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와 배신, 반전 거듭되는 임효준 선수 귀화 파문
  • 유상건 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3.15 11:00
  • 호수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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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첫 금메달리스트의 중국 귀화 파문…성추행 재판 관련 구설수

음모와 배신, 반전이 거듭되는 것이 스파이 영화다. 최근 한국 빙상계에서 이 같은 요소가 모두 얽혀 있는, 영화보다 더 흥미로운 사건이 벌어졌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에이스로 한국을 대표하던 임효준(25)의 중국 귀화가 그것이다. 도대체 쇼트트랙 세계챔피언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필자는 개인적으로 관련 소식을 한밤중에 듣게 됐다. 전달자는 공교롭게도 미국의 모 대학에 재직 중인 중국인 교수. 한때 올림픽을 전담 취재하던 스포츠 기자였던 그가 필자에게 연락해 왔다. 

“마이 프렌드, 잘 지내시는가? 쇼트트랙 한국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중국으로 귀화했다는 소식 들었어?” “못 들었는데….” “한국인들의 반응이 궁금한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임효준이 올림픽 메달플라자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미소 짓고 있다. ⓒ연합뉴스

음모? 풀리지 않는 몇 가지 의문들

임효준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500m에서 1위로 골인하며 한국에 최초의 금메달을 안겼다. 2019년에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000m, 1500m. 5000m 계주 등 금메달 3개를 따내며 종합챔피언에 올랐다. 선수로서 승승장구 중이었고 내년에 열릴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노릴 한국의 대표선수로 꼽혔다. 그러나 2019년 진천선수촌에서 한순간의 실수로 급제동이 걸렸다. 지상훈련 도중, 쉬는 시간에 암벽에 올라가던 후배의 바지를 내려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됐던 것. 지난해 5월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11월 항소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는데, 검찰이 상고해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최종적으로 무죄가 될 수도 있지만, 판결이 뒤집히면 다시 징계가 시작돼 베이징올림픽 출전이 좌절될 상황이었다. 결국 중국으로 귀화해 이미 중국으로 떠났다. 여기까지가 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내용인데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우선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 있던 동료 여자 국가대표 선수는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추행할 의도는 없어 보였다”고 증언했다(물론 그녀는 나중에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지적이 일자 이에 대해 사과했다). 피해를 당한 후배는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해 심리상담을 받았고 수면제를 먹어야 잠을 잘 정도였다고 한다. 수치심과 고통이 상상 이상이었던 것 같다. 그렇긴 하지만 임효준과 후배 선수는 세 살 차이로 오랜 기간 알고 지내왔다. 둘 간의 사적인 친밀도야 알 수 없지만 매니지먼트사와 변호사가 개입하면서 사건이 자신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흘러간 건 아닐까. 아니면 가능성은 별로 없지만 그동안 있었던 극한의 경쟁과 앞으로도 계속될 경쟁의 고통이 알게 모르게 작용했을까.

빙상계에 만연한다는 코치진 간의 알력 관계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또 현재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평창동계올림픽 때 한국팀 감독이었던 김선태씨가 총감독을 맡고 있다. 더군다나 코치는 또 빅토르 안(안현수)이다. 빅토르 안은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전에 러시아로 귀화해 소치올림픽에서 러시아의 영웅이 됐기 때문에 묘한 기시감이 드는데, 이 둘은 이번 귀화와 관련해 어떤 역할도 한 바 없다고 알려졌다. 그렇다면 중국 내에서 이 모든 정황을 알고 있던 어느 전지전능한 전략가가 모든 것을 조종했단 말인가.    

2018년 2월11일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금메달리스트인 임효준이 은메달(네덜란드), 동메달(러시아) 수상자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연합뉴스

배신? 아무도 몰랐던 귀화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임효준이 첫 번째 금메달을 따내자 “일곱 번의 부상을 딛고 금메달을 목에 걸게 된 것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나머지 경기에도 팀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축전을 보냈다. 이에 임효준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가 일곱 번의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언급해 주시지만 저는 오히려 부끄럽습니다. 매일 하루하루 저의 훈련보다 힘든 일을 하시고, 지금도 곳곳에서 묵묵히 일하시는 대한민국 국민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분들을 대신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고 생각합니다”고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여기까지가 대통령과 선수 간의 아름다운 스토리. 당시 한 네티즌이 표현했듯이 ‘대통령님 말씀도 금메달, 답변도 금메달’인 셈이다.

그러나 임효준이 ‘린샤오쥔’으로 불리며 중국 대표팀으로 뛰기 위해 귀화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드라마는 궤도를 이탈했다. 물론 일부 네티즌은 연금과 병역 혜택을 운운하며 격렬한 비난에 나섰고, 일각에서는 어차피 한국에서 선수로 뛸 수 없다면 자신의 꿈을 향한 선택을 두고 과도히 비난할 것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예상했던 ‘뜨거운’ 반응도 있고 예상보다 훨씬 ‘차분한’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실망감을 넘어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는 것이 당연해 보이기는 하다. 

 

반전! 아무도 알 수 없는 귀화의 결과

그렇다면 귀화까지 감행하며 중국 국적을 택한 임효준은 과연 자신의 희망대로 내년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을까. 한국 언론은 쉽지 않으리라고 전망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헌장(제41조 2항)이 국적을 바꾼 선수가 다른 나라 대표선수로 뛰기 위해서는 마지막 대회일로부터 만 3년이 지나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효준의 마지막 한국 대표 경기는 2019년 3월에 열린 세계쇼트트랙선수권대회였고, 베이징동계올림픽은 3년에서 한 달이 모자라는 2022년 2월 끝난다.

대한체육회가 동의하거나 IOC가 승인하면 출전이 가능하지만 예단할 수 없다. 자칫 한국에서 무죄가 나기를 기다렸다 국가대표가 되는 것보다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대한체육회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동의할 수도 있지만 ‘한국팀의 사기도 고려해야 하고 메달 전략도 고려해야 하는’ 사안이라 속단할 수 없다. 이래저래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는 ‘스파이 감성의 올림픽 드라마’인 셈이다.

다시 앞서 소개한 그 중국인 교수와 필자가 나눈 대화의 뒷부분이다. “유 교수,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에 누가 한국 코치를 소개해 줬는지 알아? 내가 연결해 줬지” “그래? (시큰둥하게) 돈 좀 벌었겠는데?” “한 푼도 못 받았어. 은혜를 모르는 놈들이지. 그나저나 이상해. 중국에서 정보를 통제하는 것 같아. 중국과 한국 사이의 일이라면 지금쯤 여기저기서 논쟁이 벌어지고 난리가 나야 할 텐데 이상하게 조용해. 중국의 공식 입장이 없는데 무슨 생각들인지 알 수가 없어.” “일반 국민들이 뭐라고 하는지 궁금하군.” “(중국) 사람들은 아주 행복해하는 것 같아. 중국은 최근에 쇼트트랙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고, 재능 있는 선수도 없어. 그런데 이번에 한국 선수를 이용해 손 안 대고 한국을 이길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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