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협치 외면 ‘옹졸한 정치’…野, 정치 망치는 ‘훌리건 정치’”
  • 김종일·이원석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2.12.0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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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실종’ 쓴소리 인터뷰]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현재 정치는 누가 더 못하나 경쟁…무당층 많아질 수밖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월28일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월28일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월28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시종일관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주의 기본 원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법과 원칙’만을 앞세우면 타협의 가능성이 줄어들고, ‘우리 편’과 ‘단일대오’만을 강조하면 갈등 조정의 영역이 좁아진다는 지적이다. 박 의원은 ‘야당 패싱’으로 협치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옹졸한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지금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해 충분한 토론보다는 좌표 찍기와 문자 폭탄 등으로 상징되는 ‘훌리건 정치’가 횡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야당에 협조 구하는 노력 이렇게 안 할 수가”

최근 ‘정치의 실종’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결국 집권세력을 대표하는 윤 대통령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지적할 수밖에 없다.

“최근 윤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와 식사를 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과는 부부 동반 만찬을 했다. 이른바 ‘사저 만찬 정치’라는 건 동서고금에 많이 있었다. 그런데 친한 사람들만 불러다 먹으면 그건 ‘친목계’다. 야당, 더 나아가서는 정적들을 불러다 식사를 하고 머리를 맞대며 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게 만찬 정치다. 스웨덴의 경우 야당은 물론 노사정이 그렇게 머리를 맞대고 많은 문제를 풀었다.”

아직까지 대통령이 야당과 머리를 맞대는 모습은 안 보인다.

“지금 백척간두의 위기 상황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친목계 계주도 안 할 법한 옹졸한 정치를 하고 있다. 전 사실 대통령에게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비판을 자제해 왔다. 하지만 이른바 MBC 사태 때부터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국민에게 살맛 나는 정치를 보여드려야 하는데, 밥맛 떨어지는 정치를 하고 있다. 국민 보기에 아주 실망스럽고 옹졸한 정치다.”

윤 대통령의 협치 의지는 어떻게 보나.

“대통령은 신뢰를 기반으로 야당과 대화해 타협과 설득의 정치를 해야 한다. 심지어 지금은 야당이 국회 다수당 아닌가. 그런데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서 국회를 향해 한 비속어에 대해 사과를 했나? 지금 대통령의 언행을 보면, 대통령에겐 국회란 없는 존재다. 아니면 지금 저런 언행이 나올 수 없다.” 

자세히 설명해 달라.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가 무엇인가.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우회해 중요한 의사결정을 독단적으로 하면 안 된다는 게 핵심 아닌가. 우리 국민도 이런 기준으로 판단하신다. 대통령이 왕인 줄 알고 국정농단을 일삼자 바로 탄핵시킨 국민이다. 그 국민 앞에서 지금 자기 기분 내키는 대로 하겠다는 것 아닌가. 링컨처럼 위대한 지도자들은 국가 통합과 민주주의 발전, 인권 등을 위해 참고 또 참고, 권력을 나누고 타협했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이 무슨 꼴이냐. 정치의 막장을 향해 가고 있다. 걱정스럽다.”

왜 야당과 협치하지 않을까.

“예산안 문제만 봐도 그렇다. 대통령이 국회의 심사를 사실상 거부하고 싫다고 하면 그만인가. 국회에서 다수의 승인을 받는 게 민주주의다. 세금과 예산, 전쟁 등에 대해서는 국회의 동의를 구하는 게 근대 민주주의의 출발이다. 수백 년 넘게 지켜진 민주주의의 원리를 맘대로 하겠다는 거 아닌가.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야당에 협조를 구하는 노력을 이렇게 안 할 수가 있나. 기본적인 인식도 갖추지 못한 수준 이하의 대통령을 선출한 불행한 상황이다.”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만남도 아직이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사법 리스크고, 국정을 논의할 파트너인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존중은 존중이어야 한다. 그 두 개를 섞어서 헷갈리면 어떻게 하나. 대통령으로서 자기 역할에 대한 완전한 망각이자 무지다.”

어렵사리 여야가 합의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도 삐걱대고 있다.

“야당 좋으라고 국정조사를 하는 건가 묻고 싶다. 국정조사 의결서에 ‘야당 좋으라고 한다’라고 써 있나. 왜 같이 합의 통과시켜 놓고 이러나. 수준 이하다. 대통령도, 여당도 정치의 미숙을 보여주고 있다. 완전 빵점 정치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월28일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월28일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민주당 내 정치 훌리건들 이끄는 정치인들 있어”

민주당은 제1야당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보나.

“불행한 것은 지금 국민 보시기에는 양쪽 모두가 똑같다는 점이다. 현재 정치는 누가 더 못하는지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민주당이 더 잘해서 실력으로 정권을 되찾아와야 한다. 그러려면 정치를 혁신하고 여러 면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 그런데 정부·여당이 생각보다 너무 못하고 있으니까 ‘원래 하던 대로 해도 되나 보다’ 하는 모습이 민주당에 있다.”

지지율을 봐도 민주당은 반사효과를 못 보고 있다. 

“물론 민주당 지지도가 50%에 육박하는 일부 여론조사도 있다. 대통령이 신뢰를 쌓지 못하는 사이 민주당이 높은 신뢰를 보인다면 다를 텐데, 그렇게 여겨지지 않으니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어느 당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본다. 민주당이 신뢰를 쌓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당 내부가 활발하게 토론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금의 문제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한다.”

민주당이 국민 신뢰를 못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 민주당은 당내 토론을 막는 분위기가 있다. 당내 이견 표출을 막으려 한다. 각자 서로 다른 의견을 충분히 논의하고 토론해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바로 민주주의 본령이다. 그런데 ‘쟤는 우리 편 아냐’ 이렇게 편을 가른다. 그리고 공격하라고 좌표를 찍는다. 이런 모습은 민주당답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에 보여준 모습이 바로 이런 거다. ‘내부 총질이나 하는 당 대표’라고 하지 않았나. 우리 안에도 이런 모습이 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응하느라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을 충분히 못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저는 지금의 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없는 게 지금 가장 큰 리스크라고 생각한다. 이 대표를 향한 사법 리스크 중 뭐가 진짜고 가짜인지 저도 잘 모른다. 다만 지금 민주당 대표를 향한 수사는 과잉인 반면, 상대적으로 ‘50억 클럽’이나 도이치모터스와 관련된 수사는 완전히 지지부진이라 편파 수사라고 말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고 본다. 이런 면에 대해 충분히 지적하면서도,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돌파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활발하게 이야기돼야 한다.”

지금 가장 필요한 논의는 무엇일까. 

“당 대표와 측근의 문제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 동시에 문재인 정부를 탄압하는 수사와 대장동 일당 등에 대한 수사를 한데 엮어 정치 탄압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분리 대응해야 한다. 그리고 이 문제와 관련해 당이 검찰과 진실 공방을 주고받는 주체로 너무 나서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런 말을 했다고 무차별적 공격을 하는 일부가 있다. 가장 저질의 토론으로 가게 되는 길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월28일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월28일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왜 그렇게 보나.

“지금 필요한 건 건강하면서도 활발한 논의다. 물론 제가 틀릴 수 있다. 저를 공격하는 측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당 안에서 서로 다르게 바라보는 시선과 이견이 교차할 때, ‘의견이 다른 사람은 입 다물어라’ ‘무조건 믿고 따르라’ 이런 방식으로 성공했던 적은 별로 없다. 당의 의견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의견 교환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팬덤정치에 대한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저는 일련의 문제들이 팬덤정치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훌리건’의 문제다.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팬들이 없으면 선수들은 힘들어서 어떻게 뛰나. 그런데 원하는 경기 내용이 아니라고 해서 경기장에 난입하고 물병 던지고 하는 훌리건은 축구를 망친다. 일부 정치 훌리건이 지금 정치를 망치고 있다. 그리고 또 그들을 이끌고 있는 일부 정치인이 있다. 전 이 영향력이 오래갈 거라고 보지 않는다. 미국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쳐지고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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