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크라운’의 영광, 올해는 김세영이 이을까
  • 안성찬 골프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1.08 15:00
  • 호수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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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고진영 이어 ‘LPGA 3관왕’ 위업에 도전…얄궂게도 박인비 제쳐야 가능

올 시즌엔 누가 고진영의 영광을 재현할까. 고진영은 지난해 LPGA(미국여자프로골프)투어에서 올해의 선수상을 비롯해 상금왕·최저타수상을 싹쓸이하며 한국 선수 최초로 3관왕을 달성했다. LPGA ‘명예의 전당’에 오른 박세리와 박인비도 이루지 못했던 트리플크라운이다. 과연 올해도 3관왕의 주인공이 탄생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주인공은 영광스럽게도 다시 한번 한국 선수의 차지가 될까. 

(왼쪽)김세영 선수·박인비 선수 ⓒ연합뉴스

김세영, US오픈에서 다시 빨간 바지의 마법 부려야

현재 김세영이 그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올해 남은 LPGA투어 대회는 현재 4개. 팰리컨 위민스 챔피언십(11월19~23일, 총상금 150만 달러), 발룬티어스 오브 아메리카 클래식(12월3~7일, 총상금 175만 달러), US여자오픈(12월10~14일, 총상금 550만 달러),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12월17~21일, 총상금 300만 달러) 등이다. 이 중 김세영이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 꿈의 3관왕에 오를 수 있다. 11월12일 현재 김세영은 올해의 선수와 상금랭킹에서 박인비와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 최저타수에서는 68.391타로 김세영의 1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지난해 3관왕이자 세계여자골프랭킹 부동의 1위인 고진영이 코로나19로 인해 현재 국내에 머무르며 KLPGA에서만 뛰는 상황에서 김세영과 박인비가 LPGA에서 선전하고 있다. 2015년 루키였던 김세영은 올해 10월 LPGA 메이저대회인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처음으로 ‘메이저 퀸’에 등극했다. 여세를 몰아 김세영은 현재 최저타수 1위에 이어 상금랭킹 2위, 올해의 선수 3위에 각각 올라 있다. 박인비는 2월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에서 1승을 챙기는 등 꾸준한 성적으로 현재 올해의 선수와 상금랭킹 1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최저타수에서는 5위에 머물러 1위 등극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LPGA투어는 당초 33개 대회를 치를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큰 차질을 빚었다. 결국 절반의 일정이 취소된 채 16개 대회만 치르게 됐다. 특히 미국에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 탓에 LPGA투어에서 활약하던 한국의 톱랭커들은 대부분 귀국했다.  

2월을 끝으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개점휴업에 들어갔던 LPGA투어가 7월말 재개된 이후에도 고진영을 비롯해 박인비·김세영·박성현·김효주·이정은6·유소연 등 세계 톱랭커 한국 선수들은 국내에 머무르며 KLPGA투어 대회에 참가했다. 대회 위상이 높아진 KLPGA투어에서만 좋은 성적을 거두어도 세계랭킹 점수 획득에서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었다. 11월1일 KLPGA투어 SK네트웍스·서경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올 시즌 처음 우승한 장하나는 국내 우승으로 세계랭킹이 34위에서 25위로 단숨에 9계단이나 뛰어올랐다. 세계랭킹은 내년으로 미뤄진 도쿄올림픽의 국가대표 선발 기준이 된다.

다만, LPGA 대회 불참은 올해의 선수 등 LPGA 랭킹에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한국 선수들이 빠진 틈을 타 한국계 미국 국적인 다니엘 강과 일본의 하타오카 나사 등이 상위 랭킹을 주도했다. 그러나 8월부터 다시 미국 무대에 복귀한 김세영과 박인비가 10월 메이저대회인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나란히 1·2위를 차지하는 등 뒤늦게 코리안 파워를 발휘하면서 판도를 단숨에 바꿔놓은 것이다.   

현재 최저타수 1위…올해의 선수·상금왕에서 박인비 맹추격

올해의 선수 포인트는 대회마다 1위 30점, 2위 12점, 3위 9점… 이런 식으로 10위까지 선수들에게 점수가 주어진다. 메이저대회는 일반 대회보다 2배의 점수가 부여된다. 꾸준한 성적이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메이저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 올 시즌 2개의 메이저대회에서 2위와 4위를 차지한 박인비가 90포인트로 현재 이 부문 1위를 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2위는 올 시즌 2승을 거둔 다니엘 강(87점)이다. 현재 76점인 김세영이 3위인데, 남은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3위 이내에만 들어도 단숨에 18점 이상을 획득해 역전에 성공할 수 있다. 

상금랭킹에서는 박인비가 106만6520달러로 1위에 올라 있는 가운데 김세영이 90만8219달러로 2위, 다니엘 강이 86만7465달러로 3위를 마크하고 있다. 역시 1·2위 격차가 크지 않아 우승 한 번으로 언제든지 뒤집어질 수 있다. 최저타수는 김세영이 68.391타로 1위, 하타오카 나사가 69.355타로 2위, 브룩 헨더슨(캐나다)이 69.360타로 3위에 각각 올라 있다.

남은 4개 대회 가운데 역시 US오픈과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이 관건이다. 특히 US여자오픈은 메이저대회인 데다 상금이 최고여서 우승 여부에 따라 타이틀이 오가기 때문에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선수들 간 치열한 샷 대결이 불가피하다. 우승자는 상금 100만 달러뿐 아니라 올해의 선수 포인트도 60점이나 가져간다. 

올해로 75회를 맞는 US여자오픈은 12월10일부터 13일까지 미국 텍사스 휴스턴의 챔피언스 골프클럽에서 무관중으로 개최된다. 한국 선수들은 현재 한국에 머무르고 있는 디펜딩 챔피언 이정은6과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을 비롯해 김세영, 박성현 등 무려 33명이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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