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2011’된 서울시장 선거판…10년 전과 다른 점은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1.2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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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국민의힘 대진표 확정, 공수는 뒤바뀌어
보궐선거 결과 따라 정계개편 급물살 탈 듯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까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여야의 대진표가 확정됐다. 여권의 박영선 장관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야권의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구도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얽힌 인사들 모두가 출격하는 셈이다. ‘어게인 2011’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거물급 인사들이 맞붙는 선거라, 정치권의 이목은 서울시장 보선판에 쏠려 있다.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정계 개편의 향방이 가려질 전망이다. 10년 전 선거는 야권단일화의 영향으로 당시 야권이었던 민주당의 승리로 끝났다. 선거에서 패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은 울며 겨자 먹기로 지도부 총 교체를 단행한 바 있다. 올해 선거는 어떻게 펼쳐질까. 

ⓒ 연합뉴스
오는 4월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 왼쪽부터 박영선 전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 연합뉴스

민주vs국민의힘, 공수 뒤바뀐 보선…젠더이슈 부각

올해 서울시장 보선과 2011년 당시 선거의 가장 큰 차이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처지가 뒤바뀌었다는 점이다. 10년 전에는 국민의힘이 여권이었고, 현재에는 민주당이 여권이다. 서울시를 지켜내느냐 탈환하느냐를 둘러싼 공수가 달라진 것이다. 2011년에는 오세훈 전 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관련 사퇴때문에, 2021년에는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의 성비위 때문에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됐다.

자연스레 선거판을 지배하는 이슈도 바뀌었다. 2011년에는 무상급식 논란이 촉발한 보편 복지 이슈가 선거판을 지배했다면, 2021년 보궐선거 판에서 부각 된 이슈는 젠더 문제다. 전임 시장의 성추행 사건과 더불어 선거를 3달 앞두고 진보 정당인 정의당에서도 당 대표의 성추문 사건이 불거지면서 논란의 불씨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들이 성범죄 대책을 부동산 공약에 준하는 수준으로 내놓고 있는 만큼, 젠더 이슈는 선거 막판까지 계속 소환될 전망이다. 성범죄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여성 후보가 유리하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2011년 9월 여야 정당 밖 인사인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왼쪽)와 안철수 서울대 대학원장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에 합의하며 정치권에 신선함을 안겼다. ⓒ시사저널 임준선
2011년 9월 여야 정당 밖 인사인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왼쪽)와 안철수 서울대 대학원장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에 합의하는 모습 ⓒ시사저널 임준선

얽히고설킨 후보들의 ‘원죄’…여성 후보 각축전

이번 선거에 도전장을 내민 후보들의 면면은 똑같지만, 10년의 세월 동안 상황은 바뀌었다. 공교롭게도 다섯 후보 모두 상대 진영에 정권교체의 빌미를 줬다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위치에 있다. 이러한 ‘원죄’가 후보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만큼, 섣불리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선 여권에서는 박영선 전 장관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여성 후보이자, 문재인 정부의 장관을 지낸 실세였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박원순 사건’을 둘러싸고 야권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박 전 장관이 박원순 사건의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비판이 커지자 박 전 장관은 부랴부랴 출마 선언을 한 당일에서야 박원순 사건에 대한 언급을 내놓았다. “피해자에게 당연히 사과해야 하고, 민주당이 책임질 건 책임져야한다”면서다. 다만 이마저도 출마선언문에는 담기지 않았고, 당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왔다. 다른 야권 후보들과 달리 성범죄 대책 관련 공약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의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같은 이유로 우상호 전 의원도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중진이었다는 점에서, 박원순 사건의 원죄에서 자유롭지 못한 편이다.

야권에서 주목받는 후보는 나경원 전 의원이다. 나 전 의원은 여성으로서의 강점과 2011년 보선에서 ‘구원투수’로 출마했던 점을 강조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11년 보선의 빌미를 준 오세훈 전 시장과, 민주당에 단일화 물꼬를 터 준 안철수 대표를 동시에 비판하면서 선거 패배 책임론에 거리를 두는 전략이다. 다만 2019년 원내대표 시절 ‘패스트트랙 충돌’ 국면을 초래했다는 점은 여전히 악재로 남아 있다. 

무엇보다 10년 전과 달라진 점은 안철수 대표의 역할이다. 2011년 보선 당시 민주당 편에 섰던 안 대표는, 2021년에는 국민의힘과의 단일화를 주장하고 있다. 10년 전에는 자리를 박원순 전 시장에게 양보했지만 이번에는 마중물 역할을 포기하고 직접 플레이어로 나서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일단 안 대표는 기호 4번으로 보선판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3월 이후 국민의힘과 전격 단일화에 성공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2011년 단일화로 정치권에 파란을 일으켰던 안 대표의 시나리오가 다시 한 번 펼쳐질 수 있다. 

2019년 7월1일 나경원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왼쪽)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악수하는 모습 ⓒ 연합뉴스
2019년 7월1일 나경원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왼쪽)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악수하는 모습 ⓒ 연합뉴스

대선전초전에 사활 건 與野…정계개편 탄력받나

한편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정계개편 논의가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후반인 소위 ‘레임덕’ 기간에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승패에 따라 정부여당의 국정 동력이 회복되거나 상실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7일 발표한 ‘2021 올해의 이슈’를 통해 “이번 선거결과에 따라 내년 대선전망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여당은 물론 야권에서도 승패에 따라 정계개편과 대선구도 조정 요구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2011년 선거에서는 한나라당의 선거 패배 이후 홍준표 당시 당 대표가 사퇴하고 박근혜 비대위가 출범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박원순, 안철수의 정계 진출 계기가 됐다. 같은 시나리오를 2021년에 적용한다면,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패할 경우 지도부 개편은 물론 이낙연 당 대표를 주축으로 한 대권 구도도 수정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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