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 보상, 현실적으로 도움 안 된다”
  • 박종현 성공창업전략연구소장․한림대국제대학원 겸임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3.28 14:00
  • 호수 1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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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영업자·소상공인이 희망하는 ‘위드 코로나’ 시대…정부 주도의 금융지원·플랫폼 개발 절실

2020년 본격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 이후 2년여 동안 우리 사회는 여태까지 겪어보지 못한 많은 상황을 맞았다. 산업 전반에 걸친 엄청난 변화가 우리 삶의 방향을 바꿔놓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대한민국의 경우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비율이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높다. 그들이 느끼는 경제적 피폐와 심리적 박탈감, 경제적 손실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다.

외식산업연구원(김삼희 연구실장)의 최근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57%의 자영업자는 폐업을 고민했다. 그런데도 영업 유지가 가능했던 이유를 묻는 설문에 자영업자의 65%는 ‘대안이 없기 때문에 폐업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처럼 현재 대한민국의 당면 과제 중 가장 중요한 아젠다가 무엇인가를 판단해보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이슈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660만 명이 넘는 자영업 종사자와 930만 명에 육박하는 소상공인 사업체 종사자의 소득원이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3월2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자영업자가 거리 두기 관련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시사저널 최준필

자영업자 57% “폐업 고민하지만 대안 없어”

문제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수익성과 안정성이다. 코로나 사태 발생 이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중 20·30대 청년 창업자는 증가했다. 반면 50·60대 중·장년 창업자는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사회에 안정적 일자리가 많지 않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부분인데, 중·장년층과 실버세대의 창업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역시 수익성과 안정성이 낮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창업의 가장 중요한 지속성 면에서도 불안하기 때문에 창업을 미루거나 관망하는 형국이다.

코로나19 이후 창업 형태나 의도 역시 많은 변화가 생겼다. 영업매출이 배달에 집중되고 비대면 매출이 상대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무인점포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공유주방을 활용한 저비용 창업과 홀이 없는 배달 및 포장 전문매장도 어느새 골목과 대규모 중심상권에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1년도 되지 않는 창업 준비기간을 갖고 창업에 도전해 그들이 만족하는 가치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깊게 생각해볼 문제다. 2년 넘게 지속된 낮은 경영성과로 인해 공적 부채와 개인 채무는 이미 상당히 누적됐다.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의 80% 이상이 임차인이라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그럼에도 여전히 창업은 매력이고 꿈꾸는 미래다.

그렇다면 2022년 자영업 시장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여기서 주목할 점은 코로나19 이전으로 복구되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이미 비대면 영역이 크게 성장했고, 소비 트렌드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런 환경들을 감안해 본다면 앞으로 보복소비에 나설 소비자들이 만족스럽게 비용을 지출할 수 있는 세심하면서도 포용적인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아울러 2~3년 동안 창업시장을 견인해 왔던 밀키트 업종과 비대면 트렌드에 따라 새롭게 선보였던 무인매장의 경우 사업성에 대한 결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어느 업종이든 이모작은 기본이고, 가능한 한 삼모작, 사모작까지 영업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소비층이 다양화된 만큼 각각에 맞는 대응전략을 치밀하게 세워야 한다. 1인 가구부터 다가구, 소년층부터 노년층까지 대면과 비대면 소비를 병행하는 시대다. 소비자들이 만족을 얻는 포인트도 디자인, 인테리어, 가격, 품질, 공정거래, 편의성 등으로 세분화됐다. 한 가지에 집중하기보다는 넓어진 스펙트럼을 아우를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 라인업의 다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포함한 자동화 공정 또한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다. 지금 전 산업계에 걸쳐 AI(인공지능)와 빅데이터, IoT 등의 발전에 힘입어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비용 부담 증가로 인해 지출 구조를 효율화하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발 먼저 나아가야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나갈 수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도 화두다. 앞으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고, 가치소비 트렌드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때문에 현장에 있는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은 물론이고 전문가들도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먼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사업장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플랫폼 구축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로컬매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라이브커머스 관련 교육과 제반 시스템을 지원하고 스마트 오더와 키오스크, 셀프 계산대 도입을 지원해 인건비 절감을 통한 경영상의 이익을 확보하도록 해줘야 한다.

두 번째는 정부 보조금의 지원이다. 손실 보상은 현실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를 위해 재기 가능한 금융 프로그램의 지원 확대가 요구된다. 2021년 말 기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금융권 평균 대출액은 1억3000만원 정도다. 2022년에는 규모가 더 커질 게 분명하다. 다년간의 경영 악화로 이들의 재무 상태와 신용 상태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미 이용 중인 대출에 대한 상환 유예와 연기도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본다.

세 번째는 업종별 경영능력 향상을 위한 현장 전문가의 맞춤형 컨설팅이 정부 주도로 지원돼야 한다. 재기를 위한 물리적 환경 개선과 관련된 컨설팅, 새로운 메뉴 추가나 메뉴 교체에 필요한 전문성 있는 컨설팅, 경영 상태나 운영 상태 개선을 위한 재무 컨설팅, 시장분석과 상권분석 컨설팅, 매장 매출 증대를 위한 라이브커머스나 홍보 마케팅 컨설팅, 서비스 개선을 위한 컨설팅 등이 대상이 될 것이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시장지배 플랫폼 사업자의 횡포 규제와 정부 차원의 공적 플랫폼 개발이다.

 

라인업 다변화 전략에 정부 지원 필요

코로나19 상황에서 홀 매출은 현저히 줄고 배달 매출이 증가하는 상황을 공통적으로 경험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배달 매출 발생의 많은 부분이 배달앱 플랫폼의 이익으로 돌아가게 된 것은 자타가 인지하는 사실이다. 단적인 예로 치킨 업종의 경우 배달 매출의 8%만이 자영업자 이익이라는 사실은 놀랄 만하다.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80%는 종업원이 없는 1인 사업자이며, 평균연령 51세로 연령대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2021년 KB 자영업 보고서). 상권은 쇠퇴했고, 시장의 경쟁은 치열해졌으며, 고정비용은 증가했다.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생존 문제는 당사자만이 아닌 국가적 문제가 됐다. 빌 게이츠는 이러한 위기가 또다시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위기 극복을 위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슬기로운 지혜와 정부의 지원이 어우러져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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