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심장 대구서 ‘朴 탄핵 격돌’…이준석 “탄핵 정당” vs 나경원 “즉각 석방”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6.04 09:5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호영, 탄핵 직접 발언 삼가며 상대 후보 약점 공략에 집중
6월3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1 국민의힘 1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 후보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6월3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1 국민의힘 1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 후보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3일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이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보수 텃밭' TK(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전직 대통령 탄핵과 사면 문제를 놓고 충돌했다. 

'박근혜 키즈'로 불리며 정치에 입문한 이준석 후보는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이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정당한 것이었다고 재차 쐐기를 박았다. 

이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 '백인의 미국, 흑인의 미국, 라틴계의 미국, 아시아계의 미국이 따로 있지 않다'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은 다른 생각과 공존할 자신감이 있는가. 내 생각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선한 의도가 있다 인정하고, 그 사람도 애국자라는 것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저는 이 자리에 없었겠지만, 국가가 통치불능 상태에 빠졌기에 탄핵은 정당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생각을 대구·경북이 품어줄 수 있다면 다시는 배신과 복수라는 무서운 단어가 오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지휘했으나 문재인 정부의 부패와 당당히 맞섰던 검사는 위축되지 않고 더 큰 덩어리에 합류해 문재인 정부에 맞서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에 힘을 싣기도 했다. 

그는 전직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서도 "제가 당 대표로 직을 수행하는 동안 공적인 영역에서는 사면론 등을 꺼낼 생각이 없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공격의 빌미를 줄 생각이 없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저의 사사로운 고마움은 다른 방식으로 갚겠다"고 선을 그었다. 

나경원 후보는 연설 앞머리에 두 전직 대통령의 상황을 집중 부각하며 지지층 결집을 자극했다. 

나 후보는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은 전직 대통령을 잘 모시는 것에서 시작된다"며 "당 대표가 되면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을 애걸하지 않고 즉각 석방되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오늘 아침 박정희 대통령 생가에 헌화했다. 통찰력과 결단력 있는 리더십이 그리워진다"라며 "여러분 덕분에 보수 정권 9년이 태어났다. 그러나 늘 양보만 강요당했다. 제가 당 대표가 돼서 그 빚을 갚겠다. 이 지역 출신이 아니어서 더 당당하게 갚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구·경북 신공항의 이름을 '박정희 공항'으로 붙여서 신속하게 추진해보고 싶다고도 했다.

나 후보는 "설익은 밥솥 뚜껑을 여는 리더십이 아니라 안정적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원내 경험이 없는 이 후보를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주호영 후보는 상대의 약점 공략과 자신의 강점 부각에 집중했다. 

주 후보는 연설에서 "국채보상운동, 2·28 민주화운동 등으로 나라의 중심을 잡은 보수의 본산 대구·경북이 지금은 어떻게 됐나"라며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이곳 출신 대통령 두 분이 기약 없이 감옥에 있다"는 말로 이·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을 자극했다.

대구를 지역구로 둔 주 후보는 '영남당 논란'에 대해 "배제론으로 15년째 (영남 출신) 대표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호남당'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보셨나"라고 반문했다.

주 후보는 이 후보를 향해서는 경륜 부족을 들어 "자중지란이 뻔하다"고 했다. 또 연설 후 이 후보의 발언에 대한 생각을 묻자 "'유승민 전 의원과 함께 자기(이준석 후보)를 발탁한 사람을 배신하고 탄핵에 찬성한 것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했다. 나 후보를 향해서는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으로 재판 받는 점을 지적하며 "법정에 매주 나가는데 어떻게 당 경선을 이끄나"라고 직격했다. 

홍문표 후보는 선두권을 달리는 세 후보의 공방 양상을 두고 "정책으로 논쟁해 표를 받으려는 것을 보지 못했다"며 "이전투구를 넘어 패싸움을 한다"고 비난했다. 조경태 후보는 "우리나라가 이만큼 잘살게 된 것은 새마을운동 덕"이라며 "청년을 중심으로 제2의 새마을운동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