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통’ 세상 열렸다…‘검수완박’ 시행 전 시간 싸움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2.05.19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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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인사위 없이 속전속결 인사 단행…부패 수사 ‘속도’ 전망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 만 하루 만인 지난 18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 만 하루 만인 지난 18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임명 하루 만에 단행한 검찰 인사에서 '윤석열 사단'이 요직을 모두 꿰찼다. 모두 예견했던 바이지만, 측근 배치 수준이 과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검찰인사위원회도 생략한 채 인사를 속행하고 '특수통'을 대거 집결한 배경에는 오는 9월 '검수완박' 시행 전까지 주요 부패 수사를 마무리하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법무검찰 내 '빅3'로 불리는 대검 차장, 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에 각각 이원석 제주지검장, 송경호 수원고검 검사, 신자용 서울고검 송무부장이 임명됐다. 모두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근무 인연이 깊다. 이원석 신임 대검 차장은 윤 대통령, 한 장관과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특검팀에서 함께 일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옮긴 이후에는 대검 기획조정부장을 지냈다. 한 장관과는 연수원 27기 동기이며,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지낸 '특수통'이다. 

송경호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은 전 정부에서 한 장관과 굵직한 수사들을 함께 맡았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시절 특수2부장을, 검찰총장 때 특수수사를 총괄하는 중앙지검 3차장으로 일했다. 이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지휘하다 수원지검 여주지청장, 수원고검 검사로 잇따라 좌천됐다. 검찰 인사와 예산 업무를 총괄하게 된 신자용 서울고검 송무부장 역시 국정농단 특검팀에 함께 파견됐던 인물이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지낸 뒤 연이어 법무부 검찰과장, 서울중앙지검 1차장을 맡으며 영전했다. 

총장이 인선되기도 전에 검찰 인사가 속전속결로 이뤄진 데 대해 비판이 나온다. 검찰 인사와 관련해 민주당은 "표적수사, 정치보복을 위한 인사"라고 비판했다. 한준호 민주당 대변인은 "윤석열 사단의 검찰 장악을 위한 전광석화 같은 속도전"이라며 "대통령실은 검찰 출신 측근 '6상시'가 장악하고, 법무부와 검찰은 윤석열 사단으로 장악해 무엇을 도모하려는 것이냐, 검찰 공화국 부활 시도에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의무는 아니지만 검찰인사위원회 심의 절차를 건너뛴 것 또한 인사 '공정성'을 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병두 홍익대 법학과 교수는 1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검찰총장이 없는 상태에서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 의중을 받아서 이런 인사를 해, 법무부를 통한 검찰 직할"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를 먼저 하는 것이 맞다"며 "검찰총장에게 인사와 예산 독립을 주고 싶다면 그 사람에게 맡겨서 인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날 오후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 청사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8일 오후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 청사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총장 인선을 비롯한 평검사 인사도 곧 단행될 전망이다. 법무부는 조만간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 추천을 위한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총장 추천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새로 임명된 신자용 법무부 검찰국장도 후보추천위에 당연직 위원으로 들어간다. 차장검사와 부장검사를 비롯한 일선 평검사 인사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라인·특수통' 검사를 중심으로 서둘러 진용을 갖춘 뒤 오는 9월 '검수완박' 시행에 앞서 그동안 미진했던 수사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국 최대 검찰청으로 주요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 자리도 이미 '윤 사단'으로 채워졌다. 대검에서 윤 총장을 보좌한 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파견된 박기동 원주지청장이 3차장에 발탁됐다. '조국 수사'에 참여한 고형곤 포항지청장이 4차장에 임명됐고, 검수완박 국면에 맞서 앞장섰던 박영진 의정부지검 부장검사가 2차장을 맡게 됐다. 향후 인사에서도 같은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미 수사에도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은 인사 단행 하루 뒤인 19일 에너지기술평가원, 한국석유관리원, 대한석탄공사 등 산업부 산하 기관 6곳과 한양대 공대 교수인 백운규 전 장관의 대학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2019년 1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한국전력 자회사 4곳의 사장들이 산업부 윗선의 압박으로 일괄 사표를 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백 전 장관 등 5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사건이다. 

이외에도 전 정부 윗선 관계자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진 사건들에 관심이 집중된다. 서울중앙지검은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이 연루됐다고 거론되는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 라임·옵티머스 의혹을 재수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재수사 여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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