다시 거론되기 시작한 것 또한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 발탁되면서부터다.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된 2017년 5월, 채 전 총장은 오랜 침묵을 깨고 법무법인 서평의 변호사로 돌아왔다. A의원은 “채 전 총장의 본적이 군산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군산에서 활동한 경험이 별로 없다. 지역 밀착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면서 “(이 때문에) 비례대표에 올리는 것도 검토되고 있다. 채 전 총장 본인도 네거티브 등에 대한 우려 때문에 지역구 출마를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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