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먼저다, 기본이 먼저다 [최보기의 책보기]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6.29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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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의 미래》ㅣ맹명관 지음ㅣ새빛 펴냄ㅣ324쪽ㅣ1만8000원

옛날에 서울이나 지방이나 다방(茶房)이 흔했다. 만남의 장소로 이용하는 대신 커피, 쌍화차 같은 음료를 주문해야 했다. 마땅히 갈 데 없는 남성들이 커피 한 잔 주문하고선 두어 시간 넘도록 노닥거리며 여성 종업원에게 수작이라도 걸라치면 다방 책임자 격인 마담의 구박으로 쫓겨나거나 커피 한 잔을 더 시켜야 했다. 또 다방은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그대 오기만 기다리는’ 연정과 ‘도라지 위스키 한 잔에다 슬픈 뱃고동 소리 듣던’ 문학이 흐르던 곳이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대부분 카페(Café)로 변하고, 마담도 사라지면서 다방은 철 지난 유행가 가사나 요절한 시인이 쓴 시로나 남게 됐다.

세월이 더 흘러 카페는 다시 ‘스벅’(스타벅스)이 됐는데 ‘별다방, 콩다방’이란 별칭이나 ‘빽다방’ 브랜드에 그 옛날 다방의 흔적을 남겨두었다. 23년 전인 1999년 서울 대현동 이화여대 앞에 스타벅스 1호점이 문을 열었다. 인스턴트 커피가 직접 만드는 커피로 바뀌는 순간이었지만 사회는 ‘밥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는 젊은 여성’의 소비문화에 부정적이었다. 스타벅스는 지금 전국 매장 1,500개, 매출 2조 기업으로 성장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스타벅스가 경영난을 겪는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굿즈가 나오는 날은 새벽부터 매장 앞이 장사진을 이루는 것이 문화가 됐다.

《스타벅스의 미래》는 2005년 《스타벅스 100호점의 숨겨진 비밀》을 썼던 마케팅 전문가 맹명관(일명 맹사부)이 스타벅스의 과거, 현재, 미래를 연구한 책이다. 여기서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질문을 하게 된다. 휴식, 공부, 수양, 수련, 통찰(Insight) 등이 독서의 목적이라면 《스타벅스의 미래》는 기업경영 일선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신 없는 변화를 읽음으로써 미래 비즈니스에 대비하는 통찰이나 영감을 얻기 위해 읽을 책이다.

‘전자 게임기 개발사 소니의 라이벌 기업이 운동화를 생산하는 나이키인 것은 소비자를 방안에 있게 할 것인지, 밖으로 나가게 할 것인지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통찰은 이미 고전이다. 전 세계 스타벅스 충전카드에 미리 충전돼있는 현금만 1조 4천억 원이다. 은행으로 치면 수신고, 스타벅스는 이미 커피 회사를 넘어 금융회사를 겸하고 있다. 광고를 하지 않는 스타벅스, 커피를 주문하지 않아도 매장 테이블과 화장실 사용이 자유라 해외여행에 나서는 청년들이 현지 스타벅스 위치부터 알아두는 것, 진동벨 대신 입으로 손님을 부르는 다정한 조직문화 등등은 그저 양념에 지나지 않는다. 《스타벅스의 미래》에서 우리가 취할 것은 그런 양념이 아니라 디지털 공룡들이 벌이고 있는 디지털 혁신(트랜스포메이션)의 현황과 미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식전문가 백종원에 따르면 ‘맛집 성공의 기본은 맛’이다. 친절, 청결 등은 맛이 있고 난 다음 플러스 알파다. 등록회원만 700만 명에 이른다는 스타벅스에 대한 소비자 평가는 ‘스벅은 커피가 맛있다, 스벅은 프라이드’라고 한다. 《스타벅스의 미래》에는 디지털 혁신보다 기본이 먼저라는 통찰도 있다. 2008년 위기에 봉착한 스타벅스를 구하려고 하워드 슐츠가 복귀했다. 그가 결단한 커피 맛 개선과 조직문화 혁신에 저항이 따르자 그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스타벅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이 아니라 직원입니다. 경영진이 직원을 우선시 한다면 직원은 당연히 고객을 우선시 할 겁니다.”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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