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청문회 정국, 윤석열 정부 '반쪽' 출범하나
  • 공성윤·김현지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2.05.06 16:00
  • 호수 1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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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은 지키고, 정호영은 낙마 가능성 높아...한덕수 운명은 민주당 손에”

5월10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지만, 청문회 정국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덕수 국무총리,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를 ‘데스노트’(낙마 명단)에 올렸다.

가장 큰 변수는 한덕수 후보자다. 국무총리 후보자는 국회 본회의에서 과반 출석-과반 찬성으로 인준을 받아야 한다. 절반(150석)이 훌쩍 넘는 168석을 보유한 민주당이 키를 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한덕수 후보자의 인준 문제를 다른 장관 후보자 거취 문제와 연계할 경우 셈법은 더욱 복잡해진다. 한덕수 후보자를 통과시키는 대신 일부 장관을 낙마시키는, 정치적 ‘기브 앤 테이크’를 말한다. 여기에서 등장하는 인물이 한동훈 후보자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왼쪽), 김부겸 국무총리ⓒ시사저널 이종현·임준선

尹-민주당, 한덕수-한동훈 놓고 치킨게임

한동훈 후보자는 윤석열 정부의 ‘소통령’으로까지 불린다. 한동훈 후보자는 6·1 지방선거를 비롯해 윤석열 정부 초기 분위기를 좌우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국면의 최전선을 담당할 법무부 장관이다. 쉽게 얘기하자면, 민주당과 윤석열 정부는 국무총리와 법무부 장관 양자택일을 놓고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시간적 상황도 공교롭다. 윤석열 정부 출범 하루 전인 5월9일, 한동훈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같은 날, 국회가 한덕수 후보자에 대한 찬반 표결을 하지 않으면 윤석열 정부는 반쪽 정부로 출범할 수밖에 없다. 즉,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김부겸 국무총리와 함께 국무회의를 열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입장은 명확한 듯 보인다. 한덕수 후보자를 잡기 위해 한동훈 후보자를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검수완박 입법에 대한 여론과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6·1 지방선거에 대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 검수완박 입법 과정에서 보인 입법폭주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총리까지 비토했을 경우, 이는 지방선거 완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율은 검수완박 입법 이전에 비해 크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윤석열 정부가 웃을 수만 있는 상황은 아니다. 장관 제청권은 국무총리에게 있다. 한덕수 후보자가 낙마하거나 국회 비준이 늦어지면, 김부겸 총리가 청문회를 통과한 장관을 제청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부겸 총리는 “가능하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회 임명 동의를 받았으면 좋겠다”면서 “후임자가 오실 때까지 연결 역할을 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부겸 총리가 청문회를 통과한 추경호 경제부총리를 제청하고 추경호 부총리가 총리 권한대행을 맡아 제청권을 행사하는 방안까지 논의되고 있다.

정호영 후보자의 경우 ‘버리는 카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호영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된 만큼, 윤석열 정부에서 정호영 후보자의 낙마를 여론과 민주당을 향한 정치적 출구로 삼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도 실리와 명분을 다 잡기 위해 저울질을 하고 있다. 당 일각에선 한덕수 후보자의 인준을 조건으로 정호영·한동훈 후보자를 모두 낙마시켜야 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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