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단절 뚫을 작품 되길 희망”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2.02.27 12:00
  • 호수 168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라떼부장》 연재 100회 맞은 홍승우 작가 “4050 직장인들 공감할 만한 만화”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에서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 드라마들은 대부분 웹툰이 원작이다. 그만큼 한국 웹툰의 영향력이 높아졌다. 70·80년대 만화잡지 전성기를 보는 듯하다. 당시에는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소개하는 명랑만화가 인기를 끌었다.”

홍승우 작가의 말이다. 홍 작가는 1998년부터 14년간 한겨레신문에 《비빔툰》을 연재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정보통’이라는 주인공이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결혼해 아이를 갖게 되면서 겪는 좌충우돌 스토리를 다뤘다. 홍 작가는 2020년 3월부터 시사저널에 《라떼부장》을 연재 중인데, 이번 호가 100회째다.

“지금은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다. 감염병 사태가 2년 이상 지속되면서 세상이 점점 각박해지고 있다. 《비빔툰》의 주인공이 나이가 들었으면 지금 《라떼부장》 정도가 됐을 것이다. 《라떼부장》이 코로나 사태로 단절된 이 사회에 잠시나마 웃음을 던져주는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라떼부장》이 이번 호에 100회를 맞았다. 소감이 어떤가.

“《라떼부장》은 중장년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고 있다. 4050세대가 공감할 만한 만화를 소개하기 위해 기획했다. 1998년 연재를 시작한 《비빔툰》의 주인공이 나이가 들었다면 《라떼부장》 박부장 정도가 됐을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후속으로 스토리를 연재하고 싶었는데, 시사저널과 인연이 닿아 세상에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정부장을 주인공으로 생각했는데, 연재를 계속하면서 박부장으로 생각을 바꿨다. 박부장은 능력은 조금 달리지만 살아남기 위해 직장이나 가정에서 열심히 사는 캐릭터다. 4050 직장인들의 현재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 그만큼 애착도 크다. 캐릭터 그릴 때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라떼부장》은 명랑만화다. 극화보다 명랑만화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

“70·80년대까지만 해도 지금의 웹툰처럼 만화잡지가 전성기일 때가 있었다. 이때 주요 소재는 이현세나 허영만 작가의 극화가 아니라 명랑만화였다. 극화는 아무도 겪어보지 못한 특별한 인생이 소재가 되지만, 명랑만화는 평범한 일상을 다룬다. 우리가 스쳐가는 일상 속에서 소소한 재미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걸 보고 자란 세대가 바로 나다. 《비빔툰》과 《라떼부장》이 그 계보를 잇고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모으면 바로 인생이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현재 전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조되면서 이웃과 단절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라떼부장》을 처음 연재한 시점이 팬데믹 직후다. 《라떼부장》의 이야기가 단절된 세상에 사는 우리네들이 공감할 만한 만화가 됐으면 한다.”

소스는 어떻게 구하나.

“《비빔툰》은 실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주인공인 ‘정보통’ 역시 나를 투영하다 보니 가족의 일상에서 소재를 많이 찾았다. 하지만 아이들이 커서 성인이 되면서 소재를 찾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시즌2에서는 이야기를 정보통 가족에서 주변 이웃으로 확대했다. 소재 역시 주변 일상으로 확대할 수 있었다. 《라떼부장》 역시 4050 직장인의 애환을 담고 있다. 지인들과 카톡으로 꾸준히 소통한다. 시사적인 부분도 챙겨야 하기 때문에 신문이나 잡지도 꾸준히 확인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임준선

명랑만화 외에 학습만화도 꾸준히 미디어에 연재 중이다.

“18년간 어린이 과학동아에 학습만화를 연재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과학을 쉽게 전해 주기 위해 만화 형식을 빌렸다. 사실 나는 만화가가 되지 않았다면 과학자가 됐을 것이다. 그만큼 과학 관련 만화나 SF영화를 좋아했다. 소재가 환경이나 동물, 인체, 수학, 양자역학, AI 등 다양해서 힘들고, 때론 전문기자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단행본으로 출간했던 《비빔툰》을 최근 웹툰으로도 공개했다.

“지금은 웹툰이 대세다. 넷플릭스 등에서 인기 있는 한국 드라마를 보면 대부분 웹툰이 원작이다. 하지만 내 성격상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지 않다. 빨리 변하기보다 주어진 일에 충실한 편이다. 그동안 단행본이나 잡지 등과 손을 잡고 꾸준히 만화를 연재해 왔다. 그러다 보니 웹툰으로의 전환이 늦었다.

하지만 최근 웹툰 시장이 빠르게 커졌다. 늦었지만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다. 마침 출판사와의 계약 기간도 끝나면서 웹툰으로 전환을 시도할 수 있었다. 작년 12월부터 윈스토리(옛 윈스토어)에 웹툰 론칭을 시작했다.”

단행본과 웹툰의 차이는 뭐라고 보나.

“단행본의 경우 1권을 만드는 데 1년이 걸린다. 지금까지 9권이 발간됐으니 9년이 걸린 셈이다. 웹툰은 굉장히 소비가 빠르다. 하루에 5회를 공개한다. 1주일이면 35회를 소진하기 때문에 반응도 빠르게 알 수 있다.”

최근 웹툰의 글로벌 인기로 한국 만화계가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과거 만화잡지가 부흥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다 잡지 시장이 저물었는데, 웹툰이 다시 살려냈다. 더군다나 웹툰은 현재 드라마나 영화로 다시 제작되면서 2차 저작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만화가 입장에서 뿌듯하다. 다만 웹툰의 영향력 확대에도 만화가의 복지는 그다지 나아지지 않은 듯하다. 단순히 원고료 문제를 얘기하는 게 아니다. 후배 작가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작업량이 과하게 많아졌다. 옛날에는 출판사들이 작가들과 3~5년 단위로 계약했지만 현재 일부 에이전시는 3개월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고 있다.”

작업 환경이 많이 바뀌지 않았나.

“그렇다. 과거에는 모두 수작업이었다. 잉크로 그린 뒤 스캔을 받아 채색을 했다. 작업시간이 많이 걸렸다. 완성된 작품을 전달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외장하드를 직접 챙겨 들고 신문사를 방문해야 했다. 작업이 늦어지면 직원들이 모두 나를 기다릴 때도 있었다. 지금은 작업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컴퓨터로 작업을 한다. 클립스튜디오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말풍선이 드래그 한두 번으로 가능해졌다. 채색도 빨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작업 때 놓쳤던 디테일도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구현이 가능하다. 작업시간이 기존의 3분의 1이 됐다. 만화가를 위한 최적의 프로그램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쉬운 점이 있다. 한때 일부 플랫폼의 횡포로 만화가들의 업무 환경이 좋지 않을 때가 있었다. 지금은 후배 만화가들이 만화가의 복지를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 웹툰의 문턱이 낮아지다 보니 경쟁도 예전보다 더 심해진 것 같다. 악성 댓글로 인신공격을 받고 정신과 치료를 받는 웹툰 작가도 있다고 들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일이 안 일어나도록 만화가의 복지가 더 개선됐으면 한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