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연금·복지] “윤석열 정부에선 전 국민에 고품질 사회 서비스 제공”
  • 김종일·이원석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2.02.14 10:00
  • 호수 1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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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상훈 국민의힘 선대위 지속가능한복지국가 정책본부장
“성장과 함께 ‘지속 가능한’ 복지국가로 환골탈태 시작할 것”
“연금 개혁은 역사적 사명…‘어떻게’는 사회적 논의·숙의·합의 필요”

“해답은 사회 서비스 복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복지 공약 전반을 설계한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선대위 지속가능한 복지국가 정책본부장)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내내 강조한 키워드다. 안 교수는 우리나라의 시급한 과제로 빈곤, 고용 없는 성장, 양성 간 불평등한 노동시장 때문에 벌어지는 저출생 문제를 꼽으며 사회 서비스가 이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무분별한 현금복지는 강하게 경계했다. 그는 현 정부를 겨냥해 “서구 선진국들이 줄이려고 하는 현금복지로 돌아갔다.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기본소득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 3대 문제를 풀 수 없는 정책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안 교수는 인터뷰에서 윤석열 후보 정책의 세부적인 내용보다는 큰 방향성에 대한 설명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대한민국은 지금 절체절명의 터닝 포인트에 와있다. 국가가 반드시 해줘야 할 일이 있고, 또 여태까지 해왔던 것 중에 안 해야 할 게 있다. 이 정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금 개혁에 대해서도 “역사적 사명”이라면서 구체적인 개혁안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논의·숙의·합의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는 연금 개혁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촉진자’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가 수립한 국가 장기계획인 ‘국가 비전 2030’에서 복지국가 분야 정책을 주도했다. 박근혜 정부 인수위 고용복지 분과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임준선

윤석열 후보의 핵심 복지 공약은.

“공약 하나로 얘기하긴 힘들다. 방향성이 중요하다. 윤석열 정부 복지의 핵심은 사회 서비스 복지다. 취약계층에겐 ‘현금복지’를 촘촘하고 두텁게, 전 국민에겐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윤 후보가 정치를 하겠다고 결심한 지난해 봄부터 계속 함께 공부해 왔다. 가장 중요하게 얘기를 나눴던 게 ‘대체 대통령을 왜 하려고 하느냐’다. 대한민국은 지금 절체절명의 터닝 포인트에 와있다. 국가가 반드시 해줘야 할 일이 있고, 또 여태까지 해왔던 것 중에 안 해야 할 게 있다. 이 정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복지국가의 역사를 보자. 민주화된 모든 나라는 전부 복지자본주의로 갔다. 순수한 자본주의 체제는 지속 가능하지 않기에 이걸 수정하는 프로젝트가 현대국가들의 과업이었다. 서구를 보자. 이들의 자본주의 수정 프로젝트는 양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1980년대까지 진행됐다. 양차 대전 이후 자본주의 황금기가 펼쳐지면서 엄청난 성장이 있었고, 복지도 굉장한 수준으로 진행됐다. 방만함도 커졌다. 대표적인 게 현금복지다. 하지만 오일쇼크 등을 겪고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더 잘 활용할 것인가가 화두가 됐다. 연금 개혁 등 현금복지를 줄이고 사회 서비스 복지를 늘렸다. 핵심은 성장과 선순환할 수 있는 쪽으로 개혁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점이다.”

그 핵심이 왜 사회 서비스인지 궁금하다.

“우리의 과제는 크게 3가지다. 빈곤, 고용 없는 성장, 저출생 문제다. 빈곤 문제는 복지를 늘려 해결해야 한다. 고용 문제는 4차 산업혁명에 맞춘 디지털 전환 등으로 100만~150만 개 좋은 일자리를 만들 것이다. 문제는 노동시장의 취약그룹이다. 이들은 산업 전환 과정에서 고통받는다. 이들의 일자리는 계속 사라질 거다. 여기에 효과가 있는 유일한 대안이 사회 서비스 복지다. 돌봄·요양·간병·보육·보건·의료 등 북유럽은 총노동인구 중 20% 이상이 사회 서비스 쪽이다. 우리는 3~5% 사이다. 즉 사회 서비스에 투자하는 복지국가로 가면 검증된 일자리 창출 여력이 어마어마한 것이다. 서구가 이미 경험적으로 증명했다. 이게 바로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자리 창출을 통해 성장과 함께 가는 복지국가 전략이다.”

여성 고용과 저출생 문제도 해결 가능할까.

“당연하다. 사회 서비스 대부분이 돌봄과 관련된다. 여성이 일하게 해주는 배경 기제가 된다. 산업화 초기에 여성은 교육받지 못했다. 이젠 아니다. 그럼에도 이상한 가부장주의가 남아 노동시장과 가정에서 여성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똑같이 노동을 해도 집에 오면 모든 돌봄이 여성의 몫이다. 젊은 층은 그게 싫은 거다. 그러니 비혼으로 간다. 이건 국가적으로도 황당하다. 인구구조적으로도 그렇고 교육에 2억~3억원씩 투자하는데, 생산성을 회수하지 못하는 바보짓이다. 사회 서비스로 풀어야 한다. 우리의 3가지 고질병을 동시에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사실 우리가 사회 서비스 개념을 이야기한 지는 오래됐다.

“그렇다. DJ(김대중 전 대통령) 때부터 복지국가에 대한 본격적인 얘기들이 나왔다. 아직 우린 복지를 늘리는 논쟁만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늘려야 성장과 선순환하는가’다. DJ는 통찰력이 있었다. 그래서 DJ식 ‘생산적 복지개념’이 나왔다. 그 흐름이 노무현·박근혜 정부 때도 이어졌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부터 이상해졌다. 서구 선진국들이 부랴부랴 줄이려고 하는 현금복지로 돌아갔다. 선거에서 유리함만 따지는 포퓰리즘이다. 현금복지의 근거로 스웨덴을 들었다. 근데 오히려 스웨덴은 현금복지보다는 서비스 복지가 강하다.”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임준선

이재명 후보의 상징이 바로 기본소득이다.

“5200만 명에게 1년에 50만원씩 주겠다고 계산하면 일주일에 1만원꼴 정도다. 그걸 기본소득이라고 하는 건 침소봉대다. 재원 마련도 문제지만 그 정도를 기본소득이라 부르기도 멋쩍다. 그래서 접으려는 것 아닌가. 꼬인 거다. 자신들도 알 거다. 더 큰 문제는 기본소득을 시작하면 다시 줄일 수 없다는 거다.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어렵다. 그리스가 그랬다. 사실 선거에선 현금복지가 무조건 장땡이다. 윤 후보도 안다. 윤 후보를 리스펙(존경)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알면서도 그는 현금복지 대신 사회 서비스를 택했다. 우리 사회가 제대로 가야 한다는 마음에서다. 제가 윤 후보를 돕기로 한 이유다.”

이 후보도 사회 서비스 일자리 100만 개를 공약했다.

“(이 후보가) 유승민 국민의힘 경선 후보의 공약을 가져왔다며 그렇게 말하더라. 우선 국민의힘에서도 윤 후보가 사회 서비스 복지를 가장 먼저 얘기했다. 그런데 잘 봐라. 우린 일자리 개수를 얘기한 적 없다. 경선 때도 캠프 내에서 왈가왈부가 있었지만, 막았다. 숫자를 정하는 순간 품질과 상관없이 그 양을 무조건 채워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그랬다. 공공일자리 대부분을 사회 서비스라고 포장할 수도 있다. 갖다 붙이면 된다. 국민이 원하는 건 품질 좋은 사회 서비스다. 부수효과로 일자리는 자동으로 늘어난다. 사회적 기업이나 민간기업이 할 수도 있다. 단, 모든 것의 조건은 고품질이다. 우리가 숫자를 얘기하지 않는 이유다. 사회 서비스형 복지국가에 대한 진심이다. 무엇보다 이재명 정부는 기본소득 때문에 돈이 없어 고품질 사회 서비스를 할 수가 없을 거다.”

윤석열 정부는 ‘중(中)부담·중(中)복지’로 가는 건가. 

“당연하다. 하지만 증세는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한 문제다. 그 전에 다음 정부는 복지의 우선순위를 합리적으로 정해서 복지정책 전반을 구조조정해야 한다. 또 증세 전에 헛돈을 쓰는 부분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SOC(사회간접자본) 등을 촘촘하게 보면서 핀셋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기존 복지도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복지 백화점이다. 선거 때마다 복지가 무수히 생긴다. 탈탈 털어서 필요한 것만 남기고 정리하면 거기서도 상당한 예산이 생긴다. 그래도 안 되면 증세가 필요할 거다. 다만 연금 개혁과 마찬가지로 공약으로 함부로 해선 안 되는 이슈다.”

연금 개혁 공약이 없다. 

“연금 개혁은 해야 한다. 역사적 사명이다. 윤 후보도 여러 번 얘기했다. 얼마 전 TV토론에서도 후보들 간 합의가 있지 않았나. 정말 다행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것은 다른 얘기다. 연금 개혁은 어마어마한 거다. 대선 공약 수준으로 내놓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방법을 놓고는 전문가들도 생각이 다 다르다. 사회 세력들의 생각도 다 다르다. 해야 한다는 총론은 같지만, 각론은 다 다르다. 사회적 논의·숙의·합의가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도 연금 개혁을 공약한 바 있다.

“연금 개혁을 하겠다고 공약을 한 첫 정부다. 어떻게 됐나. 아무것도 안 했다. 미세조정조차 안 했다. 공약하고 아무것도 안 한 첫 번째 정부다. 선거에서 구체적인 연금 개혁안을 제시하면 집권세력은 그 한 방향만을 고집하고 밀어붙이게 된다. 그럼 반작용이 엄청나게 생긴다. 사회적 논의·숙의·합의가 안 된다. 바보짓이다. OECD는 연금 개혁 이상의 다층적 노후소득을 보장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국민연금 하나도 힘든데 이걸 다 하려면 얼마나 힘들겠나. 차기 대통령에겐 세세한 공약이 아닌 전략 수립과 과정 관리가 중요하다. 결국엔 연금 개혁이 가능하도록 부추기는 ‘촉진자’ 역할을 하겠다는 게 우리 방침이다.”

연금 개혁에 성공한 다른 국가는 어떤 경로를 거쳤나.

“연금 개혁에 성공한 나라들은 전부 사회적 합의를 거쳤다. 스웨덴은 1998년 가장 먼저 연금 개혁을 완성했다. 서구 어떤 나라보다도 연금 개혁을 자유주의적으로 해냈다.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이다. 또 다층 구조로 구조조정을 매우 강하게 했다. 그렇게 되기까지 10여 년이 걸렸다.”

정권이 수차례 바뀌었을 텐데 어떻게 좌초되지 않고 진행됐을까. 

“연금 개혁이 국가 개조의 문제라는 대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정권을 어느 쪽이 잡느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정권은 바뀌지만, 노사는 바뀌지 않는다. 청년과 노인의 문제도 바뀌지 않는다. 이런 구도는 그대로다. 그 가운데 해내는 게 바로 사회적 합의다. 즉 연금 개혁은 정권이 하나의 공약을 내는 게 중요하지 않다.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는 틀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최근 윤 후보가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의 과도한 혜택을 막겠다는 공약을 내 논란을 샀다.

“선대위의 정무 파트에서 사안을 콤팩트하게 다루면서 오해받을 워딩이 있었다. 공약이라는 게 짧게 다 설명되는 것이 아니지 않나. 큰 방향은 건강보험 전체의 합리화, 효율화였다. ‘문재인케어(문재인 정부 건강보험 강화 정책)’가 황당한 게 참 많다. 지금 병원만 가면 쓸데없이 MRI를 다 찍는다. 잘못된 거다. 또 하나는 외국인의 경우 6개월 체류하면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근데 그 가족들은 바로 적용된다. 이런 부분에 대한 합리적 조정, 효율화가 필요하다는 맥락이었다. 상당히 긴 설명들이 필요하지 않나. 이런 부분이 언론의 필터링을 거쳐서 나가다 보니 워딩이 오해를 사기도 하고 안타까운 부분들이 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건.

“윤 후보의 복지정책은 공약으로 다 설명할 수 없다. 국가 대개조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30년, 50년 작동할 수 있는, 또 성장과 함께 지속 가능한 복지국가로 환골탈태하게 하는 작업을 시작하게 될 거다. 현 정부가 오히려 거꾸로 갔기 때문에 이번에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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