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자 관리 사실상 한계 도달…‘거리두기 딜레마’ 빠진 정부
  • 박선우 기자 (psw92@sisajournal.com)
  • 승인 2022.02.1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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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단체 “고통 경감 시급” vs 전문가 “방역 완화는 확산 정점 이후에”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제한된 영업시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제한된 영업시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며 방역 역량이 한계에 달했다는 시그널이 도처에서 나오고 있다. 동시에 방역 완화를 요구하는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방역 완화는 시기상조’라고 지적한다. ‘경제난’과 ‘방역난’ 사이에서 정부가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 지난 15일 황당한 물건을 전달 받았다. 코로나19 확진자 재택치료용 식품키트였다. A씨가 PCR(유전자증폭)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건 지난 4일로, 격리 기간은 11일까지였다. 재택치료 기간 내에 공급됐어야 할 식품키트가 격리 해제 후 4일만에 도착한 것이다. 첫 출근날 필요하다고 누차 당부했던 격리 해제 통보서는 출근 3일째인 15일까지도 소식이 없다고 했다. 

실제 인터넷 각종 커뮤니티와 뉴스 댓글란에는 A씨와 비슷한 유형의 불만글이 줄을 잇고 있다. 확진자에 대한 방역당국의 관리가 너무 부실하다는 불만이다. 일각에서는 확진자가 크게 증가하며 방연당국의 관리역량이 한계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방역당국도 보건소당 20~30명의 인력이 더 필요하다고 호소할 정도다.

실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연일 정점을 향해 가는 모양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16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9만443명이었다. 5만7175명을 기록한 전날보다 3만3268명 급증한 수치다. 방역당국은 이달 말 신규 확진자 수가 13만~17만 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대 일일 확진자 20만 명 이상의 유행 정점이 도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방역 무용론’을 앞세운 자영업자들의 방역 완화 목소리도 격렬해지고 있다. 기존 방역체계가 코로나19 확산을 막지 못한다는 게 방증됐으니, 자영업자들을 위해서라도 방역 수위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상헌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코자총) 공동대표는 “(확진자 수가) 20만 명까지 갈 거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지 않나. 자영업자 고통 경감이 우선”이라며 “영업제한 시간을 철폐하는 게 최선이고, 못해도 자정까지는 영업할 수 있게 풀어줘야 한다. 인원제한 역시 손님들이 가게 밖에서부터 일행이 아닌 척 짜고 들어오면 막을 방법이 없어 무용지물”이라고 주장했다. 

영업제한 완화를 넘어 방역패스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실장은 “방역패스제는 고객의 방역패스를 일일이 확인할 여력이 안되는 자영업자까지 강하게 처벌하는 가혹한 형벌”이라며 폐지를 주장했다. 

다만 정부가 거리두기 완화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의료계가 거리두기 완화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5일 페이스북에서 “거리두기를 완화하겠다면 늘어나는 환자 관리가 가능한지 보여달라”며 “적어도 (확산세) 정점은 찍고 거리두기 완화를 논의해 줬으면 한다. 이미 현장은 지옥”이라고 지적했다. 거리두기 완화 직후 확산세가 확대돼온 현재까지의 패턴과 의료 대응 여력 등을 고려했을 때 방역 완화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이에 정부도 방역패스제에 대해선 현행 유지 쪽에 무게를 싣는 모양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 15일 브리핑에서 “거리두기 조치는 영업시간을 제한하거나 사적모임을 제한해 전 인구 5000만 명에 영향을 미치지만, 방역패스는 18세 이상 (백신 미접종자) 4%의 인구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라며 “중증 및 사망 최소화를 위한 정책적 목표 달성을 위해 드는 비용 등을 고려할 때방역패스의 효과성 자체는 거리두기보다는 좀 더 유지의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사적모임 6명·영업시간 오후 9시’인 현행 거리두기의 경우 오는 18일 ‘8명·오후 10시’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방역당국 내에서도 보건·경제 부처 간 논쟁이 벌어진다는 후문도 들린다. ‘8명·오후 10시’ 방안 외에도 ‘6명·오후 9시’ ‘8명·오후 9시’ 등의 다양한 방안들을 두고 부처간 의견이 갈리고 있다는 것이다. 손 반장은 16일 브리핑에서 거리두기 조정에 대해 “여러 의견을 들으면서 의사를 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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