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발언에 스텝 꼬이는 인사 정국…野 ‘강행’ vs 與 ‘고심’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5.1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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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장관3인방 이어 김부겸 총리 인준 협상도 불발
왼쪽부터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준영 해양수산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 시사저널
왼쪽부터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준영 해양수산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 시사저널

장관 후보자 3인의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놓고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11일 현재 국민의힘은 김부겸 국무총리 인준안 처리까지 연계하며 지명철회를 강력히 요구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단독처리도 가능하지만 협치가 우선”이라며 시간 벌기에 나섰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사실상 임명 강행 의지를 밝히면서, 여야의 인사청문 정국 해법은 더욱 꼬이는 형국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11시께 김부겸 국무총리 인준안 처리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들은 회동 모두발언에서 “(여당의) 일방적인 독선이 보편화·일상화됐다”(김 권한대행)“거나 ”국난의 시기에 총리 자리를 하루라도 비워놓을 수 없다. 다른 장관 문제에 연계하지 말라“(윤 원내대표)며 날선 발언을 주고받았다. 이들은 이날 오후 2시30분 다시 만나 재협상에 나섰지만, 이견을 좁히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당초 김부겸 총리 후보자에 대해서는 인준안 처리 가능성을 열어두는 입장이었지만,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4주년 회견을 기점으로 ‘비협조’ 모드로 돌아섰다. 문 대통령이 국민의힘을 저격하며 “야당에서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을 문제 삼으면서다. 문 대통령의 해당 발언은 사실상 장관 3인방의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이를 두고 김기현 국민의힘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국민 눈높이에 전혀 맞지 않는 임‧박‧노(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박준영 해양수산부·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트리오에 대해 국민과 야당의 목소리를 외면했다”며 “청문회에서 많이 시달리던 분들이 일을 더 잘한다는 대통령의 오만이 결국 나라를 파탄지경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권한대행은 민주당을 향해서는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한 여당은 대통령이 독선과 아집에 대해서 합리적 견제와 균형 역할을 하기는커녕 도리어 청와대 눈치 보면서 국회의원으로서의 기본 책임조차 내팽개칠 태세”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장관 후보자 3인에 대한 태도 변화 없이는 김 총리 후보자 인준 절차에도 협력할 수 없다는 강경한 태세를 보이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문받고 있다. ⓒ연합뉴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문받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민주당으로선 문 대통령의 개입으로 선택지가 좁아진 상태다. 당초 민주당 내에서는 4·7 재보궐 선거 참패 이후 민심 이반을 우려해 3명의 후보자 모두를 안고 갈 수는 없다는 분위기가 감지됐지만, 문 대통령의 발언 이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인 모습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대야 협상을 이어간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단독 처리도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신현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대한 야당과의 협치를 끌어내겠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며 “야당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장관, 총리 후보자를 빠르게 인준해 국민께 여야가 일하는 국회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무총리 청문 보고서 채택을 국무위원 후보자들에 대한 평가와 연계해 협상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국민의힘은 협상의 내용으로 국무총리 인사특위를 평가하지 말고, 즉각 보고서 채택에 임해주기를 간곡히 촉구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여당 내부에서도 장관 임명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임 후보자와 박 후보자와 관련해 “두 분은 민심에 크게 못 미치고 따라서 장관 임명을 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는 대통령에게 장관 임명 반대를 분명하게 표명해야 한다”며 “더 이상의 논란을 소모적이고 백해무익하다. 대통령과 두 대표는 조속히 합당한 조치를 행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여기에 정의당의 ‘데스노트’에도 임 후보자와 박 후보자의 이름이 올랐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두 후보자를 콕 집어 “능력이 있다고 해도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이 확인된 사람이, 직위를 이용한 범죄 행위와 연루된 사람이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장관이 되기는 어려운 것”이라며 “임명을 강행한다면 이 정권과 여당의 오만을 증명하는 것이고, 국민이 바라는 협치를 흔드는 행위라고 경고한다”고 밝혔다.

한편 문 대통령은 전날 세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시한이 만료됨에 따라, 이날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했다. 기한은 오는 14일까지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대통령은 10일이내 기간을 정해 한 차례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으며 이후에는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장관을 임명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마치고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마치고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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