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자살골 넣은 셈” 김태년 “원내대표 사퇴해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라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권성동 원내대표의 당내 입지가 ‘휘청’이고 있다. 권 원내대표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적 박탈) 중재안을 받아든 게 자충수였다. 권 원내대표가 합의를 번복하고 다시금 당의 투쟁대오를 이끌고 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될 경우 권 원내대표를 향한 ‘책임론’이 거세질 전망이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검수완박 중재안’을 받아들였다.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에서 4대 범죄(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는 삭제키로 했다. 부패와 경제 수사권만 남긴 것이다. 직후 검찰과 당 일각에서 비판이 이어졌다. 그러자 권 원내대표는 “중재안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주장을 폈다.
권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재안은) 일선 검사들은 잘 된 합의안이다, 본인들이 만족하는 합의안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직접 수사권보다는 보완 수사권이다. 그래서 송치사건에 대해 직접수사를 하고 경찰에 수사요구를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보완수사권, 보완 수사요구권이 그대로 다 남아있기 때문에 검사로서 업무 수행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권 원내대표는 3일 뒤 입장을 번복했다. 이준석 대표를 비롯한 당 수뇌부가 중재안에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다. 권 원내대표는 25일 ‘검수완박’ 중재안을 재논의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그는 “공직자 범죄, 선거 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이 제외된 부분에 대해서 국민의 지적이 많이 있다”며 “여야가 머리를 맞대서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이틀 뒤에는 ‘검수완박’ 중재안을 반대하는 선봉에 섰다. 국민의힘이 27일 ‘검수완박’ 입법 강행을 저지하기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시작한 가운데, 첫 번째 주자로 권 원내대표가 나선 것이다. 그는 “지금 민주당은 국민의 뜻에 반하는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한다”며 “민주당의 ‘검수완박 원안은 기만적 정치공학의 산물”이라고 비난했다
‘강원랜드 수사’ 영향 미쳤나…당내서도 비판
권 원내대표가 합의를 깨고 투쟁을 이끌고 있지만, 당내 비판은 사그라들지 않는 모습이다. 권 원내대표가 중재안에 합의하는 바람에 투쟁 동력이 일부 상실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권 원내대표가) 괜한 짓을 했다. 당의 중의(衆意)도 아니고 본인 스스로 함정에 빠진 것”이라며 “(중재안 합의가) 장수가 적진 복판에서 갑옷을 벗은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했다.
정치권 일각에는 권 원내대표가 사감(私感)을 앞세워 ‘검수완박’ 중재안에 합의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어린 시선도 있다. 과거 ‘강원랜드 채용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았던 권 원내대표가 검찰에 대한 악감정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2012년 11월부터 2013년 4월까지 강원랜드 교육생 공개 선발 과정에서 인사팀 등에 압력을 넣어 의원실 인턴 비서 등 11명을 부정 채용하게 한 혐의(업무방해) 등으로 재판을 받아왔다. 이후 권 원내대표는 지난 2월17일 대법원으로부터 무죄를 확정받았다. 검찰이 혐의를 정확히 증명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그것(강원랜드 수사)이 개인적인 하나의 참고 사항이 될 수 있지만 그걸 중심으로 놓고 국가 형사사법체계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며 “개인적인 경험은 개인적인 경험이고, 국가 형사사법체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또 다른 공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27일 시사저널TV 《시사끝짱》에 출연해 “권 원내대표가 (강원랜드 수사 이후) ‘나는 검찰 수사의 피해자’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문제”라며 “결과적으로 권 원내대표가 (중재안에 합의하며) 희대의 ‘자살골’을 넣은 꼴이 됐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권 원내대표의 사퇴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4선 중진의 김태년 의원은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합의 당사자인데 의원총회 추인까지 받았으면서 당 밖 사람들한테 휘둘려 합의 파기까지 했으면 창피해서 고개를 들 수 없어야 한다”며 “(권 원내대표는) 사퇴까지 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