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우리가 깨야 할 것은 무엇일까
  • 소종섭 편집국장 (jongseop1@sisajournal.com)
  • 승인 2020.10.19 09:00
  • 호수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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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주년 창간기념호입니다. 자축하려니 멋쩍습니다. 연륜이 쌓여 가면 그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나이 듦이 마냥 축하받을 일만은 아닌 것이지요. 어깨가 그만큼 무거워집니다. 역할을 못 하면 물러나야 하는 것은 자연의 이치입니다. 조직에서건 사회에서건 마찬가지입니다.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내듯이 말이죠. 창간기념일을 맞아 시사저널은 언론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나 묻고 또 물어봅니다.

창간기념호에는 해마다 ‘한국을 이끌 차세대 리더 100인’ 특집을 보도합니다. 각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 만한 50세 이하 인물들을 선정해 선보입니다. 여론조사 기관, 전문가, 기자들이 협업해 만든 기획입니다. 모쪼록 이들이 무럭무럭 성장해 한국을 더욱 빛내는 별이 되기를 바랍니다. 또 내년에는 올해의 차세대 리더들을 뛰어넘는 새로운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기를 기대합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대한민국에는 인재가 참 많습니다.

차세대 리더들은 실사구시에 천착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념보다는 실질 위주로 한 발 한 발 사회 발전을 향해 나아갔으면 합니다.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을 현실화하는 데 앞장서는 리더가 되기를 바랍니다. 남을 비판하기보다 내가 내놓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리더가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비판하기는 쉽지만 스스로 무엇을 만들어내는 것은 어렵습니다. 입은 무겁게 하고 몸은 가볍게 하는 사람이 되기를 권합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공존하는 문화를 만드는 일에 헌신하기를 기원합니다. 상대방을 적대시하는 대결의 문화를 끝내는 선구자가 되는 것에 박수를 보냅니다. 세계를 무대로 한국의 이름을 빛내는 진취적인 도전에 나서는 리더들을 응원합니다. 그래서 낡은 문화를 끝장내고 새 시대를 여는 길잡이가 되기를!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 나오는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새로움은 저절로 오지 않습니다. 새 세상은 그냥 열리지 않습니다. 알을 깨는 아픔, 안주하던 기존의 틀을 벗어던진 도전 끝에 하늘이 열립니다. 어제의 하늘과 다른 오늘의 하늘입니다. 그때의 하늘은 오롯이 자신의 것이 됩니다. 알을 깨고 나온 것에 대한 하늘의 보상이라고나 할까요. 차세대 리더들은 물론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다 나름의 알을 깼을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한 세계를 깨고 또 다른 세계를 구축하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갑니다.

언론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창간기념호를 맞아 우리가 깨야 할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걷어치워야 할 지붕은 무엇일까 고민해 봅니다. 차세대 리더들처럼 도전장을 던지는 수많은 미디어 스타트업의 기세도 가늠해 봅니다. 이래저래 고민이 깊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그저 머리 숙이고 싶습니다. 독자 여러분,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날마다 행복한 날 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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