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6人의 분투기…“코로나요? 우린 그런 것 몰라요”
  • 이경희 창업전략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4.18 10:00
  • 호수 1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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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체질 개선 통해 팬데믹 위기를 기회로

3년 가까이 지루하게 계속되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많은 사람이 힘들어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힘든 사람들은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이다. 이들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가계부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자영업자 대부분이 대출을 받아 창업하고, 창업한 후에도 적자가 나면 다시 제2, 제3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적자를 메우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소상공인들의 매출이 급감했다는 것은 곧 중산층의 붕괴를 의미한다. 하지만 모두가 힘든 가운데서도 활로를 모색하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가는 사업자들도 있다. 어떤 사업자는 기본에 충실한 경영으로, 어떤 사업자는 코로나도 울고 갈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어떤 사람들은 과감한 업종 전환으로 코로나19 위기를 뚫는 돌파구를 마련했다.

ⓒ연합뉴스
코로나 팬데믹으로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지만, 과감한 업종 전환과 창의적 아이디어를 통해 성공한 사람도 적지 않다. 사건은 서울 시내 한 음식점 모습ⓒ연합뉴스

▒ 과감한 업종 전환으로 사업 역전 성공

과감한 업종 전환으로 자신의 사업에서 돌파구를 마련한 것은 물론 함께하던 직원까지 창업으로 성공한 사례가 있다. 경기도 용인에서 9년간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을 운영했던 백인숙씨(64)는 코로나 사태 직후 매출이 80% 이상 급감했다. 9년 동안 적자 없이 잘 운영해 왔는데, 갑작스럽게 적자 매장으로 전환되자 버틸 수 없었다. 정부에서 소상공인 대출을 몇천만원이나 받아 긴급하게 운영자금으로 투입했지만 적자 폭이 워낙 커 대출금은 금방 동이 났다.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유명한 맛집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코로나 속에서도 장사가 잘되는 매장을 발견하면 그 업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던 중 서울 강남역 이면도로에서 맛집 버거로 명성이 자자한 ‘힘난다버거’의 소문을 듣게 됐다. 젊은이가 많은 거리였지만, 친구와 함께 방문해 분위기도 보고 맛도 봤다. 손님들로 북적거렸고 주변에 학원가가 있었다. 학원가를 낀 용인 지역에서도 잘될 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하지만 이미 대출받은 자금을 운영비로 다 쓴 터라 업종 전환 자금이 부담스러웠다. 가맹본사에 숍인숍 입점으로 버거를 취급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당시는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라 가맹본사의 ‘소상공인 지원 프로젝트’ 덕분에 추가 투자 없이 버거 메뉴를 숍인숍 형태로 추가할 수 있었다. 하루 햄버거 매출 목표를 50만원으로 잡았는데 첫날 목표를 달성하더니 매출이 쭉쭉 올라갔다. 얼마 후 베트남 쌀국수 매출은 여전히 바닥인데 버거 매출액만 하루 80만~100만원에 달하자 과감하게 2021년 초 쌀국숫집을 햄버거집으로 전환했다.

물론 업종 전환을 하면서 오래 근무해온 주방장이 실직자가 될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장사가 되는 걸 확인한 주방장도 용기를 내 인근에 동일한 브랜드로 작은 햄버거 가게를 냈다. 이미 강남역 수제버거 맛집으로 소문난 ‘힘난다버거’를 주민들이 알고 있던 터라 배달앱에 깃발을 몇 개 꽂지 않았는데도 현재 백인숙씨 매장은 월 5000만~6000만원대, 주방장이 낸 매장도 15평 규모에서 4000만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며 성공적으로 영업하고 있다. 특히 60대 중반인 백인숙씨의 경우 베트남 쌀국숫집을 운영할 때 전문인력인 주방 인건비가 부담스러웠는데, 햄버거는 아르바이트생을 쉽게 활용할 수 있어 연령대에 맞는 사업 체질 전환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힘난다버거 성복점 백수현 사장

▒ 치킨이 맛있던 생활맥주, 숍인숍 브랜드로 성공

주점의 경우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없던 시장을 새로 개척한 사례도 있다. 크라운호프, 펀비어킹 등은 배달을 강화해 코로나19 이후에도 주점업에 새로운 배달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요컨대 맥주 배달은 맥주와 함께 안주가 배달되므로 객단가가 높은 게 장점이다. 영업시간은 줄었지만, 늘어난 배달이 그 자리를 메운 것이다.

수제맥주 프랜차이즈인 ‘생활맥주’의 경우 아예 숍인숍 브랜드 개발로 위기를 돌파했다. 생활맥주는 시작 무렵부터 치킨이 맛있기로 유명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치킨이 그냥 생활맥주의 대표 안주 중 하나였다. 코로나19가 확산되고 방역 강화로 주점들의 영업시간이 짧아지자 숍인숍 브랜드로 생활맥주 치킨을 출시해 가맹점의 매출 상승을 지원했다. 임상진 생활맥주 대표는 “생활맥주의 치킨 배달을 통해 가맹점주가 효과적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해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입고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지 않아 매장을 개조하고 싶었는데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오히려 마음에 들지 않던 인테리어의 덕을 본 사례도 있다. 부산 동구 배달 맛집 1등인 나베야돈까스는 이전에 맥줏집을 하던 매장을 냄비 돈까스로 전환하게 됐다. 업종 전환 후 독특한 메뉴 개발로 장사는 잘됐지만 원래 있던 맥줏집 칸막이가 영 거슬렸다. 요즘 인테리어 트렌드와 안 맞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코로나19가 확산됐다. 다른 음식점들은 점심 손님이 줄어들어 매출이 뚝 떨어졌지만, 나베야돈까스는 점심때도 사람들이 줄을 섰다. 칸막이가 있기 때문에 안심하고 식사를 하러 왔던 것이다. 내점객이 많으니 맛을 본 고객들이 집에서도 주문을 했다. 배달앱에서 특별한 홍보를 하지 않는데도 주문이 많아 깃발 2개로 지역 맛집 1등을 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부산 동구 배달 맛집 1등인 나베야돈까스는 이전에 맥줏집을 하던 매장을 냄비 돈까스로 전환하게 됐다.

▒ 슬세권 출점으로 안정적인 매출 유지

주택가 출점 전략으로 코로나에도 아랑곳없이 가맹점이 많이 개설되며 인기를 얻은 브랜드도 있다. 부산에서 출발한 브랜드 막창 전문점 ‘불막열삼’은 유흥가나 먹자골목에서 맛볼 수 있었던 막창이나 대창 요리를 주택가에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코로나19에 대한 불안으로 유흥가나 먹자골목 음식점을 찾는 발길은 줄어들었지만, 슬리퍼 상권으로 불리는 주택가 상권은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었다. 특히 가성비 좋은 가격과 높은 품질을 가진 불막열삼 메뉴는 맛에 민감한 주부들이 소비 결정권을 쥐고 있고, 단골 고객 비중이 중요한 주택가 상권에 잘 먹혔다. 덕분에 코로나 기간 중에도 많은 가맹점이 개설되고 안정적인 매출을 올렸다. 특히 내점 고객 비율이 높다 보니 배달 전쟁으로 인한 비용도 아낄 수 있었다.

거제도에서 샤부샤부집을 운영하는 청년 사장 강태준씨(33)는 국내 관광객을 타깃으로 장사해 위기를 극복했다. 그는 조선 경기 침체로 거제도 경기가 나빠지자 거제라는 지역 특성을 활용했다. 관광객들이 꼭 와봐야 할 음식점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꽃샤부샤부’라는 독특한 메뉴를 개발했다. 고기의 붉은색을 활용해 꽃이 핀 것 같은 푸드 스타일링을 한 청국장 샤부샤부였다. 2018년 11월 처음 문을 열었는데, 코로나19 확산 이후 사업은 더욱 번창했다.

덕분에 2021년 말에는 2호점까지 내게 됐다. 코로나 기간 중에 다른 음식점도 2개나 더 냈다. 코로나 기간 동안 많은 사람이 해외 관광 대신 국내 관광을 선택하면서 매출이 더 늘어난 것이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색다른 메뉴로 주중에는 지역 주민들, 주말에는 외부 관광객들이 방문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샤부샤부집을 운영하는 청년 사장 강태준씨

▒ 창업 두 달 만에 코로나19 맞았지만 타격 없어

2019년 12월24일 매장 문을 열었는데 두세 달 후에 코로나가 터진 사례도 있다. 팔각도의 조성욱 대표(45)는 전국 맛집을 돌며 3년간 준비해 숯불닭구이점 팔각도를 오픈했다. 처음 오픈 때부터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다 창업 2~3개월 만에 코로나19를 맞았지만 생각보다 매출이 떨어지지 않았다. 코로나19도 울고 갈 정도의 메뉴 경쟁력 덕분이었다.

조성욱 대표는 삼겹살집은 주변에 얼마든지 있는데 색다른 먹거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숯불닭구이에 주목했다. 닭구이는 춘천에 가면 누구나 먹는 메뉴인데 왜 다른 도시에서는 제대로 된 맛을 볼 수 없을까? 원하는 사람이 없어서일까, 제대로 맛을 제공하는 음식점이 없어서일까? 조 대표는 후자라고 판단했다. 제대로 된 맛을 제공하면 손님이 올 것이라는 생각으로 매장을 열었다.

조 대표의 생각은 적중했다. 크리스마스 시즌부터 인기몰이를 했다. 그러다 두 달 후에 코로나가 터져 2020년 2~4월에는 매출이 약간 주춤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5월 이후 매출에 큰 타격이 없었다. 코로나19 기간 내내 배달도 안 하는데 월 1억원대의 안정적인 매출이 올랐다. 창업 당시 조 대표가 생각했던 차별화 전략이 코로나에도 먹힌 것이다.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음식점이 아닌 특별한 메뉴를 선보였더니 코로나 기간 동안 외식 횟수를 줄이는 가운데서도 한 번 즐길 때 특별한 걸 찾는 손님들 덕분에 코로나 영향을 덜 받은 것이다.

계속되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많은 자영업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위기 극복 과정을 통해 사업 체질을 단단하게 하고, 사업모델을 혁신하는 기회로 전환할 수도 있다. 스마트 상점 솔루션의 도입, 새로운 상품 개발, 신시장 개척, 인건비를 절감하는 효율적인 운영 시스템, 유·무인 24시간 운영 전략을 통한 매출 강화 등 여러 가지 아이디어로 위기를 극복해온 소상공인도 많다. 한편 더 큰 바이러스 등장을 예고하는 전문가도 많으므로 늘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있는 것은 늘 변한다. 그 변화는 성장하거나 쇠퇴하거나 둘 중 하나다. 소상공인들의 사업체도 살아있는 생명체다. 긍정적인 미래를 바라보면서 끊임없이 발전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려는 노력이 위기를 예방하는 백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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