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게 멍부 똑게 똑부 [최보기의 책보기]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thebex@hanmail.net)
  • 승인 2021.03.2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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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상사 유상사》ㅣ김의환 지음ㅣ인터북스 펴냄ㅣ160쪽ㅣ1만3000원

상사병에는 두 가지가 있다. 짝사랑으로 인해 생기는 상사병(相思病)이 있고, 직장 상사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로 생기는 상사병(上司病)이 있다. 둘 다 확실한 치료약이 없는 난치병이다. 전자가 깊어지면 스토커가 되고, 후자가 깊어지면 조직이 망하거나 사표를 내게 된다.

직장 상사(上司)와 관련해 언젠가는 ‘멍부, 멍게, 똑부, 똑게’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기업이나 기관의 리더나 상사의 능력을 비유하는 말인데 조직의 규모에 따라 해석이 조금씩 다를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뜻을 지녔다.

‘멍부’는 ‘멍청하고 부지런한 상사’다. 일머리도 없고 판단력도 제로인데 일 욕심은 많아 사방 일은 다 끌어온다. 능력이 안되니 일만 벌렸다가 뒷감당을 못해 사고 터지기 일쑤라 부하직원들까지 도매금으로 평가절하된다. 가장 같이 일 하기 싫은 최악의 상사다. ‘멍게’는 ‘멍청하고 게으른 상사’다. 멍청해서 부하 직원들이 배울 게 없는데다 게으른 탓에 일 욕심이 없어 부하 직원들도 한가하나 능력을 발휘해 발전할 기회는 오지 않는다.

‘똑부’는 ‘똑똑하고 부지런한 상사’다. 일머리가 뛰어나고 판단도 명쾌해 팀원들이 배울 게 많고, 공도 많이 쌓을 수 있어 좋지만 너무 일에 치이는 단점이 있다. 상사 유형에 따라서는 공을 독차지함으로써 오히려 부하 직원들에게 폐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똑게’는 ‘똑똑하고 게으른 상사’다. 모든 면에서 능력이 출중해 부하 직원들이 배울 것도 많고 기회도 많이 잡는데 게으르기까지 해 ‘똑똑한 광 3점’ 아니면 가져오지 않아 부하직원들이 일에 치이지도 않게 한다. 가장 같이 일 하고 싶어 하는 최상의 리더다.

김의환 신간 《멍상사 유상사》에서 다루는 ‘멍상사’가 멍게, 멍부에 해당되고, ‘유상사’가 똑부, 똑게에 해당된다. 저자 김의환은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정부 중앙부처와 뉴욕 UN본부 등에서 30여년 간 공직자로 근무한 후 퇴임했다. 그가 그 기간 동안 공무원 세계에서 몸으로 겪은, 조직을 망치는 상사와 조직을 흥하게 하는 상사의 유형을 책으로까지 정리한 이유는 우리나라 행정문화와 완연히 다른 UN의 조직문화로부터 받은 충격이 컸기 때문이었다.

무능한 공무원에게 따라붙는 꼬리표가 무사안일(無事安逸)과 복지부동(伏地不動)이다. 그런데 이 꼬리표는 대부분 리더가 유상사냐 멍상사냐에 따라 탈부착이 결정된다. 지금 당신이 공공분야 정책결정에 참여하는 리더(상사)라면 당장 《멍상사 유상사》를 읽기를 권한다. 당신이 건배사로 외치는 ‘개나발’(개인과 나라의 발전)을 위해서 그렇다. 공공기관이 아닌 일반 직장의 상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똑부, 똑게가 복합적 이유로 전문 CEO가 못 되는 경우는 있을지라도 멍게, 멍부가 전문 CEO에 오를 가능성은 동서고금으로 희박하기 때문이다.

저자 김의환이 재직 당시 멍상사였는지, 유상사였는지는 책에 나와있지 않아 알 수 없지만 미사려구나 군더더기 없이 팩트만 간결하게 정리했기에 책은 얇고, 내용도 익숙해 속독가라면 반나절이면 독파 가능하다.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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