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으로 남측에 ‘유화 메시지’ 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북한 주민들의 어려운 민생을 강조하며 내부 결속을 다지는 메시지를 내놨다. 이례적으로 남측에 유화적인 메시지도 표명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에서 “사실 연초부터 세계적인 보건위기가 도래하고 주변 상황이 좋지 않다 고민도 두려움도 컸다. 정말 면목이 없다”며 “제가 전체 인민 신임 속에 이 나라를 이끄는 중책에 있지만, 아직 노력과 정성이 부족해 우리 인민이 생활상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주민들에 전하는 메시지를 말할 때 울먹거리거나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등의 모습도 보였다.
이는 김 위원장이 현재 북한 주민들의 힘든 처지를 잘 알고 있음을 강조하고 이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한 메시지로 읽힌다. 특히 북한은 올해 코로나19와 태풍과 홍수 등의 자연재해를 겪으며 경제적으로 힘든 처지에 놓여 있다. 김 위원장의 집권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아 최고지도자가 직접 민생의 어려움을 언급하며 주민들과의 간극을 좁혀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인 셈이다.
김 위원장은 연설을 통해 남측에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들에게도 따뜻한 이 마음을 정히 보내며 하루빨리 이 보건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마주 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합니다”라고 전했다.
이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우리 정부에 강경한 목소리만 냈던 북한에서 최고지도자가 공개적으로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수 있다. 이날 김 워원장의 발언은 코로나19 유행이 어느 정도 약해지면 남북 관계 개선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속내로 읽힌다.
한편 열병식에는 신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 공개됐다. 새롭게 선보인 ICBM은 2017년 11월 발사한 ICBM ‘화성-15형’의 이동식발사차량과 비교해 외관도 달라졌고 바퀴가 2축 더 늘어난 것으로 전문가들은 바라봤다. 바퀴의 수가 늘고 길이가 길어진 것은 미사일의 중량이 더 커졌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군 관계자들은 화성-15보다 진화한 사실상 ‘화성-16형’ 수준이라고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신형 SLBM ‘북극성-4A’도 다탄두 형태로 개발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북한이 보유한 북극성-1형보다 직경이 2~3배로 커지고, 작년 10월2일 발사한 북극성-3형에 비해서도 직경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신형 무기를 공개하면서 ‘자위적 억제력’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전쟁 억제력을 계속 강화해나가겠다”, ”그 누구를 겨냥해 전쟁 억지력을 키우는 것은 아니다. 우리 스스로를 지키자고 키우는 것뿐“이라며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의 압박에 맞서 자위적 억제력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