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고보조금 횡령으로 고발된 영화촬영협회의 ‘사유화’ 논란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0.10.26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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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임기 끝났지만 사퇴 않는 협회 이사장과 이사진
국고보조금 횡령에 협회는 빚더미
자기가 추천해 자기가 받는 ‘셀프 추천’ 논란도
‘사유화’ 논란에 휩싸인 조아무개 이사장이 지난 2019년 황금촬영상 시상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한국영화촬영감독협회 홈페이지
‘사유화’ 논란에 휩싸인 조아무개 이사장이 지난 2019년 황금촬영상 시상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한국영화촬영감독협회 홈페이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국제 영화제를 휩쓰는 등 한국 영화가 101년 역사로 전성기를 맞은 분위기지만, 영화 촬영감독들이 모인 사단법인 한국영화촬영감독협회(촬영협회)는 이사장 등 일부 이사진의 ‘사유화’ 의혹으로 내홍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산다. 조아무개 이사장과 이사진은 임기가 2년 전 종료됐지만 여전히 직을 유지하고 있다. 또 국고보조금 횡령 등 투명하지 못한 협회 운영을 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상태다.

촬영협회는 1945년 ‘대한영화협의회’로 시작돼 지금의 문화관광체육부 소관 사단법인으로 발전한 전통 있는 단체다. 영화 촬영감독들의 친목 도모는 물론 1977년부터 매년 감독, 배우, 촬영감독 등 영화인들에게 수여하는 황금촬영상을 집행하기도 하며 영화계의 발전을 위해 힘써왔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협회 내에서 사유화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한 건 지난 2018년이다. 2012년 취임한 조 이사장은 협회 정관 제3장 16조 ‘임원의 임기는 3년으로 하고 1차에 한하여 연임할 수 있다’는 내용에 따라 연임 포함해 임기가 6년으로 2018년 임기를 마쳐야 했다. 그러나 조 이사장을 포함한 이사진이 임기가 끝난 이후에도 퇴임이나 차기 지도부 선임 절차를 밟지 않아 반발이 일었다.

이와 함께 조 이사장 임기 동안 이사진이 협회 운영을 매우 독단적이고, 방만하게 해왔다는 여러 의혹들이 터져 나왔다. 먼저 횡령 의혹이다. 회계 내역에 세부 내용이 제대로 적혀 있지 않는 등 용처가 불분명한 사례가 대부분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매년 채무가 늘고 과도한 예산 사용으로 협회 재정 상황도 심각한 적자 상태로 의심된다. 

조아무개 이사장의 보조금 부적정 회수 및 유용·횡령 혐의에 대한 영화진흥위원회 고발장 내용.
조아무개 이사장의 보조금 부적정 회수 및 유용·횡령 혐의에 대한 영화진흥위원회 고발장 내용.

게다가 조 이사장은 국고보조금 3940만원에 대한 보조금 부적정 회수 및 유용·횡령 혐의로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고발당한 상태다. 수회에 걸쳐 ‘견적 부풀리기’를 통해 업체로부터 일부 금액을 돌려 받았고, 이후 용처를 밝히지 않았다. 또 실제 거래한 업체가 아닌 다른 업체의 세금계산서를 허위 증빙해 적발되기도 했다.

이사진의 ‘셀프 추천’ 논란도 문제가 됐다. 2017년 황금촬영상 시상식에선 한 심사위원의 작품이 최우수상인 촬영상 금상을 받았다. 모든 심사위원은 이사진이 선정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셀프 추천 및 심사하게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이와 비슷하게 자격에 맞지 않는 이를 심사위원으로 선정한다거나, 조 이사장 스스로가 다른 영화제의 심사위원으로 본인을 추천하는 등 논란 사례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모 예술재단에서 가정환경이 어렵고 성적이 우수한 촬영협회 자녀에게 수여하는 장학금을 조 이사장 두 자녀가 협회의 추천을 받아 2013년과 2015년에 각각 받았다. 당시 회원들에겐 장학금에 대한 정보가 알려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셀프 추천이었던 셈이다. 이사진이 협회를 본인의 이익을 위해 이용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조 이사장 및 이사진은 2019년 6월 임기 문제 등과 관련 정리를 위해 총회를 열어달라고 요구한 회원 9명을 강제 제명했다. 제명당한 회원들은 법원에 제명 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9월 이사회의 제명 결정에 대한 무효 처분을 받았다. 재판부는 제명 결정이 이뤄진 이사회에 참석한 조 이사장 등 이사진이 정관에 따라 임기가 이미 끝난 상태였으며, 불분명한 제명 사유 등으로 인해 절차상 하자가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소관 부처인 문체부는 지난 2019년 10월 촬영협회에 대해 법인 사무 검사 협조를 요청하고, 총회 및 이사회 운영 현황, 기본재산 현황 등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촬영협회 측은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유화 논란에 대해 조 이사장은 시사저널과 통화에서 “이사회를 다 열어서 결정들을 했기 때문에 사유화가 아니다”라며 “힘들어진 협회를 가지고 더 (이사장을) 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원래 관둘 생각이었는데, 여러 가지 사건들이 붙어 있어서 해결할 때까지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촬영협회는 이사진과 제명됐던 회원들 간에 고소·고발이 오가며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명 회원 대표인 성종무 감독은 “이사회는 다 끼리끼리 같은 편이고, 반발하는 회원들을 일방적으로 제명해버렸다”며 “조 이사장이 말로는 수도 없이 사퇴한다고 했지만 하지 않고 계속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성 감독은 “역사와 전통이 있는 협회가 다 죽어가는 상황에 가슴이 아프다"며 "협회의 정상화를 위해 조 이사장 및 이사진의 사퇴가 필수적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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