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아닌 박원순 ‘찬사’에 곤혹…집토끼 잡으려다 역풍 닥칠라
더불어민주당이 ‘집토기 사수’ 전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4‧7 보궐선거에서 야권 후보에 뒤진다는 잇단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들면서다. 이해찬 전 대표와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 여권의 핵심 인사들은 친여 지지층을 향해 거침없는 메시지를 내뱉고 있다. 통상 보궐선거는 투표율이 높지 않은 만큼 진영 결집으로 승산을 높이겠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동시에 지지층을 결집을 시도할수록 중도층의 반감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여권 일각에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재소환하면서 2차 가해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의 당사자인 임 전 실장은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경고에도 박 전 시장 찬사를 이어갔다. 임 전 실장이 박 후보의 발목을 잡는 ‘엑스맨’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한 이유다.
與의 박원순 ‘성비위’ 꼬리표 떼기…박영선은 ‘난감’
임 전 실장은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전 시장 옹호 글을 재차 올렸다. “박 전 시장은 시민의 새로운 요구에 순명한 사람”이라면서다. 전날 “박 전 시장이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 “박 전 시장은 가장 청렴한 공직자”라고 치켜세운 데 이어 두 번째다. 특히 박 후보가 이날 오전 임 전 실장을 향해 “그런 일 안 해줬으면 한다. 도움 안 된다”는 경고성 발언을 들은 직후에도 이 같은 글을 올리면서 논란을 키웠다.
임 전 실장뿐 아니라 최근 여권에선 박 전 시장 재평가 움직임이 꾸준하다. 임 전 실장의 페이스북 글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슬퍼요’를 통해 공감을 표했다. 이전에는 우상호 민주당 의원도 “박원순은 혁신의 롤모델이자 동지”라고 말한 바 있다.
여권 핵심 인사들이 2차 가해 논란을 무릅쓰고 박원순을 소환하는 이유는 지지층 결집을 노린 의도로 풀이된다. 더 나아가 대선을 염두에 두고 박 전 시장에게서 ‘성 비위’ 꼬리표를 떼려는 게 아니냐는 진단이 나온다. 이번 기회에 박 전 시장의 공을 부각시키며 그의 정치적 부활을 위한 밑 작업에 돌입한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여권의 의도와는 별개로, 박 전 시장 재평가 움직임이 오히려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박 후보는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에게 공개 사과하고, ‘피해호소인’ 논란을 일으킨 고민정‧남인순‧진선미 의원을 캠프에서 물러나게 하는 등 곤혹을 치른 바 있다. 이번에도 임 전 실장은 야권으로부터 ‘2차 가해를 멈추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박 후보로선 선거를 2주 앞두고 다시 ‘박원순’ 이름을 선거판에 소환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집토기 잡으려는 이해찬, 중도층 내쫓는다?
박 후보에겐 이해찬 전 대표의 출격 카드도 안심할 순 없는 상황이다. 이 전 대표의 강경한 발언이 중도층의 반감을 사면서 지지율을 떨어뜨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작정하고 마이크를 잡은 이 전 대표는 유튜브를 통해 광폭 행보를 이어가며 강경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 야권 후보를 향해 거침없는 비하 발언을 쏟아내는 가하면 노골적으로 “이길 수 있다”며 지지층을 독려하기도 했다. 그가 출연한 유튜브 영상이 수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친여 지지층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데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전 대표의 강한 발언이 오히려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가 LH 사태와 관련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물타기’란 비판이 일면서다. 이 전 대표는 과거 “서울은 천박한 도시”라거나 “선천적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다”는 비하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이 전 대표의 입김이 강해질수록 역풍을 불러 올 가능성이 커진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제 발 등 찍은 땅 투기 ‘발본색원’…박영선에겐 ‘산 넘어 산’
박 후보의 발목을 잡는 이들은 또 있다. 땅 투기 의혹에 휘말린 민주당 의원들과 정부 인사들이다. 박 후보로선 LH(한국토지주택공사) 특검까지 요구하며 사태를 서둘러 잠재우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정부여당 주요 인사들의 투기 의혹으로 빛바랜 상황이다.
지금까지 본인이나 가족의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것만 민주당 현역 의원 8명(김경만·김주영·김한정·서영석·양이원영·양향자·윤재갑·임종성)에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의 전 보좌관과 송철호 울산시장의 부인 등이 있다. LH 사태를 잡으려던 칼날에 여권 인사들이 줄줄이 걸려든 셈이다. 박 후보로선 LH 사태 국면 전환도 더욱 어려워졌다.
박 후보 측은 일단 오세훈 후보를 ‘MB아바타’로 몰아가고 오 후보의 땅 투기 의혹에 화력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박 후보 본인도 일본에 아파트를 소유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부동산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박 후보는 오 후보의 확장세를 꺾는 것 이외에도 ‘엑스맨’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내부 단속을 철저히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