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여당, 선거 땐 “제주 4‧3 반드시 해결” 이번엔 대거 불참…이유는?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4.0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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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1년 전 참석해 “아픔 공유는 당연한 의무” 이번엔 “순방 준비”
與, 전대 당시 “4‧3, 우리 당이 해결”…이번엔 “일정 겹쳐서”

 

지난해 4월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 74회 4.3희생자 추념식에 윤석열 당선인이 분향을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지난해 4월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 74회 4.3희생자 추념식에 윤석열 당선인이 분향을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오는 3일 제주에서 진행되는 제75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주요 당직자들이 대거 불참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유족들이 기자회견까지 열고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참석을 강하게 요청했지만 ‘해외 순방 준비’ ‘일정상 사정’ 등의 이유로 불참을 통보했다. 1년 전 대통령 선거 전후와 올해 초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이들이 제주를 향해 내놓았던 약속과는 다른 행보에 제주 도민들의 아쉬움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일찍이 윤 대통령의 추념식 불참을 알려왔다. 지난 3월15일 정부는 윤 대통령이 일본과의 관계와 미국 국빈 방문 일정 등이 3~4월에 집중돼 있어 국정 업무 일정으로 추념식 참석이 불가하다며 제주도 측에 구두로 알려왔다. 윤 대통령을 대신해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석한다.

지난해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으로 4‧3 추념식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보수정당 출신의 대통령 및 당선인으로선 첫 참석이었던 만큼, 4‧3 사건을 둘러싼 오랜 갈등과 상처가 해소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모았다.

당시 가슴에 동백꽃 배지를 달고 유족들과 인사를 나눈 윤 대통령은 추념식에서 “4·3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온전한 명예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무고한 희생자들을 국민과 함께 따뜻하게 보듬고 아픔을 나누는 일은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당연한 의무”라고 강조했다.

앞서 대선 기간 그는 총 세 차례 제주를 찾았고, 공약으로 ‘4‧3의 완전한 해결’을 천명하기도 했다. 대선 바로 전날인 지난해 3월8일 제주 유세에선 “4·3 유가족과 도민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윤석열 정부는 정말 다르구나’ 느낄 수 있게 하겠다”고 외치기도 했다.

그러나 집권 후, 이러한 약속들을 무색케 하는 윤 대통령의 행보에 유족과 도민들의 반발이 이어져왔다. 특히 지난해 말 윤 대통령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치위원회 신임 위원장에 ‘뉴라이트’ 계열 김광동 상임위원을 임명하면서 거센 논란을 일으켰다.

김 위원장은 4‧3을 “공산주의 세역에 의한 폭동”이라고 주장해 온 인물이다. 임명 논란에 대통령실은 “(김 위원장이) 과거사 규명에 대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적임자”라고 일축했다.

‘일정이 겹쳤다’는 이유로 이번 추념식에 대거 불참을 알린 국민의힘 지도부 역시 불과 1~2개월 전 전당대회 당시와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김기현 대표는 지난 2월13일 제주 합동연설회에 앞서 후보들 중 가장 먼저 제주 4‧3 평화공원을 방문해 참배했다. 당시 김 대표는 방명록에 ‘험난한 시기에 겪으셔야 했던 아픔과 희생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는 좋은 나라 만들겠다. 편히 쉬소서’라고 적었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당시 합동연설회에서 “제주는 국토의 남단이자, 아픈 역사를 지닌 곳”이라며 4‧3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4.3의 ‘완전한 해결’을 약속했다. 더 이상 정권에 따라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져선 안 된다고 종식을 선언한 것”이라며 “이것이 윤석열 정부의 철학이자, 우리 모두 추구해야 하는 것”이라고 외쳤다. 하지만 제주도 측에 따르면 조 최고위원 역시 이번 추념식에 불참할 예정이다.

앞서 당을 이끌었던 정진석 전 비상대책위원장 또한 당시 “윤석열 정부는 대통합의 정부다. 이 (제주 4‧3)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우리가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며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희생자와 유가족들의 명예회복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앞장서 ‘통합’을 이루겠다 천명한 것과 달리, 국민의힘은 이후 4‧3을 폄훼하는 곳곳의 움직임에 지극히 소극적인 자세를 취해오고 있다. 최근 추념일을 앞두고 서북청년단 등 극우세력이 4‧3 폄훼 현수막을 제주 전역에 거는가 하면, 추념식 당일 행사장 앞에서 집회까지 예고하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자 지난달 30일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극우세력이 4‧3을 흔들고 갈등을 일으키는데 국민의힘은 침묵 내지 동조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의 4‧3에 대한 진짜 입장이 무엇인가”라고 꼬집었다.

앞서 전당대회를 치르는 과정에서 태영호 최고위원이 “4‧3은 북한 김일성 지시에 의해 촉발된 것”이라고 발언해 거센 비난에 직면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당 차원의 경고나 징계 절차는 전무했다.

유족회 등 4‧3관련 기관‧단체들은 지난달 23일 “태영호 의원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제주4·3을 김일성 지시설로 덮어씌우더니, 극우보수정당과 단체에서 제주 전 지역에 제주4·3을 악의적으로 왜곡·선동하는 현수막을 설치해 분노하고 비통한 심정을 감출 수가 없다”며 현수막 철거와 사과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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