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스 고딘 “대중 손절하고 소수 고객 공략하라”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2.05.24 07:30
  • 호수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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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컨퍼런스G 2022 기조연설 나선 마케팅 구루 세스 고딘
“기존의 마케팅 공식인 ‘대중성=마케팅 성공’ 이젠 안 통해”

요즘 기업들의 최대 고민은 ‘어떻게 고객의 지갑을 열게 하느냐’다. 마케팅은 이런 고민의 최전선에 있다. 마케터들이 ‘대중성’에 집착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상품을 더 많이 판매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기존의 마케팅 공식이었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마케팅 구루인 세스 고딘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시사저널과 인터뷰에서 불특정 다수의 ‘대중’보다 로열티가 있는 ‘소수’에 집중하라고 강조했다. 세스 고딘은 “대중적인 히트작을 기획하는 것보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고객을 만족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 그들에게 의미 있는 것을 주는 것이 이치에 맞다”면서 “기업 역시 단기적인 이익에 함몰되기보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마케팅 활동을 하다 보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세스 고딘 제공

대중의 시대에서 변종의 시대로

오랫동안 마케팅 업계의 공식처럼 굳어진 ‘대중성’에 대해 세스 고딘은 회의적이다 못해 부정적이기까지 했다. 심지어 그는 마케터들에게 “대중의 몰락을 선언하고, 대중을 버리라”고 주문했다. 그가 새롭게 주목하는 대상은 개인과 작은 무리들이다. 대중이라는 거대 집단에 속하길 거부한 소수, 정상적이고 평범한 것을 거부한 ‘변종의 시대’를 선포한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저서가 세스 고딘의 《보랏빛 소가 온다》다. 오늘날 마케팅의 정석처럼 통용되는 보랏빛 소(Purple Cow) 전략에 대해 세스 고딘은 이렇게 설명한다.

“퍼플 카우 마케팅의 핵심은 주목할 만한 도드라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소의 이미지가 아니라 눈에 확 띌 수 있도록 소를 보라색으로 바꾸는 것이다. 기업들 역시 기존의 제품보다 새롭고 흥미진진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보는 순간 사람들의 시선을 확 잡아끄는, 화젯거리가 되고 추천거리가 될 만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 이제는 극단적인 차별화 없이는 그 어떤 기업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보랏빛 소가 온다》에서 변종을 강조한 세스 고딘은 단순한 마케터가 아니다. 그는 다이렉트 마케팅의 선두주자인 요요다인을 설립한 뒤, 미국 AT&T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에 온라인 프로모션 기법을 전파했다. 요요다인이 야후와 합병된 후에는 야후의 마케팅 담당 부사장으로도 활동했다. 지난 30여 년간 마케팅과 경영, 기업가 정신에 관한 통찰력 있는 글쓰기와 강연으로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마케팅 권위자로 손꼽힌다.

세스 고딘은 《린치핀》 《마케팅이다》 《트라이브즈》 《보랏빛 소가 온다》 《마케터는 새빨간 거짓말쟁이》 《퍼미션 마케팅》 《더 딥》 등 19권의 베스트셀러를 출간했다. 특히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는 ‘마케터들의 성지’로도 불린다. 이런 공로로 세스 고딘은 2013년 다이렉트마케팅협회(DMN) 명예의 전당에, 2018년 미국마케팅협회(AMA)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세스 고딘이 그동안 줄기차게 강조한 건 혁신, 다시 말해 변종이다. 그는 “대중에 밀려 주목받지 못한 변종이 주류가 돼 유행을 선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찌 보면 그는 마케터·작가·블로거·강연가·기업가 등을 아우르며, 정상의 범주로 정의되지 않는 ‘변종의 리더’인 셈이다. 시사저널은 5월31일 ‘컨퍼런스G 2022’을 앞두고, 기조 강연자인 세스 고딘과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세스 고딘과의 일문일답.

시사저널이 주최하는 컨퍼런스G 2022 기조연설에 응해 줘서 고맙다. 지금 이 시대가 요구하는 바람직한 마케팅 전략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지난 20년 동안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은 다음 두 가지의 조합이었다. 첫 번째가 필요한 사람에게 원하는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사람들이 입소문을 통해 제품을 퍼트릴 만한 것을 만들라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마케팅의 불문율과도 같다.”

저서인 《This is marketing(마케팅이다)》에서 ‘단기적 성과는 장기적 손실’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마케터나 경영자는 단기적 성과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현실과 이론의 괴리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사업의 성과가 얼마나 부족한지 모르겠지만,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는 관리자를 유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모든 국가에서 가장 성공한 관리자는 이와 정반대다. 패배할 게 뻔히 보이는 게임은 하지 말아야 한다.”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면 필패

《보랏빛 소가 온다》에서 좋은 제품을 만들기보다 사람들에게 화제가 될 수 있는, 즉 ‘리마커블한(Remarkable)’ 제품을 만들라고 조언했다. 기업이 자칫 마케팅에만 함몰돼 제품 혁신을 게을리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걱정할 필요 없다. 내가 강조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좋음(Good)’이다. 이 소주가 좋은 이유는 무엇인가? 이 차와 저 신발은 어떤가. 좋음은 실제 성능과 사양을 측정하기가 쉽지 않다. 좋은 것은 느끼는 거다. 우리를 그 장소로 이끌게 하고, 서로를 연결한다. 좋음을 위해 더 나은 사양(Spec)을 강조하지만, 효과를 보는 경우는 드물다. 이를 위해서는 선결 과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이 왜 좋은지 퍼트려주는 리마커(Remarker)에게도 이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종의 네트워크 효과다. 리마커는 주변 사람이 더 많이 참여할수록 더 나은 삶과 사회적 지위를 얻는다. 따라서 리마커는 마케터들이 얼마나 노력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마케터가 아니라 그들 자신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좋은 제품을 입소문으로 퍼트리는 것이다.”

상당수 대기업이나 제조업체들은 최신 마케팅 도입에 주저하고 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기업들은 마케팅 전략을 어떻게 세워야 하나.

“기업이 역사와 전통에서 멀어지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렇다고 고객을 배제하고, 기업 역사와 전통에만 몰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분명히 당신 기업에 대해 고객이 기대하고 있는, 혹은 높게 평가하고 있는 요소가 있을 것이다. 그게 무엇인가. 그 강점을 극대화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마케팅 전략 중 하나다.”

최근의 마케팅 트렌드를 보면 도저히 팔릴 것 같지 않은 상품이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끄는 사례가 많다. 그 원인을 ‘변종’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대중을 위한 마케팅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왔다고 지적했는데 이유는 무엇인가.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을 보고 그들과 같은 전략으로 복권을 긁는 건 잘못된 방법이다. 성공한 제품은 항상 흔하고 예측할 수 없는 곳에 있다. 히트작을 추측하기보다는 실행 가능한 ‘가장 작은 청중(smallest viable audience)’을 기쁘게 하고, 그들에게 의미 있는 걸 제공하는 게 더 합리적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기회가 생긴다. 그걸 충분히 반복하면, 성공할 기회가 훨씬 높아진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사회 분위기가 많이 변했다. 2022년 ‘퍼플 카우’가 될 수 있는 분야는 어디라고 보나.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분야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는 사람들끼리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게 도와줄 기회나 도구가 더 많이 필요하다. 그동안 인간은 무언가를 만들었지만, 지금은 변화를 만들 기회가 생겼다.”

 

혁신을 통한 극단적인 차별화가 관건

마케터로서 고객을 ‘섬겨야 한다’고 표현했다. 어떻게 하는 게 잘 섬기는 것인가.

“고객을 위해 제품 가격을 낮추거나 물건을 공짜로 주라는 게 아니다. ‘섬기다’라는 것은 공감과 감정노동을 의미한다. 마케터가 고객을 공략하는 게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걸 파악하고 도와야 한다. 서두르고, 과장해서는 안 된다. 고객들이 이 제품을 통해 상황이 나아지고, 사람들과 좋은 느낌을 공유할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수익은 단지 부가 효과에 불과하다.”

지금 한국에서는 MZ세대가 화두다. 이들의 특징은 유행에 민감하고, 빠르게 싫증을 내고, 새로운 것을 쉽게 받아들인다. 《마케팅이다》에서 “최고의 마케터는 사냥꾼이 아니라 농부다”라고 했다. 농사의 핵심은 기다림과 정성인데, MZ세대에게도 이런 마케팅 방식이 통한다고 보는가.

“정성과 기다림은 그 어느 때보다 잘 통하는 덕목이다. 탄소세대·코로나세대라고 불리는 MZ세대는 보이는 걸 넘어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이들은 연결과 의미를 찾고 있으며, 마침내 이런 가치가 주목받는 시대가 도래했다. 특히나 정성과 기다림은 이들이 항상 원했던 것이다.”

한국 사회는 소득 양극화에 이어 소비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 양극화에 적합한 마케팅 전략은 무엇인가.

“특별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이 ‘우리는 다른 사람과 다르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대중보다는 소수가 원하는 서비스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과감하게 포기해라. 그리고 미래를 선택하는 것이다. 소득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불공평하지만, 이 또한 세계적인 추세다. 기업은 서비스를 제공할 대상을 선택하고, 이에 맞는 타깃형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마케팅의 승부수는 정성과 기다림

한국은 글로벌 기업, 특히 IT 기업의 ‘테스트베드’로 통한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한국의 소비문화가 품질과 연결에 더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내 경험에 따르면, 한국은 기술을 도구로 사용하려는 욕망이 크다. 그리고 새로운 문물을 기꺼이 수용한다. 이런 문화 때문에 한국이 전 세계에서 테스트베드로 통하고 있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인류 역사에서 최고의 마케팅 사례를 꼽는다면.

“나는 시사저널 독자 여러분이 이렇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브랜드와 스토리를 존경하고, 모방하려고 하는 것인가. 당신이 생각하는 것은 결코 진부하지 않다. 가치 있고, 바닥을 향한 경쟁이 아닌 구체적이고 특별한 마케팅의 순간이라는 것이다. 이 순간은 당신의 고객에게 중요한 일을 할 때 혹은 이걸 놓쳤을 때 일어난다. 당신의 길을 묵묵히 가라.”   

퍼플 카우Purple Cow 전략이란?

소비자의 눈길을 받을 수 있도록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확 잡아끄는, 사람들 사이에서 화젯거리가 되고 추천거리가 될 만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일컫는다. 세스 고딘의 저서 《보랏빛 소가 온다》에서 처음 소개된 이론으로 현재 전 세계 마케팅 영역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도 이 《보랏빛 소가 온다》가 번역·출간되면서 기업 마케팅 담당자뿐 아니라 마케팅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해 5월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시사저널 컨퍼런스G2021에서 기조연설자들이 온라인으로 발표하고 있는 모습ⓒ시사저널 이종현·박정훈

세스 고딘의 ‘Purple Cow’가 온다
시사저널 주최 ‘컨퍼런스G 2022’, 
5월31일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려

지난 2013년 그 웅장한 첫걸음을 내디딘 지 10주년을 맞은 ‘컨퍼런스G 2022’는 올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마케팅 그루인 세스 고딘(Seth Godin)을 기조강연자로 초청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마케팅 방향’에 대해 설명한다. 그렇기에 주제도 ‘세스 고딘의 Purple Cow가 온다’로 정했다.

이번 행사의 전체 어젠다는 X-MARKETING이다. 경험(eXperience)이 고객을 이끄는 시대에 기업 마케팅의 해답을 찾고자 브랜드 경험(BX), 고객경험(CX), 디지털 고객경험(DCX)을 세션별 주제로 선정했다.특히 브랜드 경험(BX) 세션의 경우 세계적인 브랜드 마케팅 석학으로 맨체스터 경영대학원 명예교수인 게리 데이비스(Gary Davies)를 초청해 ‘고객경험의 재설계’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새로운 브랜드 경험’ ‘곰표의 고객 지향 브랜드 경험 디자인’ ‘오프라인의 종말, 생존의 키 CX’ ‘재미와 가치를 경험하게 하라! 골프존의 고객 경험 마케팅’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 고객경험 혁신전략’ ‘유니티 메타버스 기술이 만드는 DCX의 미래’ 등의 주제로 국내외 마케팅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강사로 나선다. 행사는 5월31일 그랜드하얏트호텔 그랜드살롱과 온라인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자세한 내용은 시사저널 홈페이지(www.sisajournal.com)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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