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주도는 말뿐”…공무원이 주도하는 부산 북항재개발
  • 권대오 영남본부 기자 (sisa521@sisajournal.com)
  • 승인 2021.03.26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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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가 약속한 ‘북항재개발 범시민추진협의회’ 계획도 마련 안해
부산시 북항재개발2단계 구상 조감도 ⓒ부산시
부산시 북항재개발2단계 구상 조감도 ⓒ부산시

지난해 3월 북항재개발 2단계 사업 참여의향서를 제출한 부산시는 7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부산시는 이어 8월 전문가로 구성된 북항재개발 도시·건축 TF(이하 북항TF) 첫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부산시는 시민들이 직접 사업에 참여해 시민이 원하는 북항재개발이 되도록 ‘북항재개발 범시민추진협의회(가칭)’를 구성하는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부산시가 약속했던 ‘범시민추진협의회’는 그동안 단 한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참여의향서를 제출한 지 1년이 지났지만, 협의회 구성을 위한 계획조차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부산시는 2020년 11월 범시민추진협의회 계획수립 및 위촉직 위원 모집, 12월 범시민추진협의회 출범식을 진행하겠다는 일정표를 제시하며 관련 예산을 요구했다. 부산시의회는 ‘사업 추진을 철저히 하기 위해 시민 의견 수립 방안 마련해 보고 후 집행'이라는 단서를 달고 예산 7000만원을 승인했다. 하지만 부산시는 시의회에 제출한 일정을 지키지 않았고, 시민 의견을 반영할 방안도 마련하지 않았다. 시민참여를 보장할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는 이유다.

안일규 부산경남미래정책 사무처장은 “몇몇 공무원이 정보를 독점하며 공무원 주도로 사업을 결정하는 ‘시민-공무원 주객전도의 역설’이 북항재개발 2단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하루 빨리 범시민추진협의회를 상설화하고, 주민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며 부산시를 비난했다.

20차례 진행된 북항TF 논의 과정에서도 시민참여와 시민의 알 권리는 보장되지 않았다. 지역 주민은 북항TF 구성원으로 초대받지 못했다. 논의 내용과 결과도 일부 공무원끼리만 공유했다. 부산시는 시민단체와 부산시의원의 정보공개 청구도 비공개로 일관했다. 부산시는 내부 검토 중이라는 이유를 들며 북항재개발 2단계 실시 계획이 마무리되는 2023년 하반기가 돼야 공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항TF 회의 내용이 공개되면 “참가자들의 솔직하고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저해한다”고 했다.

북항2단계 항만재개발사업 7대 원칙 첫 번째는 '모든 시민에게 열려있는 공공 공간이다.'ⓒ부산시
북항2단계 항만재개발사업 7대 원칙 첫 번째는 '모든 시민에게 열려있는 공공 공간이다.'ⓒ부산시

부산시에 따르면, 북항TF는 북항재개발사업 관련 분야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구성한 것으로 법적 근거가 없다. 회당 최대 180만원가량 회의비가 지출됐고, 올해 추가로 5000만원의 예산이 배정된 회의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에게 의견을 제시하는 정도의 역할만 수행해왔다.

북항재개발 담당 공무원도 자리를 떠나고 있다. 오거돈 시장과 변성완·박성훈 부시장이 직을 내려놨고, 김광회 도시균형재생국장은 상수도사업본부로 자리를 옮겼다. 북항재개발추진단장과 북항TF 담당자마저 교체되면서 사업의 연속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북항TF에 참여했던 한 전문가는 “20차례 TF 운영 도중 북항재개발 담당 국장이 교체됐고, 신임 국장은 회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참여자들이 전문용역 수준의 자료를 만들며 의욕적으로 논의를 했지만, 부산시가 성과물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있다. 내용을 공개하고 공론화하자는 TF 내부 의견도 있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해양수산부 산하 부산항 북항통합개발 추진단은 북항 주변 지자체와 주민이 참여하는 추진협의회를 운영했고, 논의 내용도 공개하고 있다. 부산시의 태도와 대조를 이룬다. 난개발을 막고 시민이 주도하는 북항재개발을 하겠다며 사업시행자로 나선 부산시 행정의 어두운 단면이다. 

해수부 북항통합개발추진협의회에 참여했던 배인한 부산 동구의회 의원은 “북항재개발지역과 원도심 간 경계를 줄이는 게 조망권 침해 등을 당한 산복도로 주민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다. 부산진역과 부산역 구간의 지하화로 북항과 원도심을 수평 연결하는 것이 가장 절실한 보상방법이다”며 북항재개발 과정에서 부산시가 주민을 배려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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