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보다 KLPGA에서 뛰는 게 더 좋아”
  • 안성찬 골프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7.28 11:00
  • 호수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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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톱랭커 한국 여성 선수들, 코로나19에 안전한 한국 잔류 선호

코로나19 사태로 한동안 중단됐던 세계여자골프랭킹(WWGR) 집계가 7월21일 재개되면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들의 셈법이 다시 복잡해졌다. 미국으로 복귀하자니 코로나 확산에 따른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하고, 그렇다고 한국에 남자니 자칫 세계랭킹 경쟁에서 불리할 수도 있어서다. 특히 내년 일본에서 열리는 도쿄올림픽 출전 티켓이 걸려 있는 탓에 선수들은 세계랭킹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LPGA투어가 7월31일 신설 대회 드라이브 온 챔피언십(총상금 100만 달러)을 시작으로 재개된다. 당초 LPGA투어 선수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 대회에 세계랭킹 10위권 내의 정상급 선수들이 다수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는 한국 선수들의 대거 불참 탓이다.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을 비롯해 박성현(3위), 김세영(6위), 김효주(10위) 등이 참가하지 않을 방침이다. 부상 때문도 아니다. 김세영과 김효주, 이정은6 등은 지금 국내에서 KLPGA투어에 참여하고 있다.

“올림픽 메달보다 가족 건강이 더 중요하다”

LPGA투어 선수들 중 고진영·이정은6·박인비는 7월30일 제주 세인트포 컨트리클럽에서 개막하는 KLPGA투어 삼다수 마스터스에 나간다. 또한 박인비·이정은6·김효주·유소연·허미정·지은희·이미향·최나연 등이 8월7~9일 경주시 블루원 디아너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국제파(LPGA)와 국내파(KLPGA) 간의 대결인 오렌지라이프 챔피언스 트로피에 출전 신청을 했기 때문에 일단 LPGA투어는 접은 상태다.

세계여자골프랭킹은 2020년 11주 차(3월15일) 랭킹으로 멈췄다가 이번에 재개되면서 한국 선수들은 7월21일 현재 랭킹 15위 내에 무려 7명이나 몰려 있다. 15위까지는 올림픽 출전 자격이 주어지지만, 특정국가의 독식을 막기 위해 국가당 최대 4장만 티켓을 부여한다. 따라서 태극마크를 놓고 치열한 ‘내부 싸움’을 벌여야 한다.

세계랭킹에서는 LPGA투어의 배점이 가장 높다. 그다음인 한국(KLPGA)과 일본(JLPGA), 유럽(LET) 등의 대회는 배점이 비슷하다. 메이저 대회를 기준으로 LPGA투어 대회 우승자는 100점, KLPGA와 JLPGA투어 대회 우승자는 20점 안팎이다. 당연히 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는 미국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런데도 국내에 머무르고 있는 LPGA투어 선수들이 미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미 지난 5월부터 KLPGA투어가 재개됐고 현재 계속 대회가 열리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KLPGA투어에서 뛰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선수들도 있다.

2016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인비를 비롯해 유소연·이정은6·허미정·전영인 등을 매니지먼트하고 있는 브라보앤뉴의 이수정 이사는 “박인비를 비롯해 국내에 있는 선수들은 한동안 미국에 들어갈 계획이 없다”며 “박인비는 LPGA투어가 중단된 이후 5개월 만에 첫 대회로 KLPGA투어 대회인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7월30일 개막)에 출전한다”고 밝혔다.

박인비·유소연·이정은6·고진영·박성현·김효주·김세영·지은희·최운정 등은 현재 국내에 머무르며 코로나19 추이를 살피고 있다. 8월20일 스코틀랜드에서 개막하는 LPGA 메이저 대회인 AIG 브리티시오픈에도 박인비를 제외하고는 출전하지 않을 계획이다. 대다수의 한국 선수는 9월10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개막하는 LPGA 메이저 대회 ANA 인스피레이션에 출전 스케줄을 맞출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김효주·유소연 등은 국내 대회 우승으로 세계랭킹 끌어올려

현재 KLPGA투어 대회에 출전하고 있는 김세영은 “미국에서 코로나19가 점점 확산하고 있어 아직 LPGA투어 스케줄을 잡지 못하고 있다”며 “올림픽 메달보다 가족 건강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만약 미국에 가더라도 9월 ANA 인스피레이션 출전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해 상황을 좀 더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실 브리티시 여자오픈에 주어지는 세계랭킹 점수 배점이 높은 데다 메이저 대회라는 위상을 생각하면 출전하는 것이 맞지만, 안전과 건강을 생각하면 선뜻 길을 나서기가 꺼림칙하기 때문이다. 대회를 주관하는 영국왕실골프협회(R&A)와 LPGA투어는 선수들에게 전세기를 띄우는 등 철저한 방역과 안전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하는 상황이지만,한국에 머무르다 곧바로 영국으로 건너가는 선수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배려할지 현재 딱히 정해진 게 없다. 이 때문에 출전을 포기한 선수도 있다. 현재 KLPGA투어에 전념하는 김효주는 “아직 미국에 나갈 계획이 없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시끄러운 상태고 위험한 상황에서는 가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 5월부터 재개된 국내 KLPGA에서 뛰면서 세계랭킹을 끌어올린 선수들도 있다.유소연은 6월 KLPGA투어 기아차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했고, 김효주는 롯데칸타타 여자오픈에서 김세영을 연장전에서 꺾고 정상에 오르면서 둘 다 세계랭킹을 끌어올렸다. 김효주는 3계단이나 상승했고, 유소연은 한국여자오픈이 내셔널타이틀이기 때문에 무려 4계단이나 올라섰다. KLPGA의 위상이나 중요성도 그만큼 커진 것이다. 7월23일 현재 고진영이 세계랭킹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박성현 3위, 김세영 6위, 김효주 10위, 박인비 11위, 이정은6 13위, 유소연이 14위에 각각 랭크돼 있다.

LPGA투어는 재개됐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여전히 국내 톱랭커들의 미국행이 불투명한 가운데, 도쿄행 티켓을 놓고 선수들의 눈치싸움도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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