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바이든 행정부, 접촉시도 있었다…계속 무시”
  • 변문우 디지털팀 기자 (sisa4@sisajournal.com)
  • 승인 2021.03.18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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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등한 분위기 조성돼야…싱가포르·하노이 같은 기회 없을 것” 경고
북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연합뉴스
북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연합뉴스

북한이 "미국 측에서 여러 경로로 자국에 접촉을 시도했다"고 주장하며 "대북 적대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우리는 이를 계속 무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국무·국방장관의 방한 일정에 맞춰 입장을 전한 것으로 보인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18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내고 "이미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조·미(북·미) 접촉이나 대화도 이루어질 수 없다"며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미국의 접촉 시도를 무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제1부상은 미국이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 2월 중순부터 여러 경로로 접촉해왔다면서 "합동군사연습을 벌여 놓기 전날 밤에도 제3국을 통해 우리가 접촉에 응해줄 것을 다시금 간청하는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말했다. 그는 "대화 그 자체가 이루어지자면 서로 동등하게 마주 앉아 말을 주고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며 "우리와 한 번이라도 마주 앉을 것을 고대한다면 몹쓸 버릇부터 고치고 시작부터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미국 행정부가 조 바이든 체제로 바뀐 후 '완전한 비핵화', ‘대북 추가제재’ 등의 발언이 빈번히 나왔다"며 "미국이 북한이랑 대화할 자세가 되어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조치를 비난한 점, 한·미연합 군사훈련 진행 등을 이유로 꼽았다. 이어 "조·미 접촉을 시간 벌이용, 여론몰이용으로 써먹는 얄팍한 수는 스스로 접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싱가포르나 하노이에서와 같은 기회를 다시는 주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미국은 자기들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계속 추구하는 속에서 우리가 과연 무엇을 할 것인지를 잘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미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하리라는 것을 명백히 밝혔다"고 덧붙였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태도를 바꾸는 등 일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북미 간 대화는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최 제1부상의 담화는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한국에 도착한 17일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방한을 두고 최 제1부상은 "미 국무장관이 여러 압박 수단 혹은 완고한 수단 등이 모두 재검토 중이라고 떠들며 우리를 심히 자극했는데 이제 남조선에 와서는 또 무슨 세상이 놀랄 만한 몰상식한 궤변을 늘어놓겠는지 궁금해진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 장관의 방한 중 발언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블링컨 국무장관은 17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을 통해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다른 동맹국·파트너들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계속 함께 노력할 것"이라며 "(북한) 주민과 함께 서서 이들을 억압하는 자들을 상대로 기본권과 자유를 요구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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