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종대 “청와대 졸속 이전, 가장 큰 문제는 위기관리 공백”
  • 이원석·김종일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2.04.0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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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전문가’ 김종대 전 의원 “현재 계획대로라면 국보급 자산인 위기관리센터는 사실상 불능화’”
“용산 이전 주도한 尹 측근 김용현, 결정 과정 설명에서 거짓말도 의심돼”
김종대 전 의원이 4월1일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 내 연구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김종대 전 의원이 4월1일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 내 연구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자타공인 손꼽히는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의 대통령집무실 용산 이전에 대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그가 지적하는 문제점은 무엇일까. 김 전 의원은 4월1일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 내 연구실에서 가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용산 이전 자체를 반대한다는 말은 한 적이 없다”면서도, 윤 당선인이 5월10일 취임에 맞춰 위기관리센터를 포함한 청와대를 전면 개방하겠다고 한 계획에 대해 “이는 위기관리센터를 불능화하겠다는 것”이라며 국가 위기관리의 공백이 심히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8년 위기관리센터를 없앴다가 박왕자씨 피살 사건, 천안함 사건 등에 대해 대처하지 못했던 이명박 정부가 떠오른다”며 “윤석열 정부는 ‘어게인 MB'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전 의원은 청와대 이전 구상이 당초 광화문에서 용산으로 변경된 데 대한 배경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윤 당선인의 고교 선배인 김용현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부팀장이 한 기자의 의견을 들은 뒤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의혹에 대해 “제가 해당 기자에게 직접 확인했다”며 관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전하기도 했다. 그는 김 부팀장 등 일부 핵심 측근 인사들을 중심으로 관련 의사 결정이 이뤄지는 것에 대해서도 “앞으로 국가의 의사 결정이 이런 식으로 이뤄지면 큰일 난다”고 경고했다.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에 대해 왜 결사코 반대하나.

“용산 이전 자체를 반대한다는 말은 한 적이 없다. 민주주의의 대원칙이자 기본인 ①공론화 ②재원 확보, ③법 절차 준수 이 세 가지만 충족이 된다면, 누가 반대를 하겠나.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고, 용산에 새 시대를 열겠다는 것인데. 문제는 당선인이 기자회견으로 이 세 가지 과정을 모두 퉁 쳐버린 거다. 인수위나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속도 조절 이야기가 나왔으나 당선인이 그냥 강행했다. 이렇게 졸속으로 결정하는 오기와 독선의 행태가 문제인 거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심각한 위기관리·안보 공백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하나씩 따져보자. 공론화가 없었다는 지점은 전에도 논란이 많았다.

“간담회, 공청회, 토론회 한번 없이 국가 대사가 결정됐다. 정부 부처 합동회의, 전문가 검토도 없었다. 김용현 부팀장은 2월부터 전문가 50명 이상의 자문을 받으며 검토했다고 한다. 자문한 사람이 누군지 단 한 사람이라도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용산 이전은 갑작스럽게 일이 진행된 3월14일, 그 이전엔 검토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그즈음 한 일간지 모 안보전문기자의 얘기를 듣고 갑자기 결정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 않나.”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제가 해당 기자에게 직접 확인했다. 김 부팀장이 해당 기자를 찾아와 용산 이전 얘기가 나오기 직전인 3월12일에 청와대 이전에 대한 고민을 얘기했고, 해당 기자가 ‘국방부는 어떠냐’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그 다음날 전화가 와서 보충 질문까지 했다고 한다. 그리고 3월14일 윤한홍 TF팀장과 김 부팀장이 국방부를 찾아 실측한 거다. 이후 인수위 측에서 기자에게 전화가 와 ‘기자님이 큰 일 하셨다’고도 했다고 한다. 해당 기자가 지금 상당히 분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기자가 조언을 해주면서 3월15일에 용산 이전과 관련된 칼럼을 쓴 게 있는데, 김 부팀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 ‘기자한테 자문을 받은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자 오히려 본인이 해당 기자에게 자문을 해줘서 칼럼을 쓴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해당 기자는 현재 이 같은 일들에 대해 ‘금도를 넘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인수위 측이 거짓말을 한 것이다.”

김 부팀장 등 일부 핵심 측근 인사들이 별다른 논의 없이 결정을 주도하고 있다는 지적인가. 

“이전 계획을 주도하고 있는 김 부팀장은 3월14일에 국방부를 찾아 실측하고 할 때 아무런 직함도 없었다. 무슨 권한과 직함으로 이렇게 모든 판을 짜는 것인가. 또 청와대 지하 벙커에 있는 국가위기관리센터와 관련해서도 당초 김 부팀장이 당분간은 그대로 쓰겠다고 했다가, 통신차량을 이용하겠다고 이틀 만에 뒤집혔다. 김 부팀장과 당선인 둘이서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큰일 날 얘기다. 국가의 위기관리는 사람, 계획, 매뉴얼 등에 대한 책임자가 따로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전혀 모르는 두 사람이 자신들끼리 무면허 운전을 하듯 하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국가의 의사 결정이 이런 식으로 이뤄지면 큰일 난다.”

재원 확보 문제는 어떤가. 윤 당선인 측은 이전에 496억원 정도가 소요되며, 예비비를 집행하면 된다고 봤다.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는 게 이삿짐 꾸리고 건물 고치고 방탄유리 설치하는 걸로 이해하는 윤 당선인은 기재부에 예비비 496억원을 신청하면 다 되는 걸로 안다. 합참 건물을 새로 짓고 이전하는 비용은 따로인가. 또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위기관리센터 이전이다. 위기관리센터는 이사라는 개념이 없다. 새로 만드는 거다. 외교부, 국방부, 국정원, 소방청 등 각 시스템마다 별도의 망을 쓰는데 청와대에서 뜯어서 그냥 옮기는 게 아니라 새로운 공간과 하드웨어 등에 맞게 다 새로 연결을 해야 한다. 방대한 데이터를 보존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각자 다른 시스템들을 다 모아서 아예 새롭게 설계를 해주는 거다. 망 하나만 옮기는 것도 프로젝트인데 비용이나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든다. 당선인 측의 설명처럼 간단한 문제가 결코 아니다.”

월19일 윤석열 당선인이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를 직접 답사하고 있다.ⓒ국민의힘 제공<br>
3월19일 윤석열 당선인이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를 직접 답사하고 있다. ⓒ국민의힘 제공

법 절차에 대한 지적도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이런 중대사가 인수위에서 다뤄진다는 것 자체가 논란인데, 더 이상한 건 인수위가 현판식을 하기도 전에 결정이 끝났다는 거다. 인수위는 보이지도 않는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여기에 대해 아무런 말도 없다. 무엇보다 5월9일까지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고 국민을 보호할 책임자는 국군의 총사령관이자 정부의 수반인 문재인 대통령이다. 현직 대통령이 버젓이 있는데 국방부 장관더러 옮기라, 마라 지시한다. 문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만들겠다는 거다. 명백한 월권이다.”

실제 당시엔 문 대통령 측과 윤석열 당선인 측의 갈등이 꽤 심했다.

“현 정부 입장에선 그렇게 반응하는 게 당연한 거다. 이 지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위기관리의 문제도 있다. 미국에선 대통령이 취임하면 전임 대통령으로부터 핵 가방을 전달받는다. 이는 현 시간까지 전임 대통령이 국가의 안전과 지속성을 책임졌고, 이제부턴 새 대통령이 이를 책임진다는 의미를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거다. 우리도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이 국가위기관리와 안전에 관해 서로의 역할을 존중해주면서 정권을 인수받을 때까지 차질 없이 위기관리를 할 수 있도록 협력을 해야 되는 건데, 지금 안 되고 있지 않나. 저는 이미 위기관리 공백 사태가 왔다고 본다. 지금처럼 협조 관계가 삐거덕거리고 부실하다면 북한은 정권이 넘어가는 경계선 언저리에서 테스트 같은 걸 해 보고 싶을 지도 모른다.”

윤 당선인 측의 집무실 이전 계획이 위기관리 공백 문제와 연결이 되는 이유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위기관리센터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당선인은 취임하는 5월10일 즉시 청와대를 한 톨도 남기지 말고 개방하라고 지시했다. 그 말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청와대 지하 한복판에 있는 위기관리센터를 불능화하겠다는 거다. 위기관리센터는 대체 불가능한 국보급 자산이며 안보와 재난재해 등 위기관리에 대한 역대 대통령들의 노력과 경험이 축적된 공간이다. 앞서 말했지만 무수히 많은 시스템이 정교하게 연결돼 있고 방대한 데이터가 있다. 이걸 옮기려면 시간과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들어가는 것도 문제지만 지금 당선인 측의 계획은 이걸 아예 불능화하겠다는 거나 마찬가지다. 완전히 잘못 생각하고 있다.”

당선인 측은 국가지도통신차량이라고 하는 이동형 차량을 이용하면 NSC(국가안전보장회의) 등을 문제없이 할 수 있고 아무런 공백도 없다는 입장이다.

“국가지도통신차량은 위기관리센터에서 보낸 화면을 대통령에게 필요에 따라 보여주는 중계차 정도의 역할이다. 위기관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이건 병원 수술 종합실을 5분 거리에 놔두고 앰뷸런스에서 수술을 하겠다는 의미다. 당선인에게 본인이 했던 이 말을 좀 돌려주고 싶다. 장소가 의식을 지배한다? 그 말이 여기도 적용된다. 위기관리센터에서 하는 위기관리와 이동 버스에서 하는 위기관리는 다른 거다. 위기관리센터에선 대통령 수준으로 하는 거고, 버스에선 경찰서장이나 방범대장 수준으로 하는 거다.”

당선인 측의 기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실제로 당분간은 위기관리 공백이 제대로 안 된다고 보는 건가.

“지금 상황이라면 제대로 된 위기관리는 턱도 없을 거다. 윤석열 정부는 ‘어게인 MB’가 될 거라고 본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MB)이 위기관리센터를 없앴다. 이후 첫 번째 경고음은 같은 해 금강산에서 박왕자씨가 사망한 걸 7시간 동안 몰랐던 거였다. 두 번째 경고음은 2009년 11월 대청도 인근에서 우리 군이 북한 경비정을 격파한 대청해전이다. 당시 MB는 비밀리에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었기에 상당히 난감해했다는 얘기가 있다. 외교 따로 놀고 국방 따로 놀았던 거다. 세 번째가 2010년 천안함 사태다. 이때는 청와대에 파견된 한 장교에게 친한 후임이 전화를 해 대통령이 알았다는 것 아닌가. 국방부 장관보다 대통령이 먼저 안 것이다. 합참의장은 술에 취해 있었다고 한다. 총체적 난국이었다. 위기관리센터가 없었기 때문이다. 천안함 사태가 있고 한 달여 뒤에 결국 MB가 없앴던 위기관리센터를 2년 만에 부활시켰다. 지금이 딱 그때와 같은 상황이 다시 재현될까 우려된다. 심지어 인물도 같다. 김성한 전 외교부 차관,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 이종섭 전 국방부 합참차장 등 기획 인수위에서 외교·안보 분과를 맡은 사람들이 전부 MB맨들이다.”

군이 현재 많이 혼란스럽다는 얘기도 들린다.

“지금 국방부나 합참은 어떤 공황 상태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표현하는 게 적당할 것 같다. 아직도 국방부 실무부서에선 어디로 이사를 가는지 모른다고 한다. 여전히 부서들이 어떻게 분산되고 하는 거에 대한 밑그림을 못 그려내고 있다. 그 모든게 다 결국 윤석열 정부에서 책임져야 하는 일인데, 용산 시대라고 하는 대통령 권력의 변화에만 초점을 맞추고 군의 어려움은 전혀 도외시하는 국정에 대한 무책임성이 두드러진다.”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 합참의장이 한 곳에 몰려 있는 것은 문제가 없을까.

“적어도 앞으로 1년 이상은 세 사람이 반경 150m 이내에 모여 있다는 얘긴데, 이는 안보 위협이 있는 나라에선 절대로 해서 안 되는 거다. 우리 헌법에 보면 국가위기관리에 있어서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국방부 장관이 건의해 국무위원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되어 있다. 국방부 장관이 유고가 되면 국방부 차관이나 합참의장이 할 수도 있겠으나 지금은 모두가 다 한 군데 모이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는 전시 국가다. 전시의 위기관리가 국가 생존의 핵심 체계인데 이 부분을 누구도 침해해서는 안 된다. 지금 당선인은 위기관리는커녕 위기를 만들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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