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할 줄 모르는 중국의 사드 전랑외교
  • 조경환 통일연구원 초청연구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8.22 07:30
  • 호수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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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빌미로 한국 향한 경제보복 및 무리한 요구 계속
근원인 북핵 미사일 억지에 공조할 때 설득력 얻어

사드에 대한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외교란 게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시할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전략적 안보이익’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중국이 정작 한국의 그것은 백안시하고 있는 것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독립자주와 선린 등 ‘다섯 가지 마땅함’을 말하면서 한국의 그것은 말하지 않는다. 자가당착이고, 이율배반이며 전랑(戰狼·늑대)외교란 지적을 받는 이유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8월9일 중국 칭다오시 지모구 지모고성군란호텔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하고 있다. ⓒ뉴시스

자위적 방어 수단인 사드, 중국에 위협 안 돼

2016년 1월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다음 날,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하며 강력한 대북제재의 뜻을 모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일주일 후인 13일 신년회견에서 “사드 배치는 안보와 국익에 따라 검토한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27일 북한의 ‘위성 운반 로켓’을 가장한 장거리미사일 발사까지 예고된 터에, 국방부는 2월2일 “스캐퍼로티 주한미군 사령관이 미 국방부를 대신해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사드 배치를 공식 건의해 왔다”고 발표했다. 한·미 간에 사드 배치 논의 태도가 진지해지자 시 주석은 한 달이 지난 2월5일 박 전 대통령의 전화에 응했다.

2015년 9월3일 중국 전승절 날 시 주석과 톈안먼(天安門) 성루에 선 데다 2016년 1월 아시아인프라은행(AIIB)의 창립 멤버로 가입해 시 주석의 ‘일대일로’에 힘을 실어 주었으나, 정작 절박한 때에 도움을 주지 않는 데 대해 박 전 대통령이 느꼈을 배신감은 사드 배치 결심을 굳히게 했다. 그리고 2022년,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올들어 무려 18차례에 걸쳐 극초음속 및 대륙간·잠수함발사·단거리 탄도미사일 도발을 이어갔지만, 5월27일 유엔안보리의 대북 추가제재안을 비토한 나라가 중국이다.

시 주석의 사드 반대는 일관된다. 2014년 7월 방한해 배치를 반대한 게 그 시작이다. 2016년 3월 박 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2019년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두 차례 회담에서도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2017년 12월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미국 MD 가입,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동맹 등이 불가하다는 이른바 ‘3불(不)’을 다룬 ‘10·31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존중을 시사했다.

윤석열 정부의 첫 한중 외교부 장관 회담이 열린 8월9일을 전후해 중국 외교관들의 ‘3불 유지’ 요구는 공격적이다. 충성 경쟁하는 듯하다. 왕이 부장을 필두로 자오리젠 대변인, 류샤오밍 한반도사무국 특별대표, 싱하이밍 주한 대사가 줄이어 나섰다.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사드의 운용 제한을 의미하는 ‘1한(限)’을 공식 제기했다.

지금껏 중국은 ‘3불 1한’이니, ‘5당’이니 하는 숫자를 내세우면서도 침해된다는 전략적 안보이익을 구체적으로 말한 적은 없다. 사드를 미국의 대중국 포위 무기체계로 간주하며 사드 레이더가 중국의 군사활동을 감시하고,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공격무기라고 인식한다. 한반도 유사시 중국의 미사일을 통한 개입을 차단하며, 대만 분쟁 시 군사행동에 제약을 우려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사드가 북핵 미사일에 대한 자위적 방어수단임은 긴 설명을 요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 시절의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8월11일 “한국 정부로부터 사드 운용에 제한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군사기술적으로도 북한 지향 및 탐지거리가 800km 내외인 사드 레이더로는 중국 탐지가 어렵다. 작전 거리 200km의 요격미사일로는 중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고도 1500km의 우주 공간을 마하 20 이상으로 비행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닿을 수도 없다. 미국은 사드 말고도 해상기반 X-밴드 레이더와 이지스 방어체계, 각종 특수정찰기와 위성 등 대중 정찰 자산이 이미 충분하다.

경북 성주에 배치된 주한미군 사드 기지 장비ⓒ연합뉴스

한국 국론 분열시켜 반사이익 톡톡히 취해

중국은 어떠한가? 헤이룽장성에 X-밴드 급의 탐지거리 5500km 레이더를 운영 중이다. 2015년 산둥성에 배치된 러시아판 사드인 ‘S-400’은 서해 내해화 및 주한미군·한국 압박용이다. 북부전구사령부(동북 3성, 산둥성, 네이멍구 관할) 등에서 세계 최고로 중무장한 ‘중·단거리 핵 및 재래식 미사일’은 한국에 위협적이다. 일본 및 미국 증원군 제압 목적이다.

저간의 사정을 중국인들이 모를 리 없다. 사드를 빌미로 한국을 향한 경제보복 및 무리한 요구 등으로 계속 압박해 재미를 봤다. 한국 정부의 입지를 제약했다. 한미동맹과 미·일·호주의 대중 포위망에 ‘약한 고리’인 한국은 쐐기로 적합했다. 한국의 국론을 분열시켜 반사이익을 톡톡히 취한 셈이다.

윤석열 정부와 한미동맹은 “안보주권이며 협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원칙으로 정했다. 중국 역시 사드 문제가 한중 수교 30년의 관계에 장애가 되는 것은 원치 않는 듯하다. 중국이 즐겼던 경제보복은 진부하다. 글로벌 시장 메커니즘의 복원력과 공급망의 상호의존성이 제재 효과를 상쇄해버림을 중국은 잘 알고 있다. 대만과 호주는 중국의 제재에도 지난해 중국을 상대로 한 무역 흑자 국가 1, 2위다. 세계 반도체의 60%를 소비하는 중국은 그중 46.9%를 조달하는 한국산을 빼놓고는 산업이 어려운 구조다. 한국은 지난해 대중 무역에서 646억 달러 흑자를 냈다.

역대 한국 정부는 중국을 생각해 미 MD 참여를 거부하고 한국형 체계를 견지해 왔다. 대선에서 공약하고 국민의 선택을 받게 되면 지키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의 생리다. 미·중 경쟁에 끼인 한국의 입장을 존중하는 게 중국에도 득이 되는 것이다. 중국이 아직도 부족하다면 어떻게 안보이익을 훼손하는지 설명하면 된다. 사드를 반대하는 만큼 근원인 북핵 미사일 억지에 공조할 때 설득력을 갖게 된다.

정부는 한미동맹에 기초해 로키(low-key) 원칙대로 가면 된다는 게 다수 의견이다. 대중 전략 소통을 꾸준히 하고 국민 공감 확보에도 정성을 쏟으면서 말이다. 여야 정치권도 국익과 안보 앞에서 분열하면 외세의 개입 욕구를 자극하게 된다는 역사의 교훈을 되새겨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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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조경환은…

외교부 샌프란시스코 부총영사와 국가정보원 고위공무원을 지냈다. 행정학 박사이다.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과 문재인 정부 대통령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을 거쳐 현재 통일연구원 초청연구위원, 강원연구원 초빙연구위원으로 있다. 2019년 ‘한반도 사드 배치의 정책 형성에 관한 연구’로 행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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