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영남루에서 봄을 만나고, 월연정에서 자연과 하나 되다
  • 김완식 영남본부 기자 (sisa512@sisajournal.com)
  • 승인 2021.03.28 14:00
  • 호수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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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시대 새로운 관광지로 급부상한 ‘밀양 8경’

3월의 이른 봄볕이 내리쬐는 밀양강변에 서서 때 묻지 않은 자연 속 역사·문화를 간직한 옛 도시의 고귀함을 느껴보자. 영남루에서는 맑은 강물에 비치는 갖가지 울긋불긋한 봄색을 만날 수 있다. 밀양은 산과 강이 아름다운 천혜의 자연문화 도시다. 충의정신이 깃든 경남 밀양은 표충사·표충비각·대법사 등 사명대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 가는 곳마다 왜란의 전화 속에서 의연한 승리를 이끈 의승장의 정신이 서려 있다. 또 독자적인 문화의 꽃을 피웠던 미리미 동국은 어느덧 밀양 문화와 예술, 영화를 상징하는 이름이 됐다. 하지만 이것으로 만족할 수 없다. 이름마다 ‘밀양아리랑’이 붙은 밀양에서는 값진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금세 찾을 수 있다.

밀양 사람들은 “밀양에는 밀양 8경, 영화·드라마 촬영지, 밀양아리랑대축제 등 볼거리·즐길거리·체험거리가 즐비하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지난해 한국관광 데이터랩 자료를 봤더니, 밀양을 찾은 관광객이 1301만1709명에 달했다. 2019년 1219만3700명보다 81만8009명 늘었다. 경남 18개 시군 중 전년 대비 방문자 수가 늘어난 곳은 밀양을 포함해 의령군·고성군 등 3곳뿐이다. 코로나19 여파를 감안하면 실로 놀라운 수치다. 밀양이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아름다움을 간직한 여행지이기 때문이란 평가다. 

‘청정 영남 알프스 관광매력 도시 조성’을 위한 밀양시의 노력도 한몫했다. 밀양시는 관광산업 기반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밀양 대표 관광 콘텐츠 육성과 권역별 관광 활성화 체계 구축이 핵심이라고 한다. 올해 1월에는 전담 조직도 만들었다. 관광진흥과다. 이 부서는 밀양 관광 6대 분야를 추진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안전한 여행이 부각되면서 밀양 여행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특히 밀양은 길게 시간을 내지 않아도 간편히 다녀올 수 있다. 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졌기 때문이다. 여행지를 고를 때 필수조건인 자연환경도 최상급이다. 밀양의 자연경관은 역사와 어우러져 감동을 선사한다. 코로나19에 지친 시민들이 한적한 도시 여행지를 찾고자 할 때 ‘언택트 여행지’로 밀양이 각광받는 이유다. 밀양시가 ‘마음의 백신’을 내세우며 밀양 힐링 여행지 8곳을 소개했다.

영남루. ©밀양시
영남루 ⓒ밀양시

■ 조선 3대 누각으로 유명한 ‘영남루’

‘조선 3대 누각’으로 꼽히는 영남루(보물 147호)는 밀양의 랜드마크다. 강물 위 높은 절벽에 자리해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영남루는 조선시대 때 밀양군의 손님을 접대하던 부속건물이라 그런지 화려하다. 입구인 일주문에 들어서면 오른쪽에 영남루와 침류각이 눈에 띄는데, 그 사이를 연결한 계단이 독특하다. 밀양강 물에 비친 영남루의 야경은 특히 아름답다. 영남루를 찾으면 주변의 무봉사와 미리미 동국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시례호박소 ⓒ밀양시

■ 절구의 호박처럼 생긴 ‘시례호박소’

백옥 같은 화강암이 수십만 년 동안 물에 씻겨 커다란 소를 이뤘다. 그 모양이 마치 절구의 호박처럼 생겨 호박소라 붙여졌다. 동국여지승람 구연기우소(臼淵祈雨所)에 따르면 “세상에 전하기를 이곳에 옥황상제에게 벌을 받아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하지 못한 이무기가 살고 있으며, 깊이는 헤아릴 수 없고, 가뭄에 범의 머리를 넣으면 물이 뿜어 나와서 곧 비가 되는데, 연못 속에 더러운 것이 들어오면 그것을 씻어내기 위해 조화를 부리기 때문이다”라고 이곳을 묘사했다. 피톤치드 가득한 편백나무길을 지나 새소리·물소리를 들으며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면 백운산에서 흘러내린 계곡물이 만들어낸 경관이 눈앞에 펼쳐진다. 주차장과 가까워 노약자도 부담 없이 오를 수 있어 온 가족이 함께 방문하기 좋다.

표충사. ©밀양시
표충사 ⓒ밀양시

■ 불교와 유교가 공존하는 ‘표충사’

영남 알프스라 불리는 밀양 재약산 기슭에 자리한 표충사는 불교와 유교가 한자리에 공존하는 특색 있는 사찰이다. 주변 산세가 뛰어나고 사계에 따라 수시로 변화하는 아름다운 재약산의 풍광 덕분에 산악인들과 사진 애호가들이 선호하는 명소다. 근처에는 경남에서 가장 큰 놀이터인 우리아이마음숲놀이터와 소나무 향기 가득한 명품 산책길이 있어 체험과 관광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월연정 ⓒ밀양시

■ 자연과 하나가 되는 ‘월연정’

월연정은 밀양강과 단장천의 합류점에 있다. 강변 풍경과 보름달이 떴을 때 월주경이 특히 아름답다. 자연지형을 최대한 이용해 건물을 축조해 그 자체가 자연의 일부가 된 월연정은 용평터널과 강 건너 450년 된 은행나무 단풍 명소인 금시당, 백곡재까지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는 고택 여행의 시작점이다. 무위자연의 삶을 자연 속 정원으로 구현한 이곳에서 답답한 마음을 벗어던지고 자연과 하나가 돼 보는 것도 좋다. 

이팦나무. ©밀양시
위양못 ⓒ밀양시

■ 5월이면 이팝꽃 만발하는 ‘위양못’

위양지는 신라시대 때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축조된 저수지다. 이 저수지 한가운데 작은 섬 5개와 완재정이라 불리는 작은 정자에는 진귀한 나무와 식물들이 식재돼 있다. 어느 곳을 찍어도 동화 같은 풍경에 인생샷 성지로도 유명하다. 5월 하얀 이팝나무꽃이 만발하면, 그 아름다움이 절정에 이른다. 근처에는 블루베리 따기 체험·라벤더 꽃따기 체험 농장이 있어 아이들과 체험하기에도 좋다.

ⓒ밀양시
만어사 ⓒ밀양시

■ 운해와 종소리 나는 경석이 유명한 ‘만어사’

만어사는 해발 674m의 만어산 8부 능선에 위치한다. 이곳은 운해와 종소리 나는 경석으로 유명하다. 비가 갠 날 아침이면 낙동강과 삼랑진, 낮은 산 정상을 전부 덮을 정도로 운해가 넘실거린다. 삼층석탑 바로 앞 폭 100m, 길이 500m 계곡에는 물고기 형상의 바윗돌이 가득한데, 바윗돌을 두드리면 만 가지의 색다른 종소리가 난다고 한다. 직접 가서 두드려 보는 재미를 느껴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종남산 ⓒ밀양시

■ 4월 산 전체가 진달래 물결로 장관인 ‘종남산’

4월 종남산은 산을 붉게 물들이는 진달래꽃과 정상에서 북쪽으로 보이는 삼문동의 밀양강 물돌이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른 봄마다 진달래가 만개해 매년 4월에는 산 전체가 만산홍의 장관을 이룬다. 절정을 이루는 4월 첫째~둘째 주에 찾아가면 더욱 좋다. 짧은 기간 종남산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이라 이 시기에는 밀양 시민뿐 아니라 등산 동호인도 즐겨 찾는다.

표충사. ©밀양시
재약산 억새ⓒ밀양시

■ 한국 최고 억새밭으로 손꼽히는 ‘재약산 억새’

재약산 사자평은 한국 최고의 억새밭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가을이면 이곳 평원 전체가 황금빛 억새로 물든다. 정상 아래 전망대에 서서 드넓게 펼쳐진 평원을 보면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든다. 얼음골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 10여 분 만에 해발 1080고지까지 이동할 수 있다. 이 덕분에 무리하지 않고 영남 알프스의 험준한 산새와 빼어난 경치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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