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흥망 결정하는 미래 키워드를 읽어라
  • 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5.24 10:00
  • 호수 170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변화하는 소비자와 시장을 읽어내는 서용구 교수의 《X마케팅》

시장에 ‘블랙스완’(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이나 ‘퍼펙트 스톰’(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재앙이 동시에 발생하면 엄청난 파괴력을 내는 현상) 등 공포 섞인 말들이 배회하고 있다. 끝나지 않는 코로나 팬데믹, 중국의 봉쇄, 우크라이나 전쟁, 달러화 가치 급상승, 가상화폐의 종말 등도 이에 못지않게 무서운 말이다. 위기 앞에서 공포에 떠는 것은 올바른 자세는 아니다.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만들라는 것은 투자나 시장에서 수없이 증명된 금과옥조다. 문제는 어디에 마음을 쏟고, 돈을 투자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 뉴시스
포켓몬빵 품귀 현상이 계속되던 4월6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앞에서 시민들이 영업시간 전부터 포켓몬빵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뉴시스

소비자의 흐름을 읽은 기업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쉽게 떠오르는 알파벳은 X다. X는 제1 미지수를 나타내는 알파벳이자, 혼돈의 의미도 안고 있다. 그런데 마케팅에서 이 단어는 익숙하지 않은데, 지금의 시장을 X마케팅으로 읽어내는 책이 출간됐다. 숙명여대 경영학부 서용구 교수의 《X마케팅》이 바로 그것이다. 저자가 X(eXperience)마케팅이라 한 것은 지금의 마케팅 키워드를 브랜드 경험(BX)과 고객경험(CX), 디지털 고객경험(DCX)으로 읽어내기 때문이다.

브랜드 경험에서 가장 눈에 띄는 개념은 ESG다. 저자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뜻하는 이 개념을 다양하게 변용하면서 이 사회를 읽는 단어로 제시한다. 현실과 가상, 시장과 비시장, 서양과 동양,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사라지는 세상에서 미래를 생각하는 ‘착한 기업’이 고객에게 더 호응받을 수 있다는 다양한 사례를 보여준다. 인종차별 반대를 제품에 심은 나이키, 고용의 안정성을 추구하는 쿠팡, 상속세를 깨끗하게 내고 심장병 어린이를 돕는 오뚜기, 지속 가능한 방식의 원재료를 쓰는 유니레버 등이 그런 사례다.

2장 고객경험은 소비자의 흐름을 통찰력 있게 읽어내고 시장에 대처하는 자세를 다룬다. 앞장에서도 강조되는 MZ세대(민지)나 베이비부머(부머)가 시장에서 갖는 특징을 잘 분석한다. 이들의 첫째 가치는 멀티라이프다. 재택근무라는 단어를 너무 익숙하게 만든 코로나 팬데믹을 떠나 노마드 라이프는 이제 이 시대를 관통하는 중요한 단어다. 일과 휴가를 합친 워케이션이나 워라밸이 없는 회사는 더 이상 좋은 인재를 끌어들일 수 없다. 일과 여가를 합친 블레저(비즈니스(Business)와 레저(Leisure)의 합성어)들의 탄생도 빼놓을 수 없는 대세다. 수많은 프로그래머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몸과 마음을 달래고 있는데, 이들을 무시하는 회사는 인재풀에 약점을 갖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메타로 사명을 바꾼 페이스북,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제페토, 숙박업계의 강자가 된 에어비앤비 등이 그런 사례다.

“잘 성장한 임플로이언서(직원+인플루언서) 한 명이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열 명보다 회사 브랜드 명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개념을 모르는 기업이나 단체는 그만큼 성장이 더딜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직원들의 SNS 활동을 개인적인 소모 행위로 치부하면서, 방해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도 사실이다. 현직 공무원들이 틈을 내 만든 유튜브 ‘공무원TV’는 공직에 대한 국내 유튜버들의 이해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음에도 업데이트가 멈췄다. 반면 2주 간격으로 짧은 극을 올리는 ‘너덜트’는 9개월 만에 구독자 114만 명을 모으는 뜨거운 공간으로 부상했다.

시장 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세대는 전후 세대. 신중년 세대로 불리는 1, 2차 베이비부머 세대와 14~43세 층인 MZ세대다. 앞 세대는 인구수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MZ세대는 새로운 환경의 시장에서 강한 구매력을 가진다. 저자는 시니어 시장이야말로 블루오션이라고 보면서 이들의 흐름에 맞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30세 이하 직원으로 그림자위원회를 만들어 MZ세대를 공략하는 구찌, 사진 찍기 좋은 매장을 만든 노티드, 시니어 시장으로 눈을 돌린 일동후디스 등도 그런 흐름을 보고 있다고 파악된다.

마지막 장은 디지털 고객경험이다. 모든 사람이 인플루언서이자 크리에이터가 되는 이 시대에 소비활동은 단순한 쇼핑이 아닌 미디어 행위, 즉 사회활동이라고 강조한다. 라이브 커머스, 풀밀먼트(물류 일괄 대행), 라스트 마일(물류를 통해 최종 배송을 줄이는 서비스) 등을 중시하는 기업의 가치가 커가는 것도 이런 이유다. 여기에 맞춤식 고객경험을 생각하는 큐레이션이나 온·오프라인을 통해 고객의 경험을 찾아서 문제를 해결하는 옴니 경험도 빼놓을 수 없다. 오프라인 매장은 물론이고 AR(가상현실) 매장까지 구현한 이케아, 모바일 주문 앱을 운영하는 스타벅스, 즐겁게 건강을 관리하는 ‘헬시 플레저’를 만든 암웨이 등도 이런 상황을 현실로 만든 이들이다.

X마케팅│서용구 지음│시사저널 펴냄│180쪽│1만4000원

‘프로토피아’에 대한 믿음 가져야

현대인의 공동된 목표는 지속 가능하고,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알파고에게 무너지는 이세돌이나 커제를 보면서 사람들은 여전히 우리가 미래를 주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다. 저자는 이런 흐름 속에서도 감시의 시대를 뜻하는 ‘디스토피아’나 과거로의 회귀를 꿈꾸는 ‘레트로피아’는 아니라고 본다.

서 교수는 “중요한 것은 진행되는 유토피아인 ‘프로토피아’에 대한 믿음을 갖는 것이다. 미래는 결국 우리가 만들어가야 한다. 세상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사고가 절실히 필요하다”면서 “코로나로 인해 국민 만족도가 떨어지고 있지만, 과거를 긍정하고 현재에 감사하며, 미래 지향적 시간조망을 가진 사람이 많을수록 행복해질 수 있는 만큼 개인과 조직이 행복 경험을 다시 디자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만 반가움과 공포가 같이 오는 ‘개와 늑대의 시간’을 이기고, 모두가 행복한 시간으로 갈 수 있다고 본다.

이 책의 저자인 숙명여대 서용구 교수는 《빅블러시대》 등 10여 권의 마케팅 관련서를 출간했고, 2021년 ‘상전유통학술상’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브랜드 마케팅과 유통 분야에서 활동해온 학자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