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펀드를 실질적으로 운용한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구속)이 “김부겸씨(국무총리 후보자)와는 일면식도 없으며 김부겸씨 사위의 친누나와 학부모 사이여서 자연스럽게 (사위를) 소개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5월6~7일 양일간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김 후보자는 라임펀드 가입 및 환매 과정에서 이 전 부사장으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시사저널은 5월4일 이 전 부사장이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를 입수했다. 라임펀드와 관련해 김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은 사위인 최민석 고려아연 상무 일가가 라임자산운용의 비공개 사모펀드 ‘테티스 11호’에 가입하면서 수수료가 다른 펀드에 비해 낮게 책정됐으며, 환매도 다른 것들에 비해 빨랐다는 것이다. 이 펀드에는 이 전 부사장 본인도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라임펀드 피해자들은 “김 후보자를 상대로 한 맞춤형 로비용 펀드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최창근 고려아연 회장의 아들인 최민석 상무는 2015년 3월 김 후보자 딸과 결혼했다.
이 전 부사장은 편지에서 “친한 형으로부터 최 상무를 소개받았으며, 그(최 상무)의 친누나가 내 아들이 다니는 학교의 같은 학부형이고, (최 상무의) 매형이 세계은행에 근무해 자연스럽게 친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고려아연에서 자신이 운용한 라임펀드에 많이 가입해 이익을 봤다고 밝혔다. 펀드 가입 이유에 대해서도 이 전 부사장은 “최 상무가 개인돈을 넣겠다고 해 친구인 장영준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구속)을 소개해줬다”고 해명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테티스 11호의 판매보수율은 0.04%였다. 1%대인 다른 펀드들과 비교해 수수료율이 낮았다. 이에 대해서도 이 전 부사장은 “운용보수가 1%로 라임 사모펀드의 평균 운용 수수료(0.4%)보다 되레 높다”며 반대로 주장했다. 대신증권의 판매보수가 0%였던 것에 대해서는 “영준이(장영준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가 자기가 영업해서 판 펀드가 아니니 (수수료를) 안받겠다해서 그런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부사장은 자산 중 펀드 가입에 든 돈은 약 80억원이며, 그 중 6억원이 테티스11호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해당 투자금이 환매 요청 후 바로 처리됐다는 것에 대해서는 “초반에는 수익이 났지만 지금은 투자금의 50%가 손실처리됐으며, 다른 펀드와 마찬가지로 현재 환매가 중단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부사장은 “김부겸씨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데 언론이 소설을 쓰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현재 이 펀드에는 최 상무 외에 부인과 아들, 딸이 각각 3억원씩 총 12억원을 가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후보자 역시 라임펀드 가입 경위와 관련해 “딸과 사위가 스스로 가입한 펀드이며, 그 과정에 어떠한 조언을 해준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 “자신의 사위나 딸도 손해를 봤지만 청문회가 끝나면 큰 사회적 민원을 청취한다는 차원에서 피해자들을 만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민의힘을 비롯해 야당은 이 전 부사장을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의 증인으로 신청한 상태다. 법조계에선 이 전 부사장이 실제 증인석에 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 전 부사장은 지난 1월 서울남부지법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수재·사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의 이유로 이 전 부사장에게 징역 15년, 벌금 40억원, 추징금 약 14억원을 선고했다. 이에 이 전 부사장은 현재 “형량이 과하다”며 항소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