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다 지친 이준석-윤핵관, 그 틈새 노리는 與 당권 주자들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2.09.30 14:05
  • 호수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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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지각변동…가처분·윤리위 결론 나올 ‘운명의 한 주’ 도래
안철수·유승민·나경원 등 몸 푸는 당 대표 후보만 10여 명…친윤 대 비윤 선명한 구도 될 듯

운명의 한 주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정진석 비대위를 상대로 낸 효력정지 가처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이르면 주중(10월2~8일)에 나올 전망이다. 9월28일 심리가 이뤄졌고, 서울남부지법은 “결정은 다음 주 이후에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알렸다. 10월6일엔 국민의힘 윤리위가 회의를 열고 이 전 대표 추가 징계 결정에 나선다. 당초 9월28일 윤리위 회의에서 결정이 날 것이란 전망도 있었으나 미뤄졌다. 가처분 상황을 의식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특히 법원의 가처분 판단엔 이 전 대표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의 명운이 달려 있다.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법원이 인용할 경우 이 전 대표 징계와 1차 주호영 비대위에 이어 2차 비대위까지 고집한 윤핵관 책임론이 강하게 불거질 수 있다. 반면 법원이 기각하면 당을 상대로 투쟁을 벌여온 이 전 대표의 명분이 약화하고, 제명 등 추가 징계로 당에서 완전히 퇴출될 위기에 처한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9월28일 서울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정진석 비대위 효력 정지 가처분 심문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비윤계’ 안철수·유승민 등 주목

그러나 가처분 승리가 완전한 결론은 아니다. 인용이 돼도 이 전 대표에겐 가시밭길이 여전히 남아있다. 이 전 대표 측에선 가처분이 인용되면 다시 이준석 지도부로 복귀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당내에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윤리위 추가 징계 등을 통해 어떻게든 이준석 지도부 복귀는 막힐 가능성이 크다. 경찰 수사 역시 남아있다. 경찰은 9월20일 이 전 대표가 받고 있던 성 상납·알선수재 혐의에 대해선 공소시효 등의 이유를 들어 검찰 불송치 결정을 했으나, 증거인멸·무고 혐의에 대해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기각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미 당내엔 지금까지의 갈등, 1차 비대위 무산 등으로 인해 윤핵관을 향한 불신의 눈초리가 가득하다. 지난 원내대표 선거에서 약세 후보였던 호남 재선 이용호 의원에게 42표가 몰린 데도 이러한 분위기가 반영됐다. 가처분이 기각된다고 해서 윤핵관들이 책임론으로부터 벗어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이 전 대표가 추가적인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 결국 물고 물리는 싸움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구도는 결국 차기 전당대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당내에선 벌써부터 차기 당권을 두고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가처분 결과에 상관없이 연내 새 지도부를 선출해 서둘러 당을 수습해야 한다는 ‘조기 전대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물론 연말까지 정기국회와 예산 정국이 이어지는 만큼 연내 개최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대다수가 내년 초 개최에 공감하는 상황이어서 큰 차이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기국회가 열리는 와중에도 후보군 일부는 벌써 본격적으로 당권 행보를 시작했다. 현재 자천타천 거론되는 후보군만 10명이 넘는다. 이미 지방까지 돌며 적극 행보를 시작한 김기현·안철수·조경태·윤상현 의원 등을 비롯해 ‘윤핵관’ 권성동·장제원 의원, 중진그룹인 김태호·정우택·홍문표 의원, 원외에서 각종 현안에 목소리 높여 윤석열 정부를 지원사격하고 있는 나경원 전 의원, 비윤(非윤석열)계로서의 존재감을 점차 키우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 등이 잠재적 출마 후보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주목할 점은 계파를 가리지 않는 후보군 난립이 마치 ‘춘추전국시대’와 같다는 것이다.

집권 1년이 안 된 시점에 주도권을 꽉 쥐고 있어야 할 주류(친윤계)의 우위가 쉽사리 감지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상황은 결코 아니다. 원인은 다양해 보인다. 일련의 사태에 대한 윤핵관 책임론은 물론이고, 이준석 전 대표 손을 들어준 법원의 판단, 윤석열 대통령의 20%대 지지율 난맥상 등도 한몫을 차지한다. 치열한 권력투쟁으로 주류와 비주류가 뒤섞인 상황에서 ‘이번이 기회’라고 생각하는 주자들이 우후죽순 더 달려들 것이며 결국엔 차기 전당대회 또한 친윤계와 비윤계의 선명한 대결 구도로 흘러갈 거란 관측이 나온다.

가장 고무돼 있는 쪽은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 당내 거물급 비윤계 인사들이다. 두 사람은 차기 전대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안 의원은 출마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윤석열 정부 인수위원장을 맡았던 안 의원의 경우 친윤계라고도 볼 수 있지만, 당내 확고한 세력이 없고 상황에 따른 전략적 동맹관계였다는 점에선 비윤계에 더 가깝다. 유 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탈당 찬성파의 주축으로 여전히 당내에서 비주류임은 물론 대선에 이어 지난 6월 지방선거 경기지사 당내 경선에서도 대표적 친윤계 주자였던 김은혜 현 대통령실 홍보수석과 맞붙는 등 늘 비주류에 속해 왔다. 유 전 의원은 9월29일 “전당대회 출마 여부는 정해진 게 없다”면서도 “제가 이 나라를 위해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꼭 하겠다. 그리고 제가 할 말이 있으면 꼭 하겠다. 그거 하나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움직임을 보면 유 전 의원은 확고한 비윤, 혹은 반(反)윤까지 갈 수 있는 선명성을 통해 비윤계를 결집할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그는 최근 해외 순방 중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에 대해 “국민을 개돼지로 취급하는 코미디 같은 일을 당장 중단하고 깨끗하게 사과해야 한다”며 강도 높게 비판해 이목을 끌었다. 아울러 유 전 의원이 이준석 전 대표와 바른정당에서 함께하는 등 매우 가까운 사이라는 점에서 더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당내 일각에선 두 사람의 신당 창당 등 독자적 세력화 가능성도 거론되기도 한다. 이 전 대표의 제명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당 밖에서 2030과 반윤을 기치로 뭉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시사저널 이종현·박은숙

친윤계 ‘황태자’ 한동훈 차출설도

다만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많다. 실패한 바른정당의 트라우마가 강하고, 당내에서 구도를 만들어야 더욱 선명한 싸움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바른정당에 몸담았던 한 인사는 “이 전 대표가 제명돼도 충분히 총선 전에 복귀할 수 있다. 당 밖이 아닌 당내에서 기득권 세력의 실책을 꾸준히 견제하는 것이 유 전 의원 등 바른정당계 정치인들의 전략일 것”이라며 “윤핵관과 이준석의 싸움 또한 그래야 계속된다”고 말했다.

친윤계에서도 이러한 비윤계들을 향한 견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친윤계로 분류되며 당권 도전 의사 또한 밝히고 있는 김기현 의원은 9월28일 “자신의 이미지 관리에 불리하다 싶으면 상대 진영과의 논쟁을 회피해 버리고, 하나 마나 한 양비론적 평론을 펼치다가 당이 어려운 국면에 처해 있을 때 해외로 철수해 버린다면 그것은 동지로서 자d세가 아니다”며 안 의원을, “상대 진영의 터무니없는 가짜 조작방송에 현혹돼 오히려 민주당 의원들보다 더 자당의 대통령과 당을 공격하며 ‘내부 총질’을 한다면, 그것 또한 동지로서 해야 할 처신이 아니다”며 유 전 의원을 동시에 겨냥했다.

아울러 친윤계에선 분위기 전환을 위해 가처분 기각과 윤 대통령 지지율 반등이 반드시 따라줘야 한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한 초선 의원은 “또다시 가처분이 인용된다면 그 이후의 상황을 상상하기 어렵다”면서 “뿐만 아니라 차기 전당대회 때까지 윤 대통령 지지율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당원과 국민도 대통령과 통할 수 있는 후보를 뽑아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비윤계에 비해 아직 친윤계에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따라서 국민의힘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의 ‘황태자’로 불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차출설도 나온다. 실제 이런 움직임에 대한 견제도 즉각 나왔다. 안철수 의원은 9월28일 공개된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한 장관이 굉장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큰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는 경험을 쌓을 시간이 필요하다”며 “선거 지휘라는 것이 이미지만으로는 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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