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心을 잡자, 금산사로…”…정치인들, 월주스님 빈소 ‘조문 행렬’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1.07.2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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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정치인들, 앞다퉈 금산사行…‘조문정치’ 치열, 한국정치 축소판
文대통령도 조문 “자비행 잊지 않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전북 김제시 금산사에서 전날 열반한 조계종 전 총무원장 월주(月珠)스님의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전북 김제시 금산사에서 전날 열반한 조계종 전 총무원장 월주(月珠)스님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 최고통치권자부터 초선 의원까지 대한불교조계종 전 총무원장 월주(月珠) 스님의 빈소가 마련된 전북 김제 금산사를 찾은 수많은 정치권 인사들의 면면은 한국정치의 축소판이나 다름없었다. 여야 대권주자를 중심으로 조문정치도 치열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오후 금산사를 찾아 조문했다. 문 대통령은 삼배 후 “산중 수행에만 머물지 않고 늘 중생들 고통에 함께했던 큰 스님의 보살행, 자비행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세균 “큰스님 높은 뜻 이어받아야”

열반 소식이 알려지자 정치권 인사들의 조문 행렬도 이어졌다. 이날 낮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가장 먼저 금산사를 찾았다. 정 전 총리는 스님이 생을 마친 금산사 만월당에서 분향하며, 고인의 넋을 기렸다. 이후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 동국대학교 이사장 성우스님, 금산사 주지 일원스님과 차담을 나눴다.

정 전 총리는 “월주 스님은 우리 불교계를 뛰어넘어 세계인을 상대로 사회적 활동을 활발하게 한 정말 특별한 분”이라며 “이런 종교계 지도자가 일찍 입적해 황망하고 안타깝다. 남은 우리가 큰스님의 높은 뜻을 이어받아야 한다. 좋은 정치로 국민에게 힘이 돼야 한다”고 했다.

조계종 전 총무원장 월주(月珠)스님이 열반한 22일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정세균 후보가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인 원행스님 등과 차담을 마친 뒤 밖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조계종 전 총무원장 월주(月珠)스님이 열반한 22일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정세균 후보가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인 원행스님 등과 차담을 마친 뒤 밖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23일 전북 김제시 금산사에서 전날 열반한 조계종 전 총무원장 월주(月珠)스님을 조문하고 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최 전 원장은 이날 합장한 뒤 고개를 숙여 반배를 올렸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23일 전북 김제시 금산사에서 전날 열반한 조계종 전 총무원장 월주(月珠)스님을 조문하고 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최 전 원장은 이날 합장한 뒤 고개를 숙여 반배를 올렸다. ⓒ연합뉴스

‘장로님’ 최재형 야권 첫 조문…“큰 가르침을 주신 분”

야권 대선주자 중에선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처음으로 문상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최 전 원장은 이날 합장한 뒤 고개를 숙여 반배를 올렸다. 최 전 원장은 “월주스님은 불교 정화운동에 앞장서면서 ‘모든 이를 이롭게 하라’는 큰 가르침을 주신 분”이라며 “사회 전반에 화합과 나눔의 큰 족적을 남긴 어르신”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스님이 입적한 지 이틀만인 24일 금산사를 찾아 조문했다. 이날 오후 3시 금산사에 도착한 이 지사는 장례 집행위원장인 조계종 총무부장 금곡스님의 안내로 처영기념관에 마련된 빈소에서 월주대종사 영단에 헌화하고 스님의 입적을 애도했다. 김윤덕, 김남국, 김영진, 안민석, 유정주, 이규민 국회의원 등 측근들이 함께 했다. 

 

이재명 “세상을 깨끗하게 만들어 갈 것”

조문에 앞서 이 지사는 방명록에 “태공당 월주 대종사님의 큰 가름침대로 세상을 깨끗하고 밝게 만들어가겠습니다”라고 썼다. 그는 조문 후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과 30분가량 비공개로 대화했다. 이어 지지자들의 인사와 환호 속에 광주 일정을 위해 차량 편으로 금산사를 떠났다. 이 지사는 경건한 조문 분위기를 의식한 듯 정치적 발언을 포함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뒤이어 민주당 대권주자 중 한명인 박용진 의원도 오후 5시께 조문에 발길을 올렸다. 박 의원은 방명록에 ‘월주 스님의 가르침을 잘 따르겠습니다’라고 적고 “스님께서 중생 구제를 위해 정말 많이 노력하셨다. 그분의 뜻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4일 오후 전북 김제시 금산사에 마련된 대한불교조계종 전 총무원장 월주(月珠) 대종사의 빈소를 찾아 분향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4일 오후 전북 김제시 금산사에 마련된 대한불교조계종 전 총무원장 월주(月珠) 대종사의 빈소를 찾아 분향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박용진 “스님, 가르침 잘 따르겠다”

이날 월주 대종사의 빈소에는 정치인을 비롯한 각계 주요 인사, 승려, 불교 신자, 사부대중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주호영 전 원내대표가 23일 월주스님의 분향소를 찾아 “월주스님은 깨달음의 사회화를 몸소 실천하고 보급해 불교의 대사회적 영향력을 넓혔다”고 추모했다.

뒤이어 24일에는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김성주 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 등도 조문했다. 오후 2시께 빈소를 찾은 김 위원장은 “매년 부처님오신날과 새해에 월주스님을 찾아 인사를 드렸다”며 “우리 사회의 큰 스승을 잃었다. 안타깝다”고 했다. 고민정 의원(서울 광진구을)과 임종성 의원 (경기 광주시을) 등도 조문했다. 이원택·한병도·윤준병 국회의원 등 전북지역 국회의원들도 이날 빈소를 찾아 월주스님의 떠남을 아쉬워했다. 

앞서 스님의 입적 당일에는 송하진 전북도지사도 만월당에서 분향하고, 고인 앞에 고개를 숙였다. 송 지사는 “세상의 바른길, 그리고 함께 하는 세상 구현을 위해 평생을 불교 정신으로 사신 분”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김승수 전주시장과 김승환 전북교육감 등 도내 주요 인사들도 금산사를 찾았다. 23일에는 정동영 전 의원도 다녀갔다. 

민주당의 또 다른 유력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는 25일 오후 5시30분 조문할 예정이며, 같은 날 오전 송영길 대표는 분향소를 찾아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또한 다른 사찰의 스님들과 불교 신자는 물론 일반 조문객도 줄이어 헌화 분향하고 스님의 극락왕생을 빌었다.

‘10·27 법난’ 최대 피해자…불교 사회운동 헌신

불교의 대사회 운동에 매진했던 조계종 전 총무원장 월주 스님은 자신이 조실(祖室·사찰 내 최고 어른을 이르는 말)로 있는 김제 금산사에서 22일 오전 9시45분께 입적했다. 고인은 올해 폐렴 등으로 동국대 일산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오다 이날 오전 금산사로 자리를 옮겨 세간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1935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난 스님은 1954년과 1956년 금오스님을 계사로 각각 사미계와 비구계를 받았다. 그는 1961년부터 10여 년간 금산사 주지를 맡아 불교 정화운동에 나섰다. 30대 때 조계종 개운사 주지, 총무원 교무·총무부장, 중앙종회의장 등 종단의 주요 소임을 맡아 활동했다.

불교의 대사회 운동에 매진했던 조계종 전 총무원장 월주스님은 자신이 조실(祖室)로 있는 김제 금산사에서 7월 22일 오전 9시45분께 입적했다. 고인은 올해 폐렴 등으로 동국대 일산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오다 이날 오전 금산사로 자리를 옮겨 세간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처영기념관에 마련된 분향소. ⓒ시사저널 정성환
불교의 대사회 운동에 매진했던 조계종 전 총무원장 월주스님은 자신이 조실(祖室)로 있는 김제 금산사에서 7월 22일 오전 9시45분께 입적했다. 고인은 올해 폐렴 등으로 동국대 일산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오다 이날 오전 금산사로 자리를 옮겨 세간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처영기념관에 마련된 분향소. ⓒ시사저널 정성환

고인은 신군부가 집권한 1980년 제17대 총무원장에 선출됐으나 전국 사찰이 군홧발에 짓밟힌 ‘10·27 법난’ 때 강제 연행됐고, 총무원장 자리에서도 물러나야 했다. 이후 스님은 미국 등지로 떠나 한국 불교 방향을 고민했고, 그 성찰의 결과로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을 불교계 책무로 받아들였다.

이후 그의 행보는 시민사회 단체 영역으로 나아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1989년), 불교인귄위원회 공동대표(1990∼1995),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대표(1996), 실업극복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1998) 등을 지냈다.

스님은 1994년 총무원장 의현스님이 3선 연임을 강행하다 반발에 부딪혀 물러난 뒤 출범한 조계종 개혁회의에 참여해 종단 개혁을 이끌었다. 이어 그해 치러진 총무원장 선거에서 재선되며 종단 중앙 무대로 복귀했다. 그는 재선 총무원장 때 다방면에서 불교의 대사회운동을 추진했고, 이때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나눔의 집’도 설립했다.

하지만 1998년 총무원장 연임에 나섰다가 종단이 4년 만에 다시 파행으로 치닫는 빌미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님은 총무원장 퇴임 후에도 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2003년 국제개발협력 NGO인 지구촌공생회를 세워 이사장으로 있으며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세계 각지에서 식수, 교육, 지역개발사업을 폈다. 저서로는 회고록 ‘토끼뿔 거북털’ 등이 있다.

고인의 장례는 5일간 금산사에서 조계종 종단장으로 치러진다. 영결식과 다비식은 26일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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