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시간 10시’ 연장에 대한 상반된 평가…‘두 마리 토끼’ 다 놓친다?
  • 박선우 기자 (psw92@sisajournal.com)
  • 승인 2022.02.2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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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고심 끝 결정했다지만…전문가 “시기상조”, 자영업계 “경제난 여전”
정부가 지난 19일부터 식당·카페 영업시간을 오후 10시까지 1시간 연장하기로 발표한 가운데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 관련 안내문이 미리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 19일부터 식당·카페 영업시간을 오후 10시까지 1시간 연장하기로 발표한 가운데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 관련 안내문이 미리 붙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영업제한 시간을 1시간 연장했으나 전문가·자영업자 양측 모두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의료계에선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가 누그러지지 않은 상황에서 방역 완화를 결정한 건 시기상조라는 비판이 나온다. 반면 자영업계 측은 영업시간 1시간 연장도 역부족이라며 영업제한 ‘완전철폐’를 주장하고 나섰다. 소폭의 방역 완화로 전문가 그룹과 자영업계의 불만을 동시에 잠재우려던 시도가 되레 양측 모두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모양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 19일부로 영업제한 시간은 오후 9시에서 오후 10시로 1시간 연장됐다. 다만 의료계에선 이같은 조처 이전부터 ‘방역 완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15일 페이스북에서 “거리두기를 완화하겠다면 늘어나는 환자 관리가 가능한지 보여달라”며 “이미 (의료) 현장은 지옥”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후 이 교수는 정부가 영업제한 시간을 1시간 연장하겠다고 결정한 것에 반발,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 자문위원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영업시간을 1시간 늦출 경우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팔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해 12월 질병관리청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측이 발표한 공동 연구에 따르면, 다중이용시설 영업 제한 시간을 오후 9시에서 오후 10시로 1시간 완화할 경우 확진자 규모는 97% 증가했다. 22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9만9573명이다. 연구 결과대로라면 이번 방역 완화 조치로 신규 확진자 수가 20만 명에 육박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정부가 의료계의 우려에도 방역 문턱을 낮춘 것은 자영업자들의 경영난을 고려한 것이다. 문제는 이번 조처에 대해 자영업계 역시 크게 반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비해 오미크론 변이의 중증화율이 현저히 낮은 상황을 고려해 영업시간 제한을 ‘전면 철폐’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 21일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14개 소상공인 단체가 연합한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코자총)은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광장에서 영업시간 제한 철폐 등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민상헌 코자총 공동대표는 지난 20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주류 판매 중심인 음식점과 야간 업소들 입장에선 오후 9시나 10시나 똑같다”며 영업시간 제한, 사적모임 인원 제한, 방역패스 등 정부 주도 방역체계의 전면 개편을 주장했다. 

정부 역시 이번 방역 완화 조치가 전문가 그룹과 자영업계 모두의 불만을 샀음을 인지한 듯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방역전문가는 오미크론의 정점에 이르지 않은 것을 우려하고, 자영업자들은 영업시간의 ‘찔끔 연장’에 불만이 크다”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확진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거리두기 소폭 완화로 전문가 그룹의 우려는 최소화하면서 자영업계의 불만은 진화하려는 기존 의도가 통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안타까운 심경을 내비친 것이다.

의료계 일각에선 정부가 소극적인 태도로 대안을 마련한다면 경제와 방역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 내과 교수는 22일 방역 완화 조치에 대해 “자영업자들을 위해 (영업제한 시간을) 1시간 연장했다는 상징적인 의미 정도로, 현실적 측면에선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며 “확진자가 늘어나는 현재 방역학적 관점에선 (방역 완화가) 시기적으로 부적절했다고 생각한다. 자영업자들에게 눈에 띄게 도움이 되기도 어렵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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