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文정부, 이제 한반도 운전대 제대로 잡아야
  •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1.06 14:00
  • 호수 162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바이든 시대 대북정책, 문재인 정부가 움직일 여지 다소 넓어질 듯

결국 우여곡절 끝에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됐다. 트럼프 시대에서 바이든 시대로의 전환에 따라 한반도 문제의 전면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복원·성공시키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향후 새 백악관 주인과 어떻게 협력을 도모할 것인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게 됐다.

바이든은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를 크게 변화시킬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북핵 정책 추진에 워싱턴이 신속히 호응해 시너지 효과가 발휘될 수 있도록 하려면 사전에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러자면 대북정책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과 태도, 정책을 전망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바탕 위에서 기회적인 요소는 선용하고, 도전적인 요소는 잘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

2001년 8월11일 청와대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연방 상원 외교위원장과 김대중 대통령이 악수하며 웃고 있다. ⓒ연합뉴스

바이든, 김정은과의 만남에 나설 수도

먼저 기회적인 요인이다. 첫째, 바이든은 동맹국인 한국과의 협력을 좀 더 중시할 것이다.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동맹 및 우방과의 관계를 중시하므로 한국과의 협의를 중시하고 입장을 경청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의 대북정책이 미국의 국익에도 이득이라는 점을 잘 설명하면 우리 입장과 정책을 미국의 정책에 반영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

둘째,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향상될 것이다. 독단적이고 즉흥적인 트럼프보다 바이든은 전문관료와 실무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제도를 중시하는 성향이다. 그러므로 미국의 정책을 예측하기 쉬워질 것이다. 트럼프는 실무자 간 협상 결과를 막판에 뒤집은 경우가 많았는데, 바이든은 실무자 간 협상을 더 존중할 것이므로 한·미 간에 좀 더 원활한 협력이 기대된다.

셋째, 대북제재를 탄력적으로 운용할 가능성이 커져 한·미 공조가 수월해질 수 있다. 바이든의 대북정책 기조가 ‘제재와 대화 동시 추진’이지만, 북한이 비핵화를 약속하면 제재를 융통성 있게 활용해 비핵화를 진척시킬 용의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부통령으로서 2015년 7월 이란 핵 합의를 타결시킨 데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당시 이란과의 합의가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과 독일이 인내심을 가지고 이란과 다자협상을 거쳐 상호주의적인 관점에서 체결됐던 점으로 볼 때 향후 북한과의 핵 협상에도 이를 적용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이 과거 협상에서 인내심을 보이고 다자협상도 수용하며 협상 상대방의 입장도 감안해 타협한 경험을 살려 북한과도 자신 있게 협상에 나서고 합의도 전향적으로 도출할 가능성이 있다.

넷째, 합목적적 사고에 의거해 북·미 정상회담에도 용의를 보일 것으로 본다. 브라이언 맥키언 외교정책 고문에 따르면 “바이든은 비핵화 목표로 나아가게 하는 실제적 전략의 일환이라면 김정은을 만날 의향이 있다”고 했다.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장에서 만난 김정은과 트럼프 ⓒ싱가포르 정부 제공

새 행정부, ‘오바마 3기’ 아닌 ‘클린턴 3기’ 되도록

반면 문재인 정부가 극복해야 할 도전적 요소들도 존재한다. 첫째, 북·미 협상이 지연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바이든은 신임 대통령이고 트럼프의 정책에 반감을 갖고 있으므로 대북정책도 원점에서 재검토할 가능성이 큰 데다 국무부 등 내각 구성에 거의 반년이 소요될 것이므로 내년 상반기까지 북·미 협상이 제대로 개시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미국 국내에 코로나19 확산, 인종 갈등, 트럼프 정책의 여파로 인한 대내 갈등 고조, 경제 회복 등 과제들이 산적해 있어 북핵 문제가 뒤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둘째, 바이든과 북한 간 불신이 심하다. 바이든은 트럼프와 김정은의 잦은 만남에 대해 비핵화에서는 아무 성과를 얻지 못한 채 ‘살인자 폭군’을 고립에서 탈출시켜준 것이라고 비판해 왔기 때문에 북한의 원성을 들었다. 더구나 양측 간에 거친 폭언이 오갔다. 양측 간 신뢰가 조성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셋째, 북한의 도발로 북·미 관계가 파열될 수도 있다. 바이든은 집권 초기에 일단 대북제재를 유지한 채 다른 문제에 전념할 가능성이 크다. 오바마 행정부 초기처럼 북한은 미국의 주목을 끌고 대미 협상력 강화를 위해 SLBM이나 중장거리 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수 있는데, 바이든이 이에 격분해 강경조치를 취해 북·미 관계가 긴장 국면에 빠지거나 또는 오바마처럼 ‘전략적 무시’를 대북정책 기조로 채택하면 북·미 협상은 멀어질 우려가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로서는 북·미 양측에 대해 능동적이고 설득력 있는 외교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먼저 바이든 행정부가 ‘오바마 3기’가 아닌 ‘클린턴 3기’가 되어 최대한 빨리 실무회담 또는 특사 파견을 통해 정상회담까지 실현하도록 주선해야 한다. 시간이 우리 편이 아니므로 임기 초기부터 대북 관여가 필요함을 설득해야 한다. 바이든이 북핵 문제를 후순위로 미룰 경우 북한은 도발할 가능성이 큰데, 이는 한반도 정세를 긴장시키고 신임 대통령으로서 바이든의 위신과 지도력을 약화시키며 북핵 문제 해결을 요원하게 할 수 있다.

2009년 오바마 행정부 초기에 불량국들과도 “직접적이고 대담한 대화”를 시도하겠다는 진보정치인이 대통령으로 당선돼 미국이 북한에 특사를 보낸다는 예상이 나돌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북한에 별 관심을 주지 않자 평양은 그해 4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연이어 5월 핵실험을 감행했다. 이러한 교훈을 반면교사로 삼아 바이든 임기 초기에 북한에 대한 관여를 바로 시작해야 한다는 설득이 필요하다.

특히 트럼프가 한 약속이긴 하지만 2018년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의  ‘6·12 선언’ 존중 의사를 보이라고 설득해야 한다. 이 선언에 미국이 바라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담겼으므로 이를 존중한다고 함으로써 북한이 궁극적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해야 하는 의무가 있음을 확보할 수 있다.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못 보고 이후 북핵 문제가 방기돼 결국 트럼프는 북한의 핵 능력만 강화시켜준 나쁜 결과를 초래했다는 바이든의 평가를 활용해야 한다. 북핵 협상이 재개되고 성과를 거두려면 현실적으로 단계적 합의와 이행을 통해 신뢰를 증진하고 추가 합의 후 이행하는 과정을 몇 번 반복하면서 상호주의와 동시행동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설득해야 한다.

끝으로 정부는 모든 채널을 가동해 북한의 도발을 억지해야 한다. 북한이 만일 섣불리 도발할 경우 바이든이 본보기를 삼는다는 차원에서 강력 대응하거나 오바마 행정부 때처럼 북한에 고통을 주었던 ‘전략적 인내’ 정책을 채택할 수 있으므로, 이는 어느 경우든 북한에 불리할 것이라고 설득해 북의 도발을 최대한 억지해야 한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