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창건 기념일에 수만 명 ‘다닥다닥’…北 코로나 괜찮을까?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0.10.12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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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자 ‘0명’이라는 북한 주장에 쏟아지는 의심의 눈초리
김정은 위원장은 아랑곳 않고 ‘노마스크’ 행사 참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1일 평양 5월1일 경기장에서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기념하는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위대한 향도'를 관람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2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1일 평양 5월1일 경기장에서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기념하는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위대한 향도'를 관람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2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

전 세계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시름을 앓고 있는 가운데, 북한에서는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대규모 행사를 잇달아 개최했다. ‘코로나19 청정지역’이라는 북한의 주장을 과시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되지만, 의심의 눈초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대규모 열병식과 각종 기념행사와 공연 등을 진행하며 축제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평양의 5월1일경기장에서 대집단체조와 예술 공연이 진행됐다. 북한 언론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수만 명의 군중이 경기장을 가득 메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당초 코로나19 우려 탓에 대규모 인원이 밀집하는 집단체조 행사를 개최하지 않을 가능성도 관측됐으나 강행한 것이다.

문제는 김정은 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집단체조 공연 당시 관중들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김 위원장과 노동당 간부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앞서 10일 열린 열병식에서도 김 위원장은 물론 군인과 주민들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타국과 대조적이다.

북한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대회가 지난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 연합뉴스
북한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대회가 지난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 연합뉴스

이처럼 코로나19 상황 속에도 대규모 행사를 강행한 것은 ‘코로나 청정지역’이라는 북한 측 주장을 과시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현재 국경을 닫고 외화벌이를 포기하면서까지 코로나19 방역에 매진하고 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모두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실제 WHO(세계보건기구)는 북한에서 지난 8월까지 1211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으나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와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의 주장에 의구심을 표출하고 있다. 정황상 북측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지난 8월31일 국회에 출석해 “북쪽에 코로나19 상황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한 바 있다. 

8일 고려대의료원 공식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 ‘북한 코로나19 확산실태와 창의적 남북 보건의료협력 세미나’에서도 북중 국경지역 등에 확진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노동신문을 기반으로 북한의 코로나19 감염자 숫자를 추적해 본 결과, 평안북도 신의주, 황해북도 사리원, 황해도 해주, 함경남도 함흥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언급했다.

또 탈북의사들을 중심으로 북한의 현 의료 상황이 사실상 코로나19데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탈북 의사인 최정훈 씨는 앞선 세미나에서 “북한 병원에서는 일반 세균과 변종 바이러스를 분리하는 진단 장비와 시약이 없어 일반 독감인지 신종 바이러스인지 구분하지 못한다”며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어도 실제로 확진 판정을 내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북한의 이번 당 창건 기념행사들이 코로나19의 ‘슈퍼 전파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9일(현지 시각)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익연구소 한국담당국장의 말을 인용해 “군중 몇 명만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여도 매우 위험하다”며 “열병식에서 감염자가 나올 경우 경제적, 정치적으로 고립된 북한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을 경축하는 횃불 행진이 지난 10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 연합뉴스
북한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을 경축하는 횃불 행진이 지난 10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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