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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페이지 분량 판결문 입수…인천지법, 18일 50대 남성 B씨에 징역 25년 선고
B씨, 난치병 판정받은 후 정상적 생활 불가…동거여성 A씨 향해 욕설·폭력 남발
병원 치료비·간병 문제로 ‘연락 두절’ 되자 계획 살인 결심 후 피해자에 접근

법원 이미지 ⓒ시사저널 양선영 디자이너·연합뉴스

사실혼 관계에 있던 50대 여성과 50대 남성의 사랑이 비극으로 끝난 것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 아니었다. 남성은 계획적으로 여성을 살해하기 위해 준비했고, 그녀는 조여오는 그의 협박을 피할 수 없었다.

이들이 사실혼 관계를 시작한 것은 2004년이었다. 50대 여성 A씨와 50대 남성 B씨는 2023년까지 이 관계를 유지했다. 그 사이 아들 C군도 낳았다.

평화롭던 가정에 불행이 찾아온 것은 2010년 12월 경. B씨가 근무 중 사고로 왼쪽 무릎인대 수술을 받게 되면서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의 진단을 받은 B씨는 진통제가 없으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하게 됐다. A씨는 B씨를 극진히 돌봤고 그의 치료를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하지만 B씨는 A씨를 향해 욕설과 폭력을 행사했다. A씨에겐 B씨와 만나기 전 양육하던 자녀 3명도 있었는데 이들을 향해서도 B씨는 욕설과 폭력을 행했다. A씨는 헤어짐을 요구했으나 B씨와 재회하는 것을 반복했다.

이들의 관계에 결정타를 날린 것은 B씨가 A씨에게 후라이팬으로 수회 때려 상해를 입히면서다. 이 사건으로 이들은 별거를 하게 됐다. B씨의 병원 치료비 및 간병 문제로 말다툼도 벌이게 되면서 이들의 연락과 만남도 완전히 끊어졌다.

 

동거인 행적 추궁하고자 스무살 아들에게 정보 캐낸 피고인

이후 B씨는 자신의 집을 찾아온 아들 C군에게 A씨의 행적을 추궁했다. 때는 사건 발생 이틀 전인 2025년 4월19일이었다. 

“어머니가 만나는 남자가 누구냐. 네가 애매하게 대답하면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내가 죽거나 셋 모두(피고인, 피해자, 교제 남성)가 죽을 것 같다”는 B씨의 말에 당황한 C군은 “솔직하게 말하면 어머니에게 아무런 위해를 가하지 않을 것이냐”라고 되물었다. 이에 B씨는 “너가 솔직히 말하면 그냥 넘어가겠다”고 답했다.

“어머니가 다른 남자와 통화하는 것을 들었다”는 C군의 대답을 들은 B씨는 다음 날인 4월20일 A씨에게 수차례 전화 및 문자로 연락을 시도했다. 그러나 답이 없자 B씨는 A씨가 자신을 무시하고 다른 남성을 만난다는 배신감과 분노를 느꼈다. A씨가 더 이상 자신을 간호하거나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는 절망감도 느꼈다. A씨가 돌아오지 않을 경우 살해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것도 이때부터다.

사건 당일인 2025년 4월21일. B씨는 A씨의 집 근처에서 대기하다가 산책을 나오는 피해자를 만났다. A씨를 인근 공원으로 데려간 B씨는 CCTV나 차량 블랙박스도 없고 사람이 별로 다니지 않는다는 점에서 범행 발각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했다. A씨를 살해한 후 렌터카를 타고 현장에서 도주하기로 ‘계획’했다. 본인의 집에 있던 24cm 길이의 과도 1개도 ‘준비’했다.

B씨의 “만나는 남자가 누구냐”, “행복하냐”, “그 남자와 함께 살 생각이 있냐” 등의 추궁에 A씨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당신이 그걸 왜 신경 쓰냐”, “당신이 그걸 왜 알려고 하냐”라고 답했다. 

당시 B씨는 A씨와 재결합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주먹으로 A씨의 얼굴을 가격하고 욕설을 퍼부었다. 바닥에 넘어진 피해자가 도망가려고 하자 B씨는 재빨리 과도를 꺼냈다. 이후 6차례 흉기를 휘둘렀다. 잔혹한 그의 범행으로 A씨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재판부 “친아들, 죄책감에 오랜 기간 고통 감내하며 지낼 것”

재판에 넘겨진 B씨는 계획적인 범행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범행 당시 심신미약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B씨가 반성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살인범죄를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뿐만 아니라 B씨의 충동적인 폭력성이 극단적 형태로 표출될 개연성이 적지 않다고도 봤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아래와 결론을 내렸다.

“사람의 생명은 인간 존재의 근원이고 그 자체가 목적이며,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가 수호하고자 하는 최고의 법익일 뿐만 아니라 모든 인권의 전제가 되는 가장 존엄한 가치이다. 살인은 사람의 생명이라는 존귀한 가치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범죄로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 생명을 잃은 피해자의 피해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회복될 수 없다.”

“살인 범죄자에게는 반드시 그 책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따라야 한다. 피고인과의 사실혼 관게 중에 산재 사고로 인해 거동이 불편한 피고인을 돌보며 치료를 도왔으나, 피고인이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피해자와 동거 가족들에게 욕설과 폭력을 행사하여 결국 별거하고 사실혼 관계를 종료하게 되었는데도, 피해자가 자신을 거부한다는 등의 이유로 분노하며 미리 준비한 과도로 피해자를 수차례 찌르는 방법으로 살해했다.”

“피고인의 압박에 못 이겨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교제 사실을 알렸던 피고인 피해자의 친아들 C군은 자신의 행동이 이 사건 범행의 계기가 되었다는 자책감으로 괴로워하며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고, 앞으로도 오랜 기간 계속하여 그러한 고통을 감내하며 지낼 것으로 보인다. (중략)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피고인을 매우 엄중히 처벌함이 마땅하다.”

결국 A씨는 18일 인천지방법원 재판부에 의해 징역 25년을 선고받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10년도 함께 명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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