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외치는 李에 尹 측근들 위협감 느낄 것”
선거대책위원회 초기 인선을 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샅바 싸움이 팽팽히 이어지는 모양새다.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이 반대한 인선안을 밀어붙이면서다. 이 탓에 김 전 위원장 영입을 확언했던 이준석 대표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공동 선대위원장 후보군을 두고도 이 대표와 윤 후보가 대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와 당 수뇌부 간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일각에선 당 운영 주도권을 둔 ‘계파 싸움’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당초 ‘김종인 선대위’는 기정사실처럼 보였다. 윤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김 전 위원장에게 수시로 자문을 구했고, 김 전 위원장도 “대선은 이재명 대 윤석열의 싸움이 될 것”이라며 윤 후보에게 힘을 실었다. 김 전 위원장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홍준표 의원이 선대위 참여를 거부하면서, 김 전 위원장의 합류는 시간문제로 보였다.
그러나 경선이 끝난 후 당내 기류가 바뀌었다. 김 전 위원장 ‘원톱’의 선대위가 꾸려질 것이란 예상을 깨고, ‘윤석열의 사람들’이 선대위 전면에 나서면서다.
우선 김병준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가 각각 상임선대위원장과 후보 직속 기구인 새시대준비위원장에 임명됐다. 윤석열 캠프에서 활동했던 권성동 의원은 당 사무와 자금을 관리하는 사무총장에 올랐다. 모두 윤 후보가 강력히 추천한 인사들이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위원장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으면서, 결국 김 전 위원장의 선대위 합류 ‘보이콧’까지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선대위 인선 과정에서 윤 후보와 이 대표 간 갈등설도 불거졌다. 윤 후보가 인사 과정에서 이 대표를 ‘패싱’하고 있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대표 사례가 윤 후보로부터 공동선대위원장직을 제안받은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다. 윤 후보는 여성 범죄 강력 처벌을 말해온 이 교수를 영입하면 선대위에 ‘플러스’가 될 것이란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윤 후보 측이 자신에게 이 교수 영입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며 불쾌감을 표했다.
이 대표는 23일 조선일보 유튜브에 출연해 "이수정 교수 관련해 후보가 내게 상의한 적이 없다"며 "영입한다면 확실히 반대한다. 지금까지 당이 선거를 위해 준비해 온 과정과 (이 교수의) 방향이 반대다. 그 점에서 후보가 지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내가 이야기할 생각은 있다"고 말했다.
당내외 관계자들은 지시와 강압을 싫어하는 윤 후보 특유의 ‘검사 기질’이 내홍을 불렀다고 진단한다. 여기에 대선 이후 당권을 쥐고 싶어 하는 주변 중진들이 ‘김종인·이준석계(系)’를 견제하고 나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윤 후보에게 있어 선대위는 본인이 마음대로 꾸릴 수 있는 유일한 조직이다. ‘이건 내 영역이고 내 몫’이라는 생각이 강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특히 윤 후보는 정치인이 아닌 검사였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처럼, 그는 평생 남들 밑에서 지시를 받는 걸 싫어했다. 후보 본인의 기질이 (김 전 위원장과의 갈등 등) 논란을 부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회 열린민주당 대변인은 23일 시사저널과 만난 자리에서 “윤 후보에게는 국민의힘이 대선으로 가는 뗏목 같은 것이다. 건너고 나면 국민의힘이라는 뗏목이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즉, 윤 후보는 지금이 정치의 정점이다. 그러니 이번에 대통령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모든 사람을 가까이 두려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반면 이 대표의 경우 윤 후보의 당선과 상관없이 앞으로 10년, 20년 국민의힘에서 출마해야 하는 정치인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정당을 바꿔보려 애를 쓰려 한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무엇보다 윤 후보 측근 중진들 입장에서는 앞으로 공천 과정에서 가장 큰 위협이 될 존재들이 김 전 위원장과 이 대표다. 이 사람들이 당 중심부에서 최대한 멀어지길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