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 “우리 당 중진들, 희생하는 결기 보여준 적 없어”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1.05.2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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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차기 대선 키워드 ‘경제’와 ‘공정’, 윤석열 입당하면 둘 다 잡을 수 있다”
“유승민·원희룡 안 뜨는 이유? 당에서 한번 밀어준 적 있었나”

김웅이 택해 온 행보는 ‘깜짝’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초, 제1야당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아닌 현역 의원 8석의 새로운보수당 인재 1호로 정계에 입문했을 때도, 총선에서 비례대표가 아닌 서울 송파갑 출마를 결정했을 때도 그는 세간의 예상을 보기 좋게 뒤집었다. 이번에도 그는 당 초선 의원 중 가장 먼저 당권 도전 의사를 밝혔다. 1년 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정치 관행에 의문을 품겠다” 밝혔던 그는 “‘초선은 당 대표에 도전할 수 없다’는 암묵적 룰을 스스로 깼다”고 자부했다. 초선 국회의원으로선 유례없이 차기 총선에 불출마하겠다는 승부수도 던졌다. 당 대표 도전에 개인적 욕심이 섞이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함이다. 선거사무실 대신 ‘움캠(움직이는 캠프)’, 즉 캠핑카를 타고 전국 유세를 다니고 있는 김 후보를 5월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김웅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시사저널 박은숙
김웅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5월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단도직입적으로 ‘왜 김웅인가’ 하는 질문에 어떻게 답변하고 싶나.

“인물이 변하는 것이 곧 당이 변하는 것이다. 가장 예상하기 힘든 사람이 대표가 돼야 국민들도 진짜 변화라고 느낄 것이다. 지금은 김은혜·이준석 등 주자들이 더 나왔지만 초반에는 후보군 중에 당의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이 나뿐이었다. 두 후보에 비해선 중도 확장성이 좀 더 있다고 자부한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결국 중도를 잡는 게 중요한데, 난 노동과 환경 등 이슈에 있어 중도·개혁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차기 대선에서 중도 민심을 공략하는 데 당 대표로서 내가 제격이다.”

2위를 달리던 초반보다 다소 떨어진 여론조사 결과를 어떻게 분석하고 있나.

“퍼스트 펭귄, 즉 가장 먼저 물에 뛰어들어 약 3주 넘게 엄청난 프레이밍을 당했다. ‘김웅을 챙기는 건 영남을 홀대하는 것이다’ ‘뒤에 누가 있다’ ‘김종인 아바타다’ 등. 초반 내 결과는 김웅이어서가 아니라, 새 인물에 대한 열망이 담긴 결과였다. 지금은 당의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나보다 인지도 높은 대체재들이 여럿 나왔고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제 우리 당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게 된 것이다. 내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이러한 변화의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준석 후보가 계속해서 단일화 가능성을 언급한다. 단일화 논의는 진행 중인가.

“준석이(이준석)와는 서로 통하는 게 많다. 우리 둘 다 결정적 순간에서 자기 희생하는 데 크게 두려워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이준석은 내가 본 정치인 중 가장 의리가 있다. 그러나 지금은 개혁그룹의 파이를 최대한 키워야 할 때다. 서둘러 단일화를 얘기하면 어차피 정해진 파이를 우리끼리 나눠 먹는 것에 불과하다. 논의가 이뤄진 건 없다.”

당대표 출마선언문에 ‘낮은 곳’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낮은 곳의 아픔을 더욱 공감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동안 국민의힘이 낮은 곳과 멀었다고 생각하나.

“우리 당은 그동안 어려운 사람들에게 관심 갖는 당이라는 이미지가 없었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가서는 ‘더 열심히 노력하라’고 말한다. 누구나 열심히 뛰는 사회다. 이러한 태도가 공감을 얻을 리 만무하다. 이제 국민은 이념이나 거대담론으로 투표를 하지 않는다. 당장 내 삶을 바꿔줄 수 있는 당과 인물에 마음을 둔다. 이 모습을 못 보여주면 우리 당은 그냥 성공한 사람들이 모여 자기들끼리 즐기는 클럽일 뿐이다.”

‘월 50만원 청년 기본소득’ 제안도 그 일환인가. 당내 반대 여론도 있을 것 같은데.

“기본소득을 비판하는 분들은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줘야지, 물고기를 주면 되냐’고 하는데 지금 청년들에겐 잡을 물고기 자체가 없다. 이미 기성세대가 싹쓸이해갔다. 노를 저어 가서 낚시라도 하려면 그곳까지 갈 수 있게 한 끼라도 챙겨줘야 한다. 저출산 문제는 지난 15년동안 약225조원의 예산을 썼지만 아무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 이 중 일부로 청년들의 정기적인 소득을 보장해주면 된다. 다음 대선에서도 이 기본소득 문제는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다. 이재명 지사가 현실성 없는 기본소득을 얘기할 때, 정말 현실 가능한 얘기로 우리 당이 치고 나가야 이긴다. 그래서 안팎에서 욕을 먹는데도 계속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것이다.”

다음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쉽지 않은 결단이었을 것 같은데 이유가 무엇인가.

“내가 다음 스텝에 대해 욕심이 없다는 걸 확실히 보여줘야 했다. 내가 무슨 결정을 해도 내 욕심에 하는 게 아니라는 믿음을 주고 싶었다. 즉 내 미래가 없다는 걸 보여줘야 했다. 또한 우리 당은 대선에서 이기려면 좀 더 자기 희생하는 간절한 결기를 보여야 한다. 민주당은 나름의 결기를 보여왔다. 지방 험지에 출마하는 인물들이 꽤 있었다. 그러나 우리 당은 중진들이 아무도 험지 출마를 안 했다. 희생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나의 불출마 결정도 지금 그들에겐 불편할 거다.”

국민의힘 신인 당대표 출마자 초청토론회가 5월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정치카페 하우스(How's)에서 열린 가운데, 김웅·이준석 두 후보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국민의힘 신인 당대표 출마자 초청토론회가 5월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정치카페 하우스(How's)에서 열린 가운데, 김웅·이준석 두 후보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홍준표 들어오면 윤석열 못 들어와, 당에서도 알고 있다”

유승민·원희룡 등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이 아직 유의미한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지지율을 끌어올릴 방법은 무엇이라고 보나.

“그분들 지지율이 낮은 이유는 우리 당 중진들이나 스피커들 누구도 그들을 제대로 지원해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려울 때 나서서 그들을 방어하고 밀어준 사람이 없었는데 어떻게 성공하고 지지율이 오를 수 있겠나. 결국엔 그들도 끝까지 잘 다 띄워서 쟁쟁한 경쟁을 촉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오랜 침묵에 대해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의 행보 어떻게 예상하나.

“기다리다 지친 상황은 맞다. 본인도 국민들의 피로감을 알 것이다. 아마 우리 전당대회 끝나면 정치적 행보할 거라고 보고 그래야 한다. 일단 윤 전 총장은 무조건 우리 당으로 들어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갈 곳이 없다.

차기 대선은 결국 ‘경제’와 ‘공정’, 이 두 가지 가치를 중심으로 치러질 것이다. 경제는 우리 당이 뛰어나지만, 공정은 아직 국민 신뢰를 못 얻고 있다. 윤석열 카드가 들어오면 우리는 비로소 양 날개를 얻게 된다. 윤 전 총장은 우리 당 지지층과도 겹친다. 들어올 수밖에 없다.”

대선후보 윤석열의 한계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그의 강점인 공정 이슈는 대선이 다가올수록 중요도가 줄어들 거다. 결국 경제에 더 무게가 실릴 텐데, 먹고사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줄지 윤 전 총장이 확실한 대안을 갖고 나와야 성공할 수 있을 거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역할론에 대해 당에서 찬반이 갈리는데 어떤 입장인가.

“지금까지 우리 당에서 선거 경험이 가장 많고 이긴 경험도 가장 많은 사람이 누군가. 김종인 전 위원장이다. 그럼 데려와야지. 왜 버리려 하나. 어떻게든 선거에서 역할을 하실 거다. 당내 김 전 위원장을 문제 삼고 비판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안 들었기 때문에 우리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긴 거라고 생각한다.”

복당을 신청한 홍준표 의원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고수했는데.

“홍준표 의원이 들어오면 윤석열 전 총장이 못 들어온다. 당 대표 후보들 중 나 빼고 모두가 홍 의원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 홍 의원으로서는 당 대표가 정해진 후 천천히 복당을 신청해도 되는데, 왜 지금 서둘러 복당하려 하는 걸까. 당 대표 되고 나면 당이 본격적으로 대선관리에 들어간다. 홍 의원은 우리 당 대선관리에 도움이 안 된다. 누가 새 당 대표가 되든 홍 의원 복당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게 될 것이다. 홍 의원도 그걸 알고 서두른 것이다. 당에서도 홍 의원이 먼저 들어와 있으면 윤 전 총장이 들어오기 어려울 거라 걸 이제야 인식한 것 같다.”

국민의힘이 내년 대선 승리를 하기 위해 무엇을 꼭 해야 하며, 반대로 무엇을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나.

“우선 정말로 하지 말아야 할 건 ‘막말’이다. 막말로 망하는 일을 결코 반복해선 안 된다. 그 리스크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막말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막말하는지 모른다. 홍준표 의원도 자신은 한 번도 막말한 적이 없다고 얘기하지 않나. 또 막말을 하겠다는 의미다. 이런 걸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반대로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공정한 경선이다. 국민에게도, 경선 참여하는 사람들에게도 신뢰를 줘야 한다. 그래서 100% 국민경선을 해야 한다. 당내 반발이 크겠지만, 그게 우리 당 승리에 주 역할을 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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