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경영권 분쟁에 기업사냥 의혹까지…씨씨에스충북방송 잔혹사
초전도체 테마주, 반기문 테마주, 무자본 인수합병(M&A), 주가조작, 경영권 분쟁….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던 씨씨에스충북방송(이하 씨씨에스)이 또다시 내홍에 휩싸였다. 소액주주연대(이하 주주연대)가 인수자로 나선 자산운용사의 투자를 저지하고 나서면서다. 주주연대는 과거 ‘무자본 인수 후 주가조작’ 악몽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불투명한 투자금 출처와 해당 자산운용사를 유치한 이들의 전력이 그 이유다.
투자 유치자의 수상한 전력
씨씨에스는 올해 9월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로부터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진 이후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현 최대주주인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가 방송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최다액출자자 변경 신청 접수를 거부당한 데다, 보유지분 전량 매각 명령까지 받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주주들 사이에선 주권거래 정상화를 위해 최대주주 지위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혁신자산운용이 투자자로 등장했다. 자사 임원 2명을 씨씨에스 이사로 선임하는 조건으로 3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제안이었다. 그런데 정작 주주연대가 혁신자산운용의 투자를 반대하고 나섰다. 자금 출처와 실행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까닭에서다. 실제 혁신자산운용의 보유 현금은 18억원에 불과하다. 올해 8월 이 자산운용사를 인수한 아소비코리아의 자본금도 1000만원 수준이다.
주주연대는 특히 혁신자산운용을 유치한 A씨와 B씨에게 강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A씨는 올해 1월 전 최대주주인 컨텐츠하우스210에 50억원을 지급하고 비밀리에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한 인물이다. 이 계약은 씨씨에스 상장폐지의 단초가 됐다. 한국거래소가 ‘경영권 변경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을 공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올해 5월 씨씨에스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하고 벌점 10점을 부과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씨씨에스는 연간 누적 벌점 15점을 넘겨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 발생으로 올해 6월 주권거래가 정지됐다. 이어 8월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법인에 지정됐고, 9월에는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졌다.
주주연대는 A씨의 전력도 문제 삼고 있다. 28세였던 1995년 서울대 전자공학과 최연소 박사학위를 취득해 화제에 오른 A씨는 1996년 디지털영상 전문업체 3R을 설립해 한때 ‘벤처 신화’로 불리기도 했다. 2002년부터 M&A에 눈을 돌린 그는 현대시스콤 등 3개 기업을 차례로 인수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벤처 신화는 막을 내렸다. A씨가 2004년 기업 인수 과정에서 횡령 혐의가 드러나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2006년 분식회계 및 시세조종 혐의로 징역 3년에 벌금 15억원을 각각 선고받으면서다.
주주연대에 따르면, A씨는 M&A 시장에서 활동하며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지금도 디지털 셋톱박스 전문기업 포티스에서 횡령 사실이 적발돼 재판을 받고 있다. 2017~20년 포티스 자금을 페이퍼컴퍼니에 선급금 명목으로 지급하는 등의 방식으로 총 666억원을 횡령한 혐의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금융) 업체 탑펀드 사기 사건에서 피해자들로부터 ‘설계자’로 지목받기도 했다. 탑펀드는 연 15%의 수익을 낼 수 있다며 2200여 명으로부터 1263억원을 모집했다. 그러나 탑펀드는 투자금을 지급보증사를 통해 빼돌린 뒤 돌연 폐업했다. 탑펀드의 지급보증사는 포티스였다.
A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B씨도 자본시장을 무대로 삼아온 인물이다. 그는 주로 세력들의 표적이 돼 상장폐지가 확정된 기업을 저가에 인수한 뒤 전임 경영진의 불법행위를 찾아 고소하거나 남은 자산을 정리하는 등의 방식으로 영업활동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2014년 배우 배용준씨를 고소한 고제가 그의 ‘작품’으로 꼽힌다. 당시 B씨는 배씨가 대주주이던 고릴라라이프웨이가 50억원 규모의 홍삼 제품 일본 수출계약을 체결하고 받은 선지급금 25억원을 일본 시장조사 및 유통사들과의 계약 체결 등의 용도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양사의 계약은 고제가 잔금 25억원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해지됐고, 배씨는 고릴라라이프웨이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B씨는 보상을 요구하며 배씨의 자택과 키이스트 본사 등에 현수막을 내걸고 수개월간 피켓시위를 벌였다.
2010년대부터 주가조작 이슈 연달아 불거져
현재 주주들 사이에서는 무자본 인수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무자본 인수 자체는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그동안 무자본 인수가 주가조작으로까지 이어진 전례가 적지 않아 주주들의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씨씨에스에서는 유독 주가조작 이슈가 많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1999년 개국한 씨씨에스는 HCN충북방송과 충북 유선방송 시장을 양분했다. 한때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에 편입되기도 했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2005년 씨씨에스를 인수한 유홍무 회장은 2012년 주가조작 의혹을 받았고, 2015년에는 씨씨에스가 ‘반기문 테마주’라는 점을 내세워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구속됐다. 씨씨에스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고향인 충북 음성군에 본사를 뒀다는 이유로 일명 ‘반기문 테마주’로 분류된 바 있다.
주가조작 논란은 최근까지 이어졌다. 컨텐츠하우스210은 2023년 11월 씨씨에스를 무자본 인수했다. 인수 대금은 서울 강남과 명동 일대 사채시장에서 조달했다. 두 달 만기에 담보로 씨씨에스 주식 1350만 주를 제공하는 조건이었다. 이후 씨씨에스는 ‘초전도체 테마주’로 주목받았다. 세계 최초로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주장한 권영완 퀀텀포트 대표(현 씨씨에스 대표)를 사내이사로 영입하고 초전도체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하면서다.
이후 씨씨에스 주가는 연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같은 해 11월말 씨씨에스 주가가 돌연 폭락하면서 컨텐츠하우스210은 사채시장에 담보로 제공한 지분을 대량 반대매매 당했다. 그럼에도 ‘남는 장사’였다. 주식 양수도 계약 단가(1472.5원)보다 약 30% 높은 1927원에 반대매매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권 대표가 관여하는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가 무자본 인수 형식으로 씨씨에스 경영권을 넘겨받은 이후에도 주가조작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이는 씨씨에스 상장폐지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씨씨에스를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판단하면서 “권 대표 측과 컨텐츠하우스210 모두 자본시장 투명성을 저해한 정황이 있다. 상호 간 합의서를 체결하고 초전도체 테마로 차익을 실현한 개연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