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서 민주당 ‘러브콜’ 뿌리친 安, 당내에서도 ‘비토 여론’ 높아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언한 협치의 첫 시험무대는 초대 국무총리 인선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원내사령탑에 오른 박홍근 원내대표가 ‘강한 야당’을 선포하면서 총리 인준의 문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민주당과의 협치 및 외연 확대를 위해 윤 당선인이 호남이나 민주당 출신 정치인을 지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동시에 ‘안철수 총리설’은 그만큼 힘을 잃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5년 만에 정권탈환에 성공했지만 풀어갈 과제가 산적해있다. 가장 큰 난제는 172석 ‘거대 야당’이 된 민주당과의 협치다. 이런 가운데 24일 민주당 새 원내사령탑으로 박홍근 원내대표가 선출됐다. 친(親)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박 원내대표는 당선 첫 일성으로 ‘강한 야당’을 선포하고 나섰다.
박 원내대표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견제와 협력은 야당의 책임과 의무다. 견제는 강력하고 확실하게 하면서도 국민을 위한 협력의 교집합을 넓혀가겠다”며 “무능과 독선, 불통, 부정부패 등 국민의힘 정권의 잘못은 국민 편에서 따끔하게 지적하되 잘한 일에 대해서는 제대로 평가하고 필요한 일은 협조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의 협력 여부는 여당인 국민의힘의 ‘태도’에 달려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윤 당선인은 초대 국무총리 인선부터 난항을 겪을 수 있다. 총리 인준에는 국회 재석 과반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민주당 단독으로도 총리 인준을 저지할 수 있다. 보수 성향 인사를 총리 후보로 내세울 경우 거대 야당 ‘문턱’에 가로막힐 수도 있는 셈이다. 이에 민주당이 수긍할만한 인물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민의힘 내에서도 이어진다.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정권교체가 된 상황에서 민주당 ‘입맛’에 맞는 총리를 앉혀야 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통합이 시대정신이 된만큼 당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분이 총리로 가는 게 최선의 선택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윤 당선인이 호남이나 민주당 출신 정치인을 새 총리로 지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과 김병준 지역균형발전특위원장, 박주선 대통령취임식준비위원장 등이다. 김한길 위원장은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김병준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출신으로 원조 ‘친노’(친노무현)로 분류된다. 박 위원장은 광주와 호남에서 4선을 지낸 국회부의장 출신이다.
이 밖에 민주당 의원들과의 관계가 좋은 정진석 국회부의장이나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도 총리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한때 김부겸 국무총리가 새 정부의 초대 총리로 언급되기도 했다. 다만 윤 당선인이 24일 “개인적으로는 가까운 사이인데, 그런 걸 갖고 생각한 모양”이라며 “제가 총리 후보에 대해 아직 생각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답하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민주당 ‘반안 여론’ 의식?…安 총리설 ‘흔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의 총리설은 동력을 잃는 분위기다. 당초 대선 직전 윤 당선인과의 단일화를 수용한 안 위원장은 ‘총리 0순위’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안 위원장이 인수위원장을 맡은 이후 윤 당선인 측근을 중심으로 ‘안철수 총리’ 비토론이 커졌다. 안 위원장이 인수위원장과 총리라는 두 ‘권력’을 연이어 독점하는 게 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기에 민주당 내 높은 ‘반안(安反)’ 여론도 걸림돌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안 위원장에게 단일화 러브콜을 보냈지만 안 위원장이 거절, 결국 대선에서 패했다.
윤 당선인의 최측근 인사로 알려진 권성동 의원은 2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인수위원장을 하면서 또 국무총리를 하기에는, 역대 그런 경우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안 위원장이) 국무총리를 원했다면 인수위원장을 안 맡고 다른 분에게 기회를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권력은 나눠 가져야 하는 것이다. 특정인 한 사람이 모든 권력을, 좋은 자리를 다 차지하려고 하면 거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오는 주말 총리 후보가 결정된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도 있었다. 그러나 윤 당선인은 24일 통의동 인수위 야외 기자실을 찾아 “(총리 인선은) 아직 이른 것 같다. 인수위가 지난주 금요일 출범했는데 이제 시작하니까”라며 “저도 같이 생각도 보태는 이런 부분들이 있어서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