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상대적으로 잘 버티고 있다 [김상철의 경제 톺아보기]
  • 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전 MBC 논설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7.26 10:00
  • 호수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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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수출·공장 가동·취업률 역대 최저…OECD 회원국과 비교하면 양호

믿기 힘든 얘기를 해 보려고 한다. 지난 7월16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해 “코로나19 가운데서도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보다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맞는 말일까. 과연 우리나라는 잘하고 있는 것인가. 답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우리는 잘 버티고 있다.

선뜻 동의하기 힘든 사람이 많을 것이다. 지표만 봐도 그렇다. 한국 경제는 지난 1분기 –1.3%에 이어서 2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우리나라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은 ‘카드 사태’가 발생한 지난 2003년 이후 처음이다. 한국은행은 -0.2%인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의 추가 하향을 예고했다. 상반기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2%나 줄어들었다. 제조 중소기업이 밀집한 국가산업단지의 가동률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고, 산업생산은 5개월째 줄고만 있다. 지난 6월 실업률은 4.3%를 기록해 6월 기준으로 1999년 이후 가장 높았고, 특히 청년 실업률은 10.7%로 역대 최고치였다. 수출, 소비, 고용 아무리 둘러봐도 뭐 하나 좋은 지표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초 경기도 평택항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재명 경기지사 등과 친환경차 수출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초 경기도 평택항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재명 경기지사 등과 친환경차 수출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가 충격 줄여

하지만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IMF(국제통화기금)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두 달 전보다 0.9%포인트 낮춰 –2.1%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 전망치는 중국을 제외한다면 최고의 성적표다. 다른 주요국들은 코로나19 충격에 따라 더욱 큰 하락을 면치 못했다. 미국과 캐나다, 독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8% 내외고 영국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는 모두 –10%를 밑돈다. 일본도 –5.8%의 성장률 전망치를 받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2%로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이 역시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 추정치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공개한 거시경제 전망 보고서에서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0.5%였지만 이는 G20 국가 중 중국 다음으로 높다. 무디스는 내년 경제를 전망하면서도 한국을 딱 꼬집어 “G20 가운데 한국을 제외한 모든 선진국과 대다수 신흥국의 내년 성장률이 코로나19 이전을 밑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적 신용평가사인 피치 역시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0.9%로 전망했는데 마찬가지로 주요 20개국 중 두 번째로 높은 성장률이었다. 사실은 1분기의 성장률 역시 다른 나라들에 비하면 좋은 편이었다.

이 정도라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는 잘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물론 한국 경제의 선방에는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들보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적었기 때문이다. 지난 7월21일 기준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1470여만 명에 이르고 사망자 수는 61만 명에 가깝다. 주요국별로 보면 미국의 경우는 확진자 383만 명에 사망자는 14만 명에 이른다. 영국은 확진자 29만7000명에 사망자는 4만5000명, 이탈리아는 확진자 24만5000명에 사망자가 3만5000명, 프랑스는 확진자 21만4000명에 사망자가 3만 명, 독일은 확진자 20만 명에 사망자가 9000명에 달한다. 일본도 확진자 2만6000명에 사망자가 1000명을 넘어섰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확진자 1만4000명에 사망자는 3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물론 확진자가 500명을 넘지 않고 사망자도 채 열 명이 안 되는 대만이나 베트남 같은 나라도 있기는 하지만, 주요국 가운데 국경을 개방해 놓고도 이 수준으로 방역에 성공한 나라는 찾기 어렵다. 경제적 손실도 그만큼 줄일 수 있었다.     

두 번째로 꼽을 수 있는 이유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다. 역설적이지만 그동안 우리나라의 약점으로 지목됐던 제조업에 쏠린 산업구조와 저부가가치 서비스업이라는 문제가 오히려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을 줄였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 GDP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0%로, 77%의 미국은 물론 70%의 영국이나 프랑스, 69%의 일본, 66%의 이탈리아보다 낮다. 제조업은 서비스업에 비하면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덜 받는다. 반면에 서비스 산업은 지나간 시점의 생산 감소를 만회하기 어렵다는 특성 때문에 제조업보다 더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문을 닫았던 공장은 가동을 재개하면서 미처 만들지 못했던 분량까지 만들 수 있지만, 문을 닫았던 식당은 다시 문을 연다고 해도 닫았던 기간의 손해를 만회할 수 없다.

실제로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올 1분기 국내 서비스업 중 운수업이 11.8%, 도소매·숙박·음식점업종은 4.7% 역성장한 데 비해, 제조업은 전기 대비 1.0% 감소하는 데 그쳤다. 국제기구들의 올해 경제성장률 예측을 살펴봐도 GDP에서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대다수 유럽 국가는 하나같이 충격이 클 것으로 관측됐다. 수출도 줄어들기는 했지만, 수입도 함께 줄면서 무역수지는 100억 달러가 넘는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이 성장을 끌어올리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성장률을 많이 떨어뜨리지도 않았다.

사상 최초의 재난지원금과 세 차례의 추경 등을 통한 정부의 재정지출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을 줄였다. 정부의 신용보증 등을 더하면 지금까지 시중에 풀린 자금만 GDP의 14.3%에 달한다. 35조원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만 해도 성장률을 0.1~0.2%포인트 높여줄 것이라고 한다. 민간소비나 수출에서 부진한 부분을 정부의 지출이 일정 부분 보완한 셈이다.

 

하반기 경기 회복 여부가 한국 경제 중요 변수

물론 이게 가능했던 것은 그동안 정부가 쌓아왔던 재정 건전성 덕분이다. 지금 정부는 과거 역대 정부가 살림을 함부로 축내지 않았던 덕을 보고 있다. 블룸버그 산하 경제연구소인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도 한국 경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경제 실적을 거둔 배경으로 높은 의료 접근성, 양질의 서비스를 갖춘 강력한 보건체계와 함께 충분한 재정 여력을 꼽았다.

하반기에도 최대 이슈는 역시 코로나19다. 정부는 경기가 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연구기관들 가운데는 하반기가 오히려 더 어려울 것으로 보는 곳도 있다. 올해 한국 경제가 플러스 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은 하반기 회복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고,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하는 것은 회복이 더딜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설사 국내 상황이 호전된다 해도 수출주도형 경제구조를 가진 우리나라는 세계의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세계 경기 회복이 늦어진다면 타격은 불가피하다. IMF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경제 성장률은 2.9%였으나, 올해는 –3.0%까지 추락이 전망된다. 세계경제 GDP 통계가 작성된 1970년 이후 최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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